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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기대주①] 양궁 강채영-김우진, '태극궁사' 힘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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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기대주①] 양궁 강채영-김우진, '태극궁사' 힘을 보여줘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02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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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오는 23일 개막한다. 한국 선수단은 전체 33개 정식종목 중 13개 종목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를 획득, 톱10에 진입한다는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Q(큐)는 대회 전까지 포디엄에 오를 후보들을 종합해 시리즈로 송출한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태극 궁사'들은 고도의 숙련도와 정신력을 겨루는 양궁에서 지금껏 압도적인 성적을 내왔다.

1988 서울 올림픽 금메달 3개를 비롯해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금메달 3개씩 땄고, 2016 리우 올림픽에선 남녀 개인·단체 4개 종목을 휩쓸었다. 1972년 뮌헨 대회부터 올림픽 양궁 40개 금메달 중 23개를 한국이 차지했다.

이번 2020 도쿄 올림픽에선 남녀 2명이 조를 이뤄 경쟁하는 혼성전이 추가돼 금메달 총 5개가 걸렸다. 남자 김우진(청주시청), 오진혁(현대제철), 김제덕(경북일고), 여자 강채영(현대모비스), 장민희(인천대), 안산(광주여대) 등 6명으로 이뤄진 대표팀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 5개 싹쓸이다.

대회 개막 바로 다음 날(24일) 혼성전 결승전이 치러진다.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 양궁에서 나올 거라 기대를 모으는 배경이다. 박채순 한국 양궁 국가대표팀 총감독은 개막일 진행되는 남녀 개인전 예선 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를 혼성전에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양궁 대표팀 여자부 에이스 강채영과 남자부 히든카드 김제덕.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개인전은 3발 5세트, 단체전은 6발 4세트, 혼성전은 4발 4세트로 진행된다. 한 세트를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획득해 세트 점수 합산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정규 세트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슛오프 한 발로 승부를 가른다. 득점이 같으면 표적지 중앙으로부터 더 가까운 지점에 화살을 쏜 선수나 팀이 승리한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도쿄 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리는 유메노시마 양궁장 내부를 본 딴 세트 훈련장을 만들어 놓고 시뮬레이션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바닷가에 있는 유메노시마 양궁장과 기후, 환경이 비슷한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특훈도 했다.

이번 대회 남자 양궁 금메달 기대주로는 16세 고등학생 김제덕이 꼽힌다. 양궁인들 사이에서도 '천재'로 통한다. 20년 전 임동현, 10년 전 김우진처럼 '고교궁사' 타이틀을 달고 최종 선발전 3위에 오르며 당당히 대표팀에 들었다.

김제덕은 지난달 초 도쿄 올림픽 전초전 격으로 광주에서 열린 2021 아시아컵 남자 개인전에서 우승하며 기세를 올렸다. 생애 처음 출전한 성인 국제대회에서 김우진을 상대했는데, 한 박자 빠르게 활시위를 놓으며 김우진을 압박했다.

박채순 감독은 "해외 우수한 선수들도 (김)우진이랑 붙으면 심리적으로 밀리곤 하는데, (김)제덕이는 마치 옆에 우진이가 없는 것처럼 활을 쐈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제덕의 가장 큰 강점은 한 발, 한 발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대범함이다.

매우 직선적이고 과감한 경기 스타일을 지닌 데다 해외에 노출이 거의 안 돼 있어 단체전에서 히든카드 역할도 잘 해낼 것이라는 평가다.

[사진=연합뉴스]
김제덕은 활 쏘는 타이밍이 빠르고 대범해 단체전 히든카드로 기대를 모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강채영의 강점은 힘과 집중력이다. [사진=연합뉴스]

여자 대표팀 에이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전까지 부동의 세계랭킹 1위를 지켰던 강채영이다. 현재는 2위다.

그의 강점은 힘과 집중력. 

보통 여자 궁사들은 장력이 38~40파운드인 활을 쓰는데, 강채영은 43~44파운드짜리를 당긴다. 화살에 힘이 더 많이 실리다 보니 바람 영향을 덜 받는다. 유메노시마 경기장은 바닷가에 있어 바람이 많이 분다. 강채영의 파워가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채영은 집중력도 좋아 대진표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더 안정된 경기력을 보인다. 월드컵(파이널 포함)에서 통산 금메달 15개를 목에 걸었는데, 은메달은 1개뿐이니 결승전 승률이 무려 93%다.

강채영은 그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5년 전 리우 대회 때는 대표 선발전 4위로 탈락했고,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코로나19로 대회가 연기돼 2번이나 대표 선발전을 치러야 했다. 박채순 감독은 "강채영이 마음고생을 많이 하면서 더욱 단단해졌다. 훈련 때 남다른 각오가 느껴진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랭킹 1위 브래디 엘리슨이 남자 개인전 가장 강력한 적수로 꼽힌다. [사진=EPA/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리우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개인전 2회전에서 탈락했던 김우진도 이번 대회를 벼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자 대표팀 최고 적수는 브래디 엘리슨(미국)이다. 10년 넘게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해왔다. 현재도 세계랭킹 1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11개, 월드컵(파이널 포함) 금메달 28개 등 메달 총 55개를 휩쓸었다. 

한국 오진혁(현대제철)과 김우진(청주시청)은 월드컵 개인전에서 각 3개와 2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내부경쟁 수준 차가 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엘리슨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설명하기는 충분하다. 호주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한국 지도자 이기식 감독이 미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10년 넘게 엘리슨을 지도하고 있다.

엘리슨은 2016 리우 대회 개인전 준결승에서 구본찬(현대제철)에 슛오프 끝에 졌다. 결국 구본찬이 우승까지 차지했다. 단체전 결승에서도 한국에 패했으니 이번 대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을 터.

엘리슨이 한국의 대항마라면 김우진은 앨리슨 천적이다. 김우진은 엘리슨과 국제대회 개인전에서 7차례 만나 6번 이겼다. 최근 6연승 중이기도 하다. 김우진은 세계랭킹은 5위로 엘리슨보다 낮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한국선수들이 국제대회에 거의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 랭킹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박채순 감독은 "우리 선수들 기량이 엘리슨에 객관적으로 앞서며, 정신력도 더 강하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 최종적으로 넘어야 할 것은, 결국 엘리슨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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