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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찬 막고 양의지 치고, 옛 곰들의 반란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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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찬 막고 양의지 치고, 옛 곰들의 반란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07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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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옛 정은 잊었다. 이젠 마늘과 쑥 대신 과감한 투자 속 곰 탈을 벗고 공룡이 된 이용찬(32)과 양의지(34). 둘은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 두산 베어스를 저격했다.

NC는 6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에서 7-3 승리했다.

NC의 3연패 탈출의 중심에 선 건 공교롭게도 두산 출신 이용찬과 양의지였다.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은 이용찬이 6일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등판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양의지는 두산 팬들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2006년 입단 후 곧바로 경찰 야구단을 거치며 성장한 양의지는 본격적으로 맞은 1군 첫해부터 주전 포수로 자리 잡았다. 2010년 20홈런을 때려내며 장타력을 입증한 그는 이후 영리한 투수리드와 정교한 타격을 바탕으로 리그 최고 포수로 발돋움했다.

두산에 두 차례 우승을 견인한 양의지는 2018시즌을 치른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김현수(LG), 민병헌(롯데) 등을 지켜내지 못했던 두산이지만 양의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체 불가능한 카드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양의지는 4년 125억 원을 제시한 NC로 향했다.

이듬해 두산이 박세혁을 성장시키며 정상에 오르긴 했으나 양의지의 활약을 보면 타격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양의지는 2019년 포수 타격왕에 올랐고 지난해 NC에 창단 첫 우승을 안겼다.

올 시즌도 순항 중인 양의지는 두산을 만나 힘을 냈다. 지난 두 시즌 두산전 타율 0.354로 강세를 보였다. 그만큼 두산 투수들에 대해 꿰뚫고 있었고 이는 NC가 지난해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양의지 또한 친정팀 두산을 상대로 쐐기 홈런을 날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이날도 양의지의 활약은 빛났다. 팀이 3-0으로 앞서가던 3회초 최원준을 상대로 우측 큰 타구를 날려 희생플라이로 1점을 보탰다. 두산이 2점을 따라붙자 양의지는 대포를 가동했다. 5회초 최원준의 속구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시즌 20호로 최정(SSG)과 함께 이 부문 공동 선두로 올라선 양의지는 올 시즌 무패(7승) 행진을 달리던 두산 토종 에이스 최원준에게 첫 패배를 안겼다. 이날 3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2타점, 타율 0.350으로 친정팀을 상대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타율 2위, 장타율(0.671)과 OPS(1.121)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마운드엔 또 다른 ‘탈 베어스’ 이용찬이 있었다. 드류 루친스키가 6이닝 2실점으로 잘 버티고 내려온 뒤 공을 넘겨받은 임창민은 아웃카운트를 추가하지 못한 채 흔들렸다. 임정호가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지만 볼넷을 내주며 2사 1,3루 위기에 몰리자 이동욱 감독은 이용찬을 불러올렸다.

지난해 6월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뒤 처음 오른 잠실 마운드. 그러나 그는 익숙한 두산이 아닌 NC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FA 재수를 택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시즌 후 시장에 나온 이용찬에 대한 관심은 차가웠다. 건강이 보장된다면 가치가 충분한 투수였으나 확신을 갖기 힘들었다. 두산 또한 마찬가지. 이용찬은 쇼케이스까지 나서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결국 NC는 3+1년 최대 27억 원에 이용찬을 품에 안았다.

친정팀 홈 잠실구장을 찾아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이용찬.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양석환을 시속 150㎞ 가까운 빠른공으로 삼진아웃시킨 이용찬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사에서 허경민과 강승호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박세혁과 박건우를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경기 전 동료들, 김태형 감독과 반갑게 인사한 이용찬은 처음 마운드에 오른 7회가 아닌 8회 두산 팬들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위기 상황이라 경황이 없었다는 이용찬은 “두산 팬들께 죄송스럽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했다. 걱정과 달리 두산 팬들은 이용찬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새로운 도전에 힘을 보탰다.

“경기 전 감독님, 코치님, 두산 선수들을 만났는데 모두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는 그는 “상대팀으로 분석해보니 ‘역시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실점으로 막아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복귀 후 불펜으로 5경기에 나서 2홀드를 챙겼다. 평균자책점(ERA)은 3.38. NC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용찬은 “수술 받고 재활하면서 이론적인 공부를 많이 했다. 던지는 방법을 더 고민하고 연구하다 보니 구위도 살아나는 것 같다”며 “아프지 않다는 게 가장 고무적이다. 수술 후 계획대로 잘 준비했고 이젠 통증 없이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디펜딩챔피언 NC는 다소 주춤하다. 37승 34패 2무로 선두에 6.5경기 뒤진 5위. 그러나 변함없는 활약을 뽐내고 있는 양의지와 본격적으로 마운드에 힘을 보태고 있는 이용찬을 중심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는 NC다. 2계단 더 아래에 있는 7위 두산 팬들 입장에선 씁쓸함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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