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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호탕한 웃음의 의미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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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호탕한 웃음의 의미 [MLB]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0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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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호탕하게 웃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팀을 맞아 더할 나위 없는 경기를 펼쳤다. 5, 6월 승수 쌓기에 애를 먹었지만, 고전 속에서 성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광현은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SF)와 2021 MLB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공 89개를 던져 안타 3개, 볼넷 2개만 내주고 삼진 2개를 잡았다.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QS, 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를 기록하며 3승(5패)째 수확한 김광현은 평균자책점(ERA·방어율)을 3.79에서 3.39로 대폭 낮췄다. 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11경기 만에 승리한 데 이어 시즌 첫 연승이다. 2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된 건 MLB 데뷔 후 처음이다.

지난해 MLB에 입성한 김광현이 지금껏 최고의 활약을 펼친 날을 꼽자면 지난해 9월 밀워키 브루어스전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87구를 뿌려 7이닝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했음에도 팀은 1-2로 패했던 날이다. 이번엔 승리까지 수확했다.

[사진=연합뉴스]
김광현이 우타자가 즐비한 샌프란시스코를 요리했다. [사진=AP/연합뉴스]

김광현이 샌프란시스코를 상대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올 시즌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1위를 달리는 팀이다. 5일 기준 MLB 승률은 0.639로 가장 높았다. 김광현은 경기 전까지 이닝 선두타자 출루율이 0.339였는데, 이날은 선두타자 출루율을 0.143으로 억제했다. 시즌 2승째 따내기까지 68일이 걸렸는데, 5일 만에 또 승리를 추가했다. 긴 부침 뒤 맛 본 승리라 더 달콤하다.

김광현은 우타자가 즐비한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상대로도 주무기 슬라이더를 과감히 활용했다. 슬라이더 38개로 8차례 헛스윙을 유도하고, 2번 '콜드 스트라이크(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공에 타자가 스윙하지 않는 것)'를 얻어냈다. 직구(33개)도 최고 시속 147㎞, 평균 시속 143㎞로 빠르지는 않았지만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찌르며 콜드 스트라이크 11개로 이어졌다.

4회초 돌발 상황도 잘 넘겼다. 샌프란시스코 4번 타자 다린 러프를 맞아 초구 볼을 던진 뒤 휘청이더니 이내 얼굴을 찡그렸다. 올해 2차례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명단(IL)에 올랐던 만큼 우려가 따랐지만 몇 차례 연습 투구 뒤 괜찮다는 의사를 전했다. 후속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후 5회는 공 6개, 6회는 공 5개로 막는 효율을 보여줬다. 7회말 다시 선두타자 러프에 스트레이트 볼넷을 던졌지만, 후속 타자 3명을 모두 땅볼로 돌려세우는 위기관리 능력도 뽐냈다. 반면 7회 급격히 흔들린 가우스먼은 7이닝 3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시즌 3패(8승)째 안았다.

7회까지 막은 뒤 마운드를 내려온 김광현의 호탕한 웃음에서 지난 긴 부진 터널을 통과했다는 안도감은 물론 페이스를 되찾았다는 자신감과 환희까지 모두 느낄 수 있었다.

경기 뒤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7회초 공격에서 점수를 얻어 기분이 더 좋았다. 올스타전(14일) 앞서 한 차례 더 등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해 좋은 성적(3승, ERA 1.62)을 거뒀고 올해도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시범경기 때 허리 부상을 당하고, 정규시즌 성적도 좋지 않아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사진=연합뉴스]
김광현이 미국 커리어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사진=연합뉴스]

김광현은 "오늘 경기를 계기로 자신감을 되찾고 최상의 모습을 보이겠다"며 "앞으로 조급해하지 않고, 경기를 즐기면서 남은 시즌을 치르고 싶다. 허리, 어깨, 팔꿈치 등 내 몸을 잘 살펴주는 트레이너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4회말 부상이 우려됐던 상황에 대해선 "스파이크가 마운드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불펜 피칭할 때는 이런 일이 한두 번 있었는데 실전에선 처음이었다. 부상은 아닌데 놀랐다. 트레이너를 불러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당연히 칭찬일색. 

미국 지역지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는 "김광현은 5회를 공 6개로 막았고, 6회는 공 5개로 땅볼 3개를 유도했다"며 "상대 선발 가우스먼보다 효율적이었다. 뛰어난 범타 유도 능력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AP통신은 가우스먼에 전혀 밀리지 않은 김광현을 조명하기도 했다. 김광현에게 승리 공을 돌린 수훈 타자 맷 카펜터 인터뷰를 전했다. 7회 가우스먼을 상대로 2타점 3루타를 때린 카펜터는 "'KK(김광현의 별명)'는 정말 좋은 투구를 펼쳤다. 힘겨운 투수전 양상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김광현은 4일 휴식한 뒤 오는 11일 오전 8시 15분 리글리필드에서 열리는 시카고 컵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하는 일정과 마주한다. 샌프란시스코전이 올 시즌 그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반기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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