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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축구 보는 벤투, 해법은 단 하나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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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축구 보는 벤투, 해법은 단 하나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06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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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중동 5개국. 파울루 벤투(52) 감독은 애써 침착한 반응을 보였지만 걱정이 커지는 게 사실이다. ‘침대축구’가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위한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벤투 감독은 5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 편성에 대해 “어느 팀을 상대로 하든, 어떤 어려움이든 우리는 극복할 능력이 있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걱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중동 국가들의 악명 높은 침대축구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5일 기자회견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조 편성에 대한 생각을 전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빙산의 일각일 뿐이지만 벤투 감독도 앞서 침대축구를 경험했다. 지난달 13일 열린 레바논과 2차 예선 최종전에서 선제골을 내준 뒤 레바논 선수들이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자 물병을 걷어차며 답답한 심경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기는 승리로 마무리됐으나 앙금은 풀리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아시아축구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축구가 겪어온 것들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었다. 더욱 강력한 상대들과 만날 최종예선에선 한국을 제외한 5개 국가가 모두 중동 국가들이다. 한국은 A조에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과 함께 편성됐다. 조 2위까지 본선에 나서고 3위에 머물면 B조 3위와 대륙별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놓고 다툰다.

벤투는 “A조는 상당히 어려운 조라 평가한다. 실력이 엇비슷한 팀들이 포진해있다. 실력은 비슷하지만 각 팀의 경기 스타일은 다르다”며 “모든 팀들의 스타일이 다르고 그로 인해 직면해야할 문제와 경기 진행 양상 다르기 때문에 각각에 맞춰 잘 준비해야한다. 우리도 상대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 준비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한다”고 밝혔다.

2차 예선에서 레바논의 침대축구에 고전했던 한국. [사진=연합뉴스]

 

침대축구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벤투 감독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우리의 플레이를 하는 것 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한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며 “스스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집중할 것이다. 물론 변수들도 최대한 치밀하게 준비하겠지만 단단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규칙이 바뀌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농구처럼 실제 플레이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는 방식이 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제골이 유일한 해법이다. 반대로 선제 실점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공격은 강력하게, 수비는 안전하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 당연한 이치인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란 정도를 제외하면 중동 팀들은 객관적 실력 우위를 보이는 한국과 만나면 쉽게 드러눕는다. 그러나 지고 있는 상황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앞서갈 때 누워서 시간을 끌던 이들은 경기가 뒤집어지면 벌떡 일어서 빠르게 경기를 진행시킨다. 때론 비기기 위한 전략을 쓰기도 하지만 지고 있을 때도 시간을 끄는 팀은 없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건 선제골이다. 이른 시점에 골을 넣으면 여유롭게 우리만의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실점하면 지극히 수비적이고 조그만 충돌에도 쓰러지는 이들의 플레이에 흐름을 빼앗기기 쉽다. 그동안 중동 팀들을 만나 고전했던 익숙한 패턴 중 하나였다.

황의조(오른쪽)와 손흥민을 앞세운 화끈한 공격력으로 선제골을 넣는 게 침대축구를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전망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기대를 자아내는 점은 대표팀의 스쿼드 면면이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는 것이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성장했고 황의조(지롱댕 보르도)는 벤투 감독 부임 후 최고의 골잡이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에서도 두자릿수 득점을 만들어내며 뜨거운 골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에게 기회를 연결해줄 이강인(발렌시아)과 이재성(홀슈타인 킬), 권창훈(수원 삼성) 등도 좋은 기량을 갖춘 이들이다. 후방에선 김민재(베이징 궈안), 김영권(감바 오사카) 등이 선제 실점 방어에 나선다.

이란과 다시 한 조에 포함됐다는 건 또 다른 부담이다. 최근 10년 6경기에서 한국은 2무 4패로 승리가 없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만났는데 원정에선 유효슛을 하나도 날리지 못하고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벤투 감독은 “이란은 조직력과 개인 능력이 좋은 팀이고 피지컬적으로도 상당히 뛰어난 팀이기 때문에 경계해야한다”면서도 “하지만 넘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우리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진 팀이다. 최종예선에서는 쉬운 팀이 없다. 경기별로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어느 팀을 상대로 하든 홈이든 원정이든 어떤 어려움이든 우리는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준비가 돼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신감 바탕으로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는 9월부터 험난한 최종예선 일정이 시작된다.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위한 벤투호의 진짜 여정이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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