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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측면수비 고민, 한국축구 지상과제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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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측면수비 고민, 한국축구 지상과제 [도쿄올림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01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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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황의조(보르도), 김민재(베이징 궈안), 권창훈(수원 삼성). 역대 올림픽대표팀 중 가장 화려한 와일드카드 명단이라는 평가도 받지만 어딘가 아쉬움은 남았다. 취약 포지션 중 하나로 꼽혔던 측면수비의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학범(61) 축구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30일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2020 도쿄올림픽 최종명단을 발표했다.

김학범 감독은 최전방과 2선 공격수, 최종수비수를 와일드카드로 채우고서도 “사이드백을 가장 늦게까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기서 와일드카드를 뽑지 않은 이유가 바로 한국 축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학범 감독이 30일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 최종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수 선발 배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황의조와 김민재의 발탁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둘의 뛰어난 기량을 떠나 그 포지션이 가장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창훈의 발탁은 쉽게 예상 가능한 부분은 아니었다. 권창훈이 오래 전부터 와일드카드 후보로 거론된 것은 맞지만 그 외에도 2선엔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측면수비는 김학범 감독을 오랫동안 골치 아프게 했다. 앞서 공개적으로 풀백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측면수비를 와일드카드로 메우지 않은 건 그만큼 확실한 자원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과거 이영표와 송종국, 김동진 등이 수놓았던 화려했던 풀백 전성시대를 제외하면 한국은 늘 측면수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역대 올림픽을 보더라도 측면수비를 와일드카드로 메운 사례가 많았다. 1996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6차례 대회에서 4번이나 풀백이 오버 에이지 선수로 선발됐다.

소속팀에서 가장 활발히 활약하고 있는 설영우는 김진야와 함께 왼쪽 측면수비를 놓고 경쟁할 전망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번에도 고민이 컸다. 김학범 감독은 2차 소집까지 하며 옥석가리기에 매진했는데, 베스트11을 짠 뒤 부족한 부분에서 와일드카드를 선발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풀백을 두고 고민이 컸던 이유는 확실한 카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에서 사이드 수비로 나설 수 있는 선수는 김진야(FC서울)와 설영우(울산 현대), 이유현(전북 현대)이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으나 다른 포지션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특히나 이들 모두 왼발잡이로 왼쪽 측면을 전담하는 선수들이 아니라는 공통 분모도 있다.

자연스레 왜 와일드카드 한 자리를 풀백에 활용하지 않았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범위를 넓혀 봐도 마땅한 자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대표팀에서 좌측 수비는 주로 홍철(울산)이 맡는다. 지난번 대표팀 소집 때 파울루 벤투 감독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그를 선발해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최근 이기제(수원 삼성)와 강상우(포항 스틸러스)를 선발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1옵션은 홍철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탁된 설영우는 소속팀에서 홍철이 부상으로 빠져 있을 때 왼쪽 측면을 커버하며 주전을 꿰찬 기대주. 강상우도 예비엔트리에 포함돼 있긴 했으나 왼발을 주로 사용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었다. 김학범 감독은 결국 내부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을 선발하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김학범호에서 그동안 가장 꾸준히 기회를 얻었던 김진야는 설영우, 이유현과 경쟁을 통해 다시 한 번 증명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 가운데 하나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익명의 관계자의 발을 인용한 AP통신이 도쿄 올림픽 축구 엔트리가 18명에서 22명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한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영향 등으로 다수 국가에서 엔트리 확대를 요청했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공식화된다면 경기별로 22명 중 상황에 따라 18명 출전 선수 명단을 꾸릴 수 있게 된다.

올림픽은 일반적인 국제대회가 23명의 엔트리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18명만을 활용해 치러야 한다. 짧은 기간 많은 경기에 잡혀 있어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수록 강행군이 이어진다. “최종 엔트리가 18명이 아닌 20명, 21명, 23명이었으면 좋겠다고 어젯밤까지도 생각했다”고 말했던 김학범 감독에게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22명으로 엔트리가 늘어난다면 한 자리는 고민이 큰 풀백 자원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꾸준히 김학범호에 이름을 올렸던 강윤성(제주 유나이티드)이 유력 후보로 점쳐진다.

김 감독은 “지금까지 선수들이 얼마나 이겨내는가를 보는 과정이었다면 2일부터는 팀 조직력 강화를 준비할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의 체력과 준비, 희생 등을 모두 체크했다. 이젠 조직적인 부분을 가다듬을 것이다. 수비를 안정화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건 측면에서부터 비롯된다. 이제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방법은 조직력 강화와 내부경쟁을 통한 동반 상승효과 뿐이다. 사령탑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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