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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올림픽? '도쿄 스캔들' 대체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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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올림픽? '도쿄 스캔들' 대체 어디까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2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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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연일 새로운 문제가 터져나온다. 2020 도쿄올림픽이 개막하기도 전부터 시끄럽다. 이번엔 악취다.

20일(한국시간)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 호주 폭스 뉴스 등에 따르면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이 펼쳐질 오다이바 해변은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장균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

하나하나 다 손보지 못할 만큼 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은 오다이바 해상공원에서 악취 문제를 등에 업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1년 미뤄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준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대회를 결국 1년 미루게 만들었고 일본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천신만고 끝에 오는 23일 개최하기로 했으나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19일 “부패와 성 스캔들, 코로나 문제 등으로 도쿄 올림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악취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미 2년 전부터 부각됐던 문제였는데 이를 해결하지 못한 것. 2019년 도쿄 오다이바 해상공원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 오픈워터 경기 때부터 무더위와 악취 문제가 처음 떠올랐다. 프랑스 AFP통신은 물론이고 현지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국제수영연맹(FINA)이 정한 기준치 이상의 대장균이 검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결국 당시 대회는 취소됐다.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은 경기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오염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외신들은 오다이바 해상공원의 심각한 수질로 인해 화장실 냄새가 난다고 전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모래를 쏟아 붓기도 하고 물속에 가림막을 설치해봤지만 수질은 개선되지 않았고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은 체력적 한계와 함께 악취와도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더 큰 불안요소도 남아 있다. 도쿄 하수도는 화장실 등 생활하수와 빗물을 한 데 모은 뒤 바다로 흘려보내는데 많은 비가 쏟아질 경우 저장 공간이 넘쳐 이 물이 오다이바 해변으로 그대로 유입될 수 있다. 악취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무관중으로 대회를 치를 일본 도쿄스타디움. [사진=연합뉴스]

 

카누와 조정이 열릴 도쿄만 우미노모리 수상경기장엔 굴이 빠르게 번식하고 있다. 굴이 달라붙은 수상 장비는 가라앉았고 확인 결과 그 규모가 14톤에 달했다는 것. 일본 정부는 15억 원을 들여 14톤의 굴을 모두 제거해야 했는데 대회가 끝난 후 이곳을 경기장으로 재활용할 수 있을지를 우려하고 있다.

이 밖에도 손에 꼽을 수 없을만큼의 문제가 동시에 지적되고 있다. 방역에도 구멍이 뚫려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20일 외국 선수 1명을 포함해 올림픽 관계자 9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1일부터 집계된 올림픽 관련 확진자는 무려 67명까지 불어났다.

코로나19 문제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올림픽은 정치적인 활동을 금지하고 있는데, 정착 개최국이 지극히 정치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선수촌 앞에선 전범기 욱일기를 앞세운 극우단체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또 조직위는 홈페이지에 독도를 마치 일본 땅인 것처럼 표시한 뒤 한국 정부 항의에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대응하고 있으며 욱일기를 이용한 응원도 제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선수촌에 이순신 장군 격언을 재치 있게 바꾼 현수막엔 정치적인 행위라며 반발했다. 결국 선수단은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문구를 내려야 했다.

선수단에 제공될 음식에 대한 불안도 크다. 주최측은 원전 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 지역 식자재를 선수촌 내 식당에 공급하겠다고 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선수촌 인근 호텔에 선수단 급식센터를 차려 한국산 식자재로 만든 도시락을 공급할 방침이다. 선수촌 내 외부 음식 반입이 금지했기에 벌어진 촌극. 일본 언론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은 까다로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아무 문제가 없지만 대한체육회는 방사능 오염을 우려하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는데 미국도 32톤이나 되는 음식을 미국에서 공수해 선수단에 식사를 자체 조달할 예정임을 밝혔다.

대회 조직위는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한국과 미국 등은 별도로 선수단에 식사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진=AFP/연합뉴스]

 

불안한 심리는 일본 내에서도 전파되고 있다. 당초 올림픽 강행에 일본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 입장을 나타냈었는데, 이를 의식한 듯 후원사에서도 몸 사리기에 나섰다. 2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스폰서 기업 사장 등 해당 기업 대표들의 불참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대형 스폰서인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후지쓰, NTT, NEC 등은 물론이고 일본항공(JAL) 또한 참석 문제를 신중히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 올림픽 개최 반대 여론이 강한데, 개회식에 참석할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을 초래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 “눈에 띄어봐야 좋을 게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도쿄올림픽 후원 자체가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개회식 불참은 물론이고 올림픽 관련 일본 내 TV 광고까지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환경을 고려해 재활용 가능한 골판지로 만든 침대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조직위에 따르면 폭 90㎝, 길이 210㎝의 침대는 200㎏까지 하중을 견딜 수 있다고 하는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할 선수들은 안전성 등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진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의 형 아베 히로노부는 2012년부터 지난 5월까지 미쓰비시그룹 계열사 미쓰비시상사 패키징 사장을 역임했는데 골판지 제품을 판매하거나 골판지 업체에 원재료를 납품하는 기업이었다. 각종 국가사업에 쓰인 골판지 제품을 해당 회사에서 납품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별다른 해명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대회가 개막하기 전부터 이처럼 시끄러운 올림픽이 또 있었을까.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문제만이 아니어서 더욱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성공 여부를 떠나 정상적으로 올림픽을 마칠 수 있을지에 의문이 따라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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