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3:28 (금)
간절한 황의조 김민재 권창훈, 도쿄올림픽 WC 관건은?
상태바
간절한 황의조 김민재 권창훈, 도쿄올림픽 WC 관건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6.30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화문=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내가 복이 있는지 의지를 보인 선수들에게 고마웠다.”

김학범(61) 축구 올림픽대표 감독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의조(이상 29, 지롱댕 보르도) 등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고민이 컸던 와일드카드지만 선수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분에 선발 선발 과정이 수월했다는 것.

김학범 감독은 30일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2020 도쿄올림픽 최종명단을 발표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와일드카드로는 최전방 공격수에 황의조, 2선 공격수 권창훈(27·수원 삼성), 중앙수비수 김민재(25·베이징 궈안)가 뽑혔다.

권창훈(왼쪽)과 황의조, 김민재가 30일 2020 도쿄올림픽 최종명단에 와일드카드로 선발됐다. [사진=스포츠Q DB]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넘어 “사고 한 번 쳐보겠다”는 김학범 감독이다. 자신감의 근거는 쟁쟁한 스쿼드에서 나온다. 와일드카드 삼총사를 비롯해 스페인에서 뛰는 이강인(20·발렌시아), K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이동준, 원두재, 이동경(이상 울산 현대), 정태욱(대구FC), 송범근(전북 현대)로 이뤄진 선수 구성은 기성용, 구자철, 박주영, 김보경 등이 포함됐던 2012년과 견줘도 손색없다는 평가다.

선수들에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병역 문제를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과거 와일드카드를 선발할 때 병역에 초점을 두다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가 아니어서 소속팀에서도 차출 의무가 없다보니 최상의 전력으로 구성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번엔 달랐다. 와일드카드 명단이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황의조는 프랑스 리그앙에서 12골을 몰아치며 절정의 골감각을 보이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대표팀 활약만 놓고 보면 손흥민보다도 더 눈에 띄는 게 황의조다.

김민재도 마찬가지. 이달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한국 축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비의 대들보다. 권창훈은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대표팀에 발탁돼 골까지 넣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과거부터 줄곧 와일드카드 유력 후보로 뽑혔던 그다.

이들을 모두 선발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김학범 감독의 말처럼 이들 스스로 간절함이 컸다. 황의조는 앞서 “김학범 감독님이 부르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긴 사제의 연을 맺어오고 있는 김학범 감독(오른쪽)과 황의조는 이번에도 다시 한 번 뭉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 감독은 앞서 2차 소집 명단에서 정통 공격수 오세훈과 조규성을 모두 제외시켰는데, 이날 “(황의조) 본인 의지가 컸다. 직접 구단을 설득했기에 차출이 가능했다”면서 “미리 그런 게 조율이 됐기에 오세훈이나 조규성도 과감히 배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의조의 소속팀 보르도는 법정관리를 신청할 정도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팀으로서도 황의조가 올림픽에 출전해 몸값을 높여 많은 이적료를 챙기는 게 이득이었다. 최근 인수 구단을 찾았으나 황의조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번 올림픽은 황의조를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잘 아는 황의조에게도 올림픽은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김민재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국내 최고 수비수로 이견이 없지만 때를 놓쳐 유럽으로 향할 찬스를 번번이 놓쳤다. 이적시장 때면 끊임없이 이적설이 불거지고 있지만 아직 진가를 제대로 발휘할 기회가 없어 유럽 구단들도 그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권창훈은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금메달을 목에 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발탁되지 못했던 그는 2년 뒤 리우 올림픽에 나섰으나 당시 부상 후유증으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고 팀 성적도 좋지 못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도 신태용 감독의 키플레이어였으나 부상으로 고배를 마셨다. 최근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해 친정팀 수원으로 복귀했는데, 이게 결정적이었다. 김학범 감독으로선 차출에 용이한 권창훈 선발에 더욱 무게감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 A대표팀 활약은 김 감독 결정에 확신을 심어줬다. 와일드카드 중 유일한 미필로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이날 와일드카드 발탁 소식을 들은 권창훈은 “이날이 스물일곱 번째 생일인데 최고의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와일드카드로 뽑힌 만큼 5년 전보다 책임감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며 “경험을 최대한 살려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 A대표팀에서 골을 넣으며 건재함을 과시한 권창훈. 목표 달성을 위해선 몸 상태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사진=스포츠Q DB]

 

물론 아직 숙제는 있다. 3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9골을 넣으며 대표팀에 금메달을 안겨줬던 황의조의 어깨가 무겁다. 김학범호가 뛰어난 2선 자원에 비해 골게터가 부족했기에 그 역할을 온전히 황의조가 짊어져야 한다. 그를 제외하고 정통 스트라이커가 전무하다. 상대의 집중 견제를 뚫어낼 수 있는 무기를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

김민재는 소속팀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 베이징과 계약이 올해로 끝나는 김민재는 올 여름 유럽 이적을 노리고 있다. 관심을 보이는 구단들이 있지만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차출을 위해선 소속팀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거취가 분명치 않아 아직은 임시 와일드카드나 마찬가지다. 김학범 감독은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명단에는 일단 넣었다. 해결할 수 있는 추이를 지켜보며 김민재 활용방안을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선은 대표팀에 소집한 뒤 소속팀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체 선수를 뽑는다는 계획이다.

권창훈은 하루 빨리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병역 여부를 고려치 않겠다고 말한 김학범 감독이지만 권창훈 선발과 병역 문제를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 대표팀에서 확실한 선발 카드였던 것도 아니고 프라이부르크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친 전 동료 정우영을 제치고 뽑을 만큼 더 좋은 경기력을 보였는지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전성기 시절 기량이 전제된다면 누구도 권창훈의 자격을 의심하진 않을 것이다. 3주 가까운 훈련 기간은 시간 동안 김학범 감독의 믿음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다.

올림픽대표팀은 다음달 2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된다. 오는 13일과 16일 국내 평가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예정. 13일 상대는 아직 미정이지만 16일엔 이번 올림픽 A조(일본, 멕시코, 남아공)에 속한 프랑스를 만난다. 

김학범 감독은 30일 최종명단 기자회견에서 "사고 한 번 치고 싶다"고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프랑스전을 치른 다음날인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나리타공항으로 출국하는 대표팀은 B조에서 뉴질랜드(22일), 루마니아(25일), 온두라스(28일)와 조별리그 일정을 치른다.

역대 최상의 조 편성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 대표팀이다.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에게 ‘사고 한 번 치자, 충분히 칠 수 있다. 여러분은 사고 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왔다. 사고 한 번 치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탄탄한 전력의 선수단을 구성했다. 이제 ‘원팀’이 되기 위한 여정에 돌입한다. 간절한 와일드카드 삼총사를 필두로 선수단이 똘똘 뭉친다면 바라는 런던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 2020 도쿄올림픽 축구 대표팀 최종명단(18명, *는 와일드카드)

△ 감독 = 김학범
△ 코치 = 김은중 차상광 이창현 김찬빈
△ FW = 송민규(포항) 엄원상(광주) 이동준(울산) *권창훈(수원) *황의조(보르도)
△ MF = 김동현(강원) 원두재 이동경(이상 울산) 이강인(발렌시아) 정승원(대구)
△ DF = 김재우 정태욱(이상 대구) 김진야(FC서울) 설영우(울산) 이유현(전북) *김민재(베이징궈안)
△ GK = 송범근(전북) 안준수(부산)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