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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류현진, 후반기 더 기대되는 이유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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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류현진, 후반기 더 기대되는 이유 [MLB]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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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우리가 알던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돌아왔다. 잠깐 동안 부진은 털고 안정적이면서도 위협적이었던 그 시절 ‘괴물’의 면모를 되찾았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021 미국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서 5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긴 이닝을 책임지진 않았으나 토론토는 일찌감치 큰 점수 차로 앞서갔고 류현진은 6회부터 마운드를 맡기고도 팀이 10-2로 이겨 시즌 8승(5패) 째를 따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9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5회 우익수의 호수비에 기뻐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달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주무기로 꼽히던 체인지업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6월 휴스톤 애스트로스와 첫 경기 5⅔이닝 7실점을 시작으로 지난 2일 시애틀 매리너스(4이닝 5실점)과 격돌할 때까지 부침을 겪었다.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ERA) 5.35를 기록했다.

이날도 체인지업을 수차례 던져봤으나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속구 42개(49%) 비중이 확실히 늘었고 체인지업(18구), 컷패스트볼(16구), 커브(8구), 싱커(2구)가 뒤를 이었다. 빠른공 구속과 비중을 더 높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속구의 힘을 더 붙였고 최고 시속은 149㎞까지 올라갔다. 

가운데 떨어지는 컷 패스트볼로 1회 첫 타자 세드릭 멀린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류현진은 2번 오스틴 헤이스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았다.

위기에서 류현진은 풀 카운트 접전을 벌여 체인지업으로 트레이 맨시니를 삼진으로 요리했다. 다음 타자 라이언 마운트캐슬에겐 결정구로 커브를 던져 역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도 빛났다. 1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번 오스틴 헤이스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았지만 삼진 3개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를 결정구로 다양한 선택지를 보였다.

류현진은 말썽인 체인지업을 대신해 속구 스피드를 높이고 정교한 제구로 위기를 벗어나 승리를 챙겼다.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2회에도 1사 후 라이언 매케너에게 볼넷, 팻 벌레이카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해 1,2루 위기에 몰렸는데 도밍고 레이바를 2루수 땅볼, 오스틴 윈스에게 커브를 던져 삼진을 빼앗고 불을 껐다. 3회에도 볼넷 하나를 내줬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4회는 이날 첫 삼자범퇴.

5회가 위기였다. 시작과 함께 3안타를 맞았다. 무사 만루에서 헤이스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다. 이어진 1사 1,3루 류현진은 맨시니에게 우익수 뜬공을 유도해냈는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기막힌 송구까지 더해지며 홈으로 쇄도하는 3루 주자를 잡아내 추가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ERA는 3.65에서 3.56으로 낮췄음에도 풀타임으로 보냈던 시즌 중 올해보다 전반기 ERA가 높았던 건 2017년(4.21) 단 한 번 뿐이었다. 4월 2.60, 5월 2.64로 잘 던졌으나 6월 흔들린 게 뼈아팠다.

그러나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반등 기회를 마련한 건 고무적이었다. 현지에서도 류현진의 호투에 호평일색이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류현진이 드디어 예전에 보여줬던 최고의 폼을 되찾아가고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최고 시속 150㎞ 속구와 트레이드마크인 컷패스트볼을 앞세워 호투했다”며 “예전처럼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공을 잘 던졌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류현진은 지난달 21일 이후 3경기 만에 깔끔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역지 토론토 선은 “토론토는 팀 15안타보다 류현진의 부활이 더 기쁠 것”이라면서 “최근 몇 주는 류현진에게 힘든 시기였다. 그렇지만 류현진은 볼티모어 전에서 예전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타자들을 각기 다른 변화구로 잡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투구를 마치고 심판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류현진. 전반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한 류현진은 휴식기를 맞는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경기 후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에 나선 류현진은 “시즌 초반에 좋은 경기를 하고 좋은 성적이 난 것은 잘됐지만 아쉬운 점은 6월”이라며 “6월 한 달 동안 어려운 경기를 많이 했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 전반기가 끝났으니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후반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빨라진 속구 구속에 대해선 “특별히 의도한 건 아니다. 똑같이 했는데 오늘이 좋았던 것 같다. 다른 건 크게 없었다”며 “근래 가장 나은 제구였다고 생각한다. 체인지업도 이전 몇 경기보다는 좋은 코스로 많이 나왔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전반기 일정을 마친 류현진은 13일부터 16일까지 이어질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다. 류현진은 휴식기 일정을 묻는 말에 “내일 되면 후반기 첫 등판이 언제일지 얘기가 나올 것이고 그에 맞춰 준비할 것이다. 푹 쉬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찰리 몬토요 감독은 체인지업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완벽하게 휴식기를 맞이하게 됐다. 체인지업이 오늘 살아났다. 큰 의미가 있다”며 “제구가 전반적으로 근래 가장 나았다는 생각든다. 체인지업도 이전 몇 경기보다는 좋은 코스로 많이 나왔다”고 평ㄱ했다.

6월 부진 이후 체인지업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에 골몰했던 류현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속구 구속을 끌어올리며 효과를 봤고 덩달아 흔들리던 제구도 잡았다. 이젠 체인지업의 완성도만 더 높이면 완벽해질 수 있다.

때 마침 쉬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맞은 건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류현진 걱정은 사치’라는 말이 있다. 적절한 휴식 시간이 주어진 만큼 후반기 활약이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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