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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파란', 어찌 '에릭센 효과'로만 규정하리 [유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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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파란', 어찌 '에릭센 효과'로만 규정하리 [유로 2020]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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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또 연장 혈투가 벌어졌다. 이번엔 덴마크가 사상 첫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우승을 노리는 잉글랜드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다. 덴마크 돌풍은 결국 4강에서 멈췄지만 이번 대회 축구 팬들에게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에이스' 크리스티안 에릭센(29·인터밀란)이 조별리그 첫 경기 도중 심장이 멈춰 쓰러졌다. 의료진 응급처치에 목숨을 건졌지만 향후 선수생활에 큰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덴마크는 에릭센을 위해 뛰었고, 덴마크를 적으로 만난 상대 모두 에릭센의 쾌유를 빌며 우정을 보여줬다. 핀란드와 벨기에에 2연패 한 덴마크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대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16강에 합류하더니 4강까지 들었다.

덴마크는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유로 2020 준결승전에서 정규시간 동안 1-1로 비겼지만 연장에서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1-2로 패하고 말았다.

1992년 이후 29년 만의 우승 도전은 여기서 멈추게 됐다. 에릭센 때문에 똘똘 뭉치게 됐지만 덴마크 실력을 '에릭센 효과'로만 규정하기는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훌륭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담스고르 선제골에 기뻐하는 덴마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4강 진출은 '에이스' 에릭센이 빠진 뒤 구성원 모두가 제 몫을 잘해줬기에 이룬 성과다. [AFP/연합뉴스]

에릭센이 다쳐 중단됐다가 재개된 핀란드전에선 0-1로 졌다. 이후 심기일전한 덴마크는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랭킹 1위 벨기에를 압도했지만 아쉬운 결정력 속에 1-2로 패했다. 러시아와 최종전에선 결과를 보상받았다. 4-1 완승을 챙겼고, 2패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2위로 토너먼트에 합류할 수 있었다.

에릭센이 빠진 뒤 간절함이 더해졌다. 또 특정인물에 의존하지 않고 끈끈한 조직력을 보여준 게 상승요인이 됐다.

특히 미켈 담스고르(삼프도리아) 발견은 최대 수확이다. 에릭센이 빠져 공격작업에 창의성이 부족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따랐는데, 담스고르가 날카로운 킥과 드리블 센스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벨기에전 맹활약하더니 러시아, 잉글랜드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다. 이제는 주요 빅클럽의 관심을 받고 있다.

유수프 폴센(RB라이프치히), 마틴 브레이스웨이트(바르셀로나), 카스퍼 돌베르(아약스) 등 공격진 모두 제 몫을 했다. 중원에선 토마스 델라니(도르트문트),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요하킴 메흘레(아탈란타)가 존재감을 보여줬고, 센터백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첼시), 야닉 베스테르고르(사우샘프턴),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레스터 시티) 등 수비진도 이름값을 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부상이 팀을 하나로 결집시켰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티안 에릭센 부상이 팀을 하나로 응집시켰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유로 2020 대회 곳곳에서 에릭센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진=AP/연합뉴스]

'다이너마이트' 별명 답게 공격력이 폭발할 때는 상당한 위력을 보여줬다. 총 12골을 넣었으니 결승에 오른 스페인(13골) 다음으로 득점이 많다.

16강에서 전 대회 4강에 오른 웨일스를 찍어눌렀다. 후반에만 4골을 몰아쳤고, 8강에선 체코를 2-1로 제압했다. 잉글랜드전에서도 담스고르는 프리킥 선제골을 넣었고, 슈마이켈은 이어진 잉글랜드 공세를 버텨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카스퍼 휼만트 덴마크 감독은 잉글랜드전 앞서 "나와 선수들 모두 에릭센을 가슴에 안고 뛰고 있다. 그가 쾌차한 걸 기쁘게 생각한다. 항상 그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에릭센 역시 단체 메신저 방에서 동료들에게 "자랑스럽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에릭센은 자신을 구해준 의료진과 함께 유럽축구연맹(UEFA) 초청을 받고 결승전을 관전한다. 동료들이 결승전 피치를 수놓는 걸 보진 못하게 됐지만 덴마크 동화는 축구계에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 에릭센을 위해 뛰었고, 결국 에릭센 없이도 경쟁력을 보여주며 한 차원 성장한 덴마크를 향한 박수갈채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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