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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 코치의 쓸데없는(?) 사명감 "한국축구 진입장벽 깨봐야죠" [SQ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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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 코치의 쓸데없는(?) 사명감 "한국축구 진입장벽 깨봐야죠" [SQ인터뷰②]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08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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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한철(32) 후에고FC 코치 겸 AAFC 코치는 쉴 틈이 없다. 

대학교 때까지 축구를 하다 그만두고 지도자로 제2 인생을 시작한지 어언 10년. 전에는 FC서울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본업인 축구코치로서 유소년 팀과 성인 팀 모두 몸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역량을 쌓느라 여념이 없다.  

한철 코치는 동료 코치들과 축구 기본기를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 '유노풋볼'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체대 스포츠산업경영전공 석사 학위를 땄고, 현재는 숭실대 체육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틈틈이 대한축구협회(KFA) 등에서 주관하는 지도자, 트레이너, 전력분석관 교육 코스를 이수하며 소위 지도자로서 '육각형'을 넓히고 있다.

지금이야 '운동하는 학생,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지향하지만 한철 코치가 선수였던 때만 해도 공부와 운동은 별개였다. 스무살 넘어 제대로 시작한 공부가 쉬울 리 없다. 그럼에도 쉬지 않고 공부하고 전진한 이유는 명확하다. 

선수로 데뷔하지 못하더라도, 혹은 선수 경력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공부하고 노력한다면 한국에서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본인은 "쓸데없는 사명감"이라는 말로 에둘러 표현했지만 결연한 의지를 감출 생각은 없어 보였다. 자연스레 결이 맞는 후에고FC와 함께하게 됐다.

*본 인터뷰는 후에고 코칭스태프 인터뷰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한철 코치는 자신과 결이 맡는 후에고FC 코치직 제안을 선뜻 수락했다.

◆ 후에고 X 한철

- 후에고FC를 맡은 이유는?

"우리나라에선 선출(선수 출신) 중에서도 커리어가 좋은 지도자들의 시작점 자체가 높다. 비(非)선출이거나 프로를 경험하지 못한 지도자들 입장에선 진입장벽이 높다. 10년째 유소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많이 느꼈다. 아직도 지도자들끼리 출신을 따지는 일이 많다. 지도자를 보는 첫 시작점이 선수 경력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선수로서 쌓은 커리어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지도자로서 공부하고 준비한 가능성 있는 많은 지도자들이 벽을 느끼고 축구계를 떠나는 일을 자주 봤다. 후에고가 지도자를 양성한다고 했을 때 한국에서 지도자가 레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주저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 후에고FC는 K7리그 소속이지만 전력분석관이 2명이나 있다. 본인도 전력분석 과정을 공부했다.

"이용훈, 임승협 분석관님이 도와주고 있다. 어떤 레벨이든 자신들의 영상을 본다는 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굉장한 학습효과가 있다. 경기영상을 보면서 문제점을 찾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전력분석관 자격증이 없다. KFA에서 준비 중이라고 한다. 실제로 대학이나 프로 산하 유스 팀에도 전력분석관이 있는 팀은 많지 않다고 들었다. 이렇게 많은 코칭스태프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팀은 없을 테니, 당연히 K7리그에는 전무한 사례일 것이다. 영상을 보면 다들 재밌어 하더라. 확실히 '동네축구는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전력분석이라는 게 장비는 물론 시간도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 KFA에서 주관하는 전력분석관 코스를 수강했다. 김보찬 A대표팀 분석관, 정상권 전임 분석관이 강사로 오셨는데, 퇴소할 때 '존경스럽다'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작업량이 정말 많다. 촬영은 물론 이를 토대로 편집하고, 선수들의 시청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핵심만 간추릴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있어야 한다."

- 한철 코치는 팀닥터 구실도 하고 있다고?

"어쨋든 이 바닥에서 코치 일을 오래 해왔다. 열악한 상황에서 닥터 역할도 맡게 된 셈이다. 우리 팀 코칭스태프는 만능이 될 수밖에 없다."

- 그렇게 출범한 후에고FC, 시즌 첫 승이 몰수승이었다.

"상대 팀에서 특출나게 잘하는 선수였는데, 콜네임과 실제 이름이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이한 성이었는데, 불리는 이름이 달랐다. 매니저가 이의를 제기했는데, 확인해보니 등록되지 않은 선수였다. 그 팀은 그날 몰수패 처리된 건 물론 향후 3시즌 디비전 시스템 출전 금지 징계를 받게 됐다.

우리 팀도 이적해온 선수들이 규정상 6개월 동안 뛸 수 없어 그런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스포츠정신에 입각해서 지더라도 룰을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해 전화를 돌려가면서 선수들의 출전을 종용했다.

언론에 보도까지 됐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이런 사례가 알려지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K5~7리그가 아직까지 아마추어 레벨이라 하더라도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앞으로 승강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발전하기 위해선 이런 면에서 더 철저히 잘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철 코치는 지도자로서 다방면으로 역량을 쌓고 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주하다.

◆ 공부하고, 또 공부하며, 계속 공부한다

-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꽤 많더라.

"축구에 필요한 7가지 기본기를 영상으로 제작해 동영상 플랫폼에 판매 중이다. 이를 짧게 편집해 유튜브에도 올리고 있다. 다른 코치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 다방면으로 역량을 쌓고 있는 느낌이랄까.

"우리나라에서 축구 지도자로 살아남고 싶다. 많은 공부를 해야만 기회가 생길 거라 생각했다. 석사 학위를 따고,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유다. 과거에는 선수들의 기술적인 면을 지도하는 데 집중했다면 현재는 코칭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전력분석, 트레이너, 멘탈코칭 등 아우를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 석박사 과정을 통해 심리론, 트레이닝 방법론 등을 배웠다. 피지컬 코치 자격 취득도 준비 중이다."

- 쉴 틈 없이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있다. 본업도 있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바쁘게 사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이렇게 하면서도 '어디서 나를 불러주긴 할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받는다. 선수로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지도자로서 공부를 많이 하고 준비하면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한다는 응원이다.

공부가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내가 운동하던 때는 선수들은 공부와 벽을 쌓던 시절이다. 선수 출신이 박사 과정을 밟고, 유소년도 지도하고, 영상도 올리고 있다. 이번에 후에고를 맡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알리고 있는 중이다."

- 프로 산하 유스 팀 코치직 제안을 거절했다고?

"그렇게 열심히 살다보니 지난해 프로 산하 18세 이하(U-18) 팀 코치직을 제안 받았다. 보수 등 여러 면에서 지금보다 안정적인 자리였다. 어쩌면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장독을 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좀 더 묵혀야 한다고. 자격증도 많이 따고, 공부도 더 많이 한 뒤 스스로 만족할 만한 때가 오면 또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구단에 들어가면 다른 공부를 병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주변에서 미쳤다고 했지만, 올해 협회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게 됐고, 후에고FC도 하게 됐다. 그래도 희망을 봤던 순간이다. '열심히 하다보니 불러주는 팀이 있구나' 하고."

'지도자 사관학교'를 모토로 하는 후에고FC를 맡고 있는 한철(왼쪽) 코치와 권혁민 코치.

◆ 동기부여의 원천, 그 특별한 사명감

- 지도자로서 사명감이 있다고.

"한국축구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지도 스타일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다. FC서울 저학년 유소년 팀을 데리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다. 아다르베라는 현지 클럽의 오스카 페르노 코치가 우리 팀을 지도한 적 있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정적인 기술 훈련을 많이 한다. 제자리에서 또는 콘을 세워놓고 많이 운동한다. 스페인은 실제 경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슛, 패스 등 독립적인 기술 훈련이 아니라 경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한국에서도 잘한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갔는데, 스페인 친구들에게 상대가 안됐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어릴 때는 한국 선수들이 우수하다는 통념이 그때 깨졌다. 결국 교육방식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짧게나마 배운 걸 현재 지도하고 있는 유스 팀에 적용하고 있다. 선수들 수준이 제법 높아 프로 산하 유스팀 관심도 많이 받고 있다. 스페인에서 배운 방식을 조금씩 입히고 있는데, 아이들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이번에 후에고FC에서 함께하게 된 UEFA Pro 라이센스를 보유한 권혁민 코치 지도법도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축구가 선진 지도방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후에고 모토가 지도자 사관학교다. 관심 있는 지도자들이 많이 모였으면 한다. 우리가 좋은 선례를 남기면 분명 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 궁극적으로 후에고를 통해 뭘 하고 싶나?

"한국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선 축구가 '참여' 스포츠로 바뀌어야 한다. 메가 이벤트 때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였으니 그동안은 '관람' 위주였다. 한국은 유독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구분하는데,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 A는 운동하는 선수, B는 공부하는 학생으로 구분해선 안된다. 그런 장벽을 허물어야 부상 등으로 학생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두게 됐을 때 다른 길도 생각할 수 있다.

쓸데없는 사명감이 있다. 같이 운동했던 축구인들이 사회에서 자리를 잘 못잡는 경우가 많다. 축구산업에 종사하는 게 쉽지 않은 구조다. 축구를 하다 은퇴하고 나서도 충분히 스포츠산업에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디비전 시스템 도입은 KFA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후에고FC가 활약하면 '지도자 양성소'란 타이틀을 알리는 것은 물론 K7리그 및 아마축구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 있다. 당연히 후에고를 통해 젊은 지도자들을 알리는 것도 목표다. 축구판 전체의 저변 확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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