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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한국산 오타니'? 간절함이 만든 원맨쇼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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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한국산 오타니'? 간절함이 만든 원맨쇼 [MLB]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0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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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가혹할 정도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 사령탑의 신뢰 부족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결과로 보여주는 게 절실히 필요할 때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보여줬다. ‘안산공고 4번타자’는 승리를 위해 직접 해결사로도 나섰다.

김광현은 1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1 미국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하며 시즌 2승(5패) 째를 따냈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슬라이더를 앞세운 탈삼진으로 헤쳐 나갔다. 타선의 득점지원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며 값진 승리를 따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이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데뷔 첫 결승타를 때려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너무나도 기다렸던 승전보였다. 빅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8경기에서 패배 없이 3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1.62로 신인왕급 성적을 냈던 김광현. 단축 시즌이었기에 올 시즌을 앞두고 각오가 남달랐다. 첫 시즌 활약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지 않았다.

상대팀은 김광현에 대해 더 잘 준비해온 탓인지 지난 시즌에 비해 어려움도 나타냈다. 2번째 경기였던 신시내티 레즈전 5⅔이닝 1실점하며 첫 승리를 따냈으나 2승을 챙기기까지 이리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올 시즌 12경기 ERA는 3.98 최상의 투구라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1승 5패는 가혹한 결과였다. 마이크 실트 감독은 김광현이 등판할 때면 조급해졌다. 충분한 믿음을 주기보다 잠깐 흔들리는 것 같으면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를 하나 남겨두고도 교체를 불사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돼 김광현의 경기당 평균이닝은 5이닝을 채 넘지 못했다.

어느 때보다 간절했고 이날은 다른 면모를 보였다. 슬라이더가 해법이었다. 96구 중 절반에 가까운 45구가 슬라이더였다. 이날 얼마나 컨트롤이 잘됐는지 나타내주는 대목이다. 삼진 5개도 모두 슬라이더로 잡아냈다. 속구 최고 시속이 143㎞에 불과했음에도 상대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2회 2사 1,3루에서 아스드루발 카브레라를 만난 김광현은 과감한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냈고 3회 내야 안타와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한 뒤에도 중견수 뜬공과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리며 1실점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4회 1사 2루에서도 대타 앤드루 영에게 삼진을 잡아낸 김광현은 로하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5회엔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2회말 2사 1,2루 김광현이 상대 투수의 빠른 싱커를 통타, 2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타석에서도 빛났다. 최근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투타 겸장으로서 MLB를 달구고 있는데 이날 만큼은 김광현이 한 수 위였다.

양팀이 0-0으로 맞선 2회말 2사 1,2루에서 타석에 나선 김광현은 볼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선발 라일스 스미스의 시속 149㎞ 싱커를 받아쳤다. 타구는 전진해 있던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로 넘어 담장까지 흘러갔고 주자 2명이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김광현과 불펜 투수들이 리드를 지켜내며 김광현은 결승 2타점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4월 24일 신시내티전에서 빅리그 첫 안타를 때려냈던 김광현은 68일 만에 MLB 첫 장타, 타점과 함께 다시 한 번 자신의 승리를 장식할 수 있었다. 지명타자 제도를 사용하는 KBO리그에서 단 3타석에 나서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던 김광현의 프로데뷔 첫 결승타이기도 했다.

팀이 4-0으로 앞선 4회말 무사 1루에선 움베르토 카스테야노스의 초구에 완벽한 번트를 성공시키며 1루 주자 에드문도 소사를 2루에 보냈다. 소사가 폴 골드슈미트의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추가 득점의 발판을 놓은 셈이 됐다.

무려 11번째 도전 만에 챙긴 시즌 2승. 시즌 ERA도 3.98에서 3.79까지 낮췄다. ‘베이브류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이어 타석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투수로 거듭날 가능성을 보였다.

마운드에서도 슬라이더의 힘으로 잘 버틴 김광현은 11번째 도전 만에 시즌 2승 째를 따냈다. [사진=AP/연합뉴스]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 나선 그는 “예전엔 아무리 길어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경기가 6~7경기 정도였다. 이번에 내 최고기록을 경신했다”며 “계속해서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하는 동안 ‘다음 경기에는 이기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반성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더욱 간절해졌다. “최대한 점수를 주지 말고 한 타자, 한 타자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그런 간절함이 행운으로 따라왔다”고 승리 비결을 전했다.

결승타 장면에 대해선 “처음엔 외야로 타구를 보냈다. 외야수가 전진 수비를 하고 있어서 운 좋게 2루타가 됐다”며 “배트를 조금 가벼운 것으로 바꿔 연습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트 감독 또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김광현이 결정적인 타구로 팀에 리드를 안겼다. 운동 신경이 좋은 선수”라며 “지난해 타석에 서지 못했지만 올해 노력해 타격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타자로서 재능에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옆에서 지켜본 골드슈미트도 “김광현이 좋은 스윙을 한다. 타격할 때마다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우리에게 흐름을 안겨주는 중요한 안타였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타자로서 잘 나가던 오타니는 이날 뉴욕 양키스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2피안타 5사사구 1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좀처럼 제구가 되지 않았다. 타석에서도 웃지 못했다. 1번 타자로 나섰지만 1회초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28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오타니다. 투수로도 12경기 3승 1패 ERA 3.60으로 잘 던지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날 만큼은 김광현이 투타 양면에서 오타니보다 훨씬 나은 활약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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