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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베일 형제, '아듀'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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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베일 형제, '아듀' 유로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6.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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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5년 전 결승으로 가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유벤투스)와 가레스 베일(32·레알 마드리드)이 나란히 16강에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레알의 황금기를 이끌며 이른바 '큰형'과 '작은형'으로 불렸던 두 스타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사실상 커리어 마지막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와 작별을 고했다.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은 28일(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 올림피코 데라 카르투하 경기장에서 열린 벨기에와 유로 2020 16강전에서 0-1로 졌다. 

전반 42분 토르강 아자르(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선제실점한 뒤 극복하지 못했다. 슛 개수 24-6 등 경기를 압도하고도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랭킹 1위 벨기에 벽을 넘는 데 실패했다. 벨기에는 두 대회 연속 8강 대진표에 이름을 올렸다.

만 36세 호날두에겐 사실상 마지막 유로가 될 수 있는 무대였다. 이번 대회 득점 1위(5골) 호날두는 이날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골문을 위협하는 등 슛 5개를 시도했지만 득점하는 데 실패했다. 경기 후 호날두는 라커룸으로 향하며 주장 완장을 땅에 패대기쳤다. 유로 2연패 실패의 진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회 2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오른쪽)는 패배의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력이 좋았기에 더 뼈아픈 결과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 대회 4강에서 만났던 호날두(왼쪽)와 베일. [사진=AP/연합뉴스]

2004년 19세였던 호날두는 유로를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축구계에 등장했다. 당시 결승에서 좌절했던 그는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레알, 유벤투스를 거치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5차례 우승하고, 발롱도르를 5회 수상하는 등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메이저대회 정상에 서지 못해 '반쪽 커리어'라는 소리도 들어왔다.

전환점은 유로 2016이었다. 결승에서 객관적 전력이 강한 홈팀 프랑스를 만나 연장 승부를 벌인 끝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호날두가 대표팀에서 마침내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 당시 전반전 불의의 부상을 당해 더이상 뛸 수 없게 되자 눈물 지었던 호날두는 벤치에서 열정적으로 동료들을 응원했고, 동료들은 호날두의 못다한 꿈을 이뤄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호날두는 이번 대회를 통해 유로 2연패에 도전했다. 조별리그에서 맹활약했다. 3경기 모두 나서 5골을 뽑아냈다. 포르투갈은 프랑스, 독일과 같은 조에 편성됐지만 강력한 우승후보 프랑스와 2-2 무승부를 거두는 등 저력을 발휘, 3위로 16강에 올랐다. 

호날두는 유로 개인 최다골(14골), 최다출전(25경기) 기록도 갈아치웠다. 역대 최초로 5개 대회 연속 출전해 모두 득점한 사나이로도 남았다. 이번 대회 득점왕을 차지하면 최초로 유로에서 2회 득점왕에 오른 인물이 된다. 동시에 알리 다에이(이란)와 A매치 최다골(109골) 타이기록도 썼다. 벨기에전 골을 넣었다면 팀 승리와 함께 A매치 역대 최다득점 대기록도 세울 수 있었기에 더 아쉬움이 짙다.

웨일스 가레스 베일(오른쪽)도 이번 대회에선 일찌감치 짐을 싸게 됐다. [사진=AP/연합뉴스]

전날에는 '동생' 베일이 16강 탈락 고배를 마셨다.

베일이 주장 완장을 차고 리드한 웨일스는 조별리그에서 2패나 당하고도 2위로 올라온 덴마크에 0-4 완패했다. 지난 대회 베일이 존재감을 나타내면서 첫 출전 만에 4강 진출 위업을 달성했던 웨일스가 이번엔 일찍 짐을 싸게 됐다.

경기를 중계한 서형욱 축구 해설위원은 "베일이 공을 잡아야만 기대감이 조성된다"는 말로 베일 외 동료들의 미진한 활약을 꼬집기도 했다. 베일은 이날도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과시했지만 전반 중반 실점 이후 웨일스는 급격히 무너졌다.

경기가 끝나고 은퇴 관련 질문에 베일은 분노를 표출했다. 아쉬운 패배 직후 나온 불쾌한 질의에 답하지 않고 그대로 기자회견장을 떠나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베일은 이후 웨일스 매체 S4C를 통해 "나는 웨일스를 위해 뛰는 것을 사랑한다. 축구를 그만둘 때까지 웨일스를 위해 뛸 것"이라며 대표팀 은퇴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3년 뒤 호날두는 39세, 베일은 35세가 된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까지 뛰겠다고 선언한 호날두, 최근 소속팀에선 축구를 즐기는 듯한 인상이 강한 베일을 유로 2024에서도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에 더 아쉬운 포르투갈과 웨일스의 탈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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