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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기대주⑪] 류한수 김민석, 한국 레슬링 저력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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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기대주⑪] 류한수 김민석, 한국 레슬링 저력 보여주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16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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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오는 23일 개막한다. 한국 선수단은 전체 33개 정식종목 중 13개 종목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를 획득, 톱10에 진입한다는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Q(큐)는 대회 전까지 포디엄에 오를 후보들을 종합해 시리즈로 송출한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레슬링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자취를 감출 뻔했다. 극심한 편파판정, 부정부패 논란 속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개혁 권고를 무시하다 올림픽 퇴출 위기에 몰렸다. 이후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집행부를 교체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벌인 끝에 IOC로부터 올림픽 정식종목 지위를 회복했다.

도쿄 대회에선 남자 그레코로만형, 남자 자유형, 여자 자유형 3종목이 펼쳐진다. 각각 6개 체급 총 18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눈길을 끄는 건 '파테르'(벌칙을 받은 선수가 매트 중앙에 두 손과 무릎을 대고 엎드리게 한 뒤 상대가 공격하도록 하는 자세)의 부활이다. 세계레슬링연맹은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편파판정 논란 원인으로 꼽힌 파테르를 폐지했는데, 이후 경기가 지루해졌다는 평가가 나오자 이를 부활시켰다. 스탠딩 기술이 좋은 한국선수들에겐 불리하다는 분석이 따르지만 경기 재미요소는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 레슬링 국가대표팀 목표는 '메달 획득'이다. 레슬링은 그동안 효자종목으로 군림했지만 2000년대 후반 이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08년 베이징 대회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선 '노골드' 수모를 겪었다.

이번 대회 출전권도 두 장밖에 얻지 못했다. 역대 최소 규모다. 지난 5월 불가리아에서 열린 올림픽 세계 쿼터대회 직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돼 대다수는 출전도 못하고 티켓 획득 기회조차 놓치는 불운이 따랐다.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도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불참해 올림픽행이 좌절됐다.

남자 그레코로만형 72㎏급 간판 류한수(이상 33·삼성생명)와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 김민석(28·울산남구청) 두 명만 도쿄 무대를 밟는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우승만 추가하면 그랜드슬램읃 달성하는 한국 레슬링 간판 류한수는 그레코로만형 72㎏급 금메달 획득을 노린다. [사진=연합뉴스]

류한수는 도쿄 올림픽에서 우승해 무너진 레슬링 자존심을 세우겠다며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다.

오랜 기간 동갑내기 김현우와 함께 한국 레슬링을 이끌어왔다. 올림픽 메달은 없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2013, 2017년)나 정상에 섰고, 아시안게임(2014, 2018년)과 아시아선수권(2015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만 제패하면 박장순, 심권호, 김현우에 이어 한국 레슬링 사상 4번째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리우 대회 8강에서 탈락했던 류한수가 숙원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 세계선수권에서만 3차례나 우승한 체급 최강자 프랭크 스태블러(독일)다.

김영일 SBS 레슬링 해설위원은 "스태블러는 경력에 비해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하지 않아 전력을 분석하기 껄끄러운 상대"라며 "현재 해당 체급에서 최고로 평가받는다"고 평가했다. 그의 최대 강점은 그라운드 플레이. 지구력과 근력이 뛰어난 그는 매트에 엎드려서 펼치는 기술이 좋다. 이번 대회 파테르가 부활해 그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류한수는 맞잡기 등 스탠딩 기술에 장점이 있다. 결국 스탠딩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금메달도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김민석은 동양 선수들 불모지로 통한 최중량급에 파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레슬링은 그동안 남자 그레코로만형 경량급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유의 섬세한 기술과 빠른 몸놀림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반면 무제한 최중량급은 서구 선수들의 주무대였다. 기술보다는 체격조건과 힘이 승패를 좌우하는 경향이 짙어 전통적으로 서양 선수들이 득세했다.

동양 선수들은 슈퍼헤비급 경기를 시작한 1969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선수권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서양 전유물이던 레슬링 최중량급에 파란을 일으킨 인물이 바로 한국의 김민석이다. 그는 3년 전 헝가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130㎏급에서 동메달을 수확하며 레슬링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현재 세계랭킹 15위인 김민석은 어렸을 때부터 큰 덩치에 비해 몸이 유연해 기술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성대를 졸업한 뒤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2017년 아시아선수권 3위로 입상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동메달을 획득하며 국제 경쟁력을 입증했다. 올림픽 티켓 2장이 걸렸던 도쿄 올림픽 아시아 쿼터대회 준결승에선 세계랭킹 5위 나빈 나빈(인도)를 누르고 본선행을 확정했다.

운도 따랐다. 그는 지난 4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했다 오른쪽 엄지발가락 통풍 증세로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귀국했다. 그때 계속 해외에 체류했던 대표팀 동료들은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돼 큰 풍파를 겪었다. 부상 덕에 코로나 감염 위험에서 벗어난 그는 동료들 몫까지 모든 걸 쏟아내고 오겠다는 각오다.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레슬링선수가 될 수 있도록 운동을 권유하고 지원해주신 아버지가 몇 년 전부터 편찮으시다"며 "꼭 메달을 획득해 아버지 목에 걸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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