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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준우승, 명가 부활 신호탄 [대학축구연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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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준우승, 명가 부활 신호탄 [대학축구연맹전]
  • 임부근 명예기자
  • 승인 2021.07.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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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임부근 명예기자] 오랜 시간 겨울잠을 자던 '안암골 호랑이'가 깨어났다. 값진 준우승이다. 

고려대학교는 지난 17일 강원도 태백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용인대와 제16회 1·2학년 대학축구연맹전 결승전에서 2-5로 졌다. 

2004년 이후 17년 만의 정상 도전은 물거품이 됐지만 지난 몇 년간 부진을 거듭하던 고려대가 결승 무대에 선 것은 의미가 있다. 전국대회 결승에 오른 게 2017년 왕중왕전 이후 4년 만이다. 우승은커녕 결승 근처에도 못 갔던 고대의 부활이다. 

고려대는 오랜 시간 자존심을 구겼다. [사진=김병용님]
고려대는 오랜 시간 자존심을 구겼다. [사진=김병용 제공]

2017년의 고려대는 화려했다. 조영욱(22·FC서울), 송범근(전북 현대), 박상혁(김천 상무), 박대원(이상 23·수원 삼성) 등 연령별 대표를 거친 수준급 자원이 많았다. 이에 힘입어 U리그 역사상 최초로 왕중왕전 2연패를 일궜다. 전력이 워낙 세 '고대 왕조'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으나 이듬해부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고려대는 2018년 U리그 3권역에서 5승 2무 5패에 그쳐 왕중왕전에 출전조차 못했다. 왕중왕전 우승팀이 다음해 대회에 나오지 못한 사례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춘계,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설상가상 영원한 라이벌 연세대를 상대로 리그 2연패, 정기전까지 '싹쓸이 패배'를 당해 자존심을 구겼다. 

2019시즌을 앞두고 '자존심 회복'을 외쳤지만 큰 반전은 없었다. 3권역에서 4위로 힘겹게 왕중왕전에 진출했으나 첫 경기(32강)에서 청주대에 0-5,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춘계,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는 둘 다 16강에 그쳤다. 2020시즌엔 좋았던 초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채 또 한 번 왕중왕전 진출에 실패했다. 

자존심이 크게 상한 고려대는 2021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줬다. 오랜 시간 팀을 이끌었던 서동원 감독과 결별했다. 모교 출신이면서 능력을 갖춘 감독을 원했던 고려대는 단국대를 강팀으로 만든 신연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동시에 신입생 모집에도 큰 힘을 들여 좋은 선수들을 뽑았다.

2021년에도 출발은 아쉬웠다. 지난 2월 춘계대학축구연맹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승 1무 1패를 기록했는데 광주대와 중앙대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사진=김병용님]
[사진=김병용 제공]

아쉬움은 리그가 개막하고 나서 천천히 지웠다. 개막전에서 국제사이버대에 2-3으로 지긴 했지만 이후 8경기 무패(6승 2무)를 질주하며 리그 3위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2위와 승점 차가 1에 불과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

고려대가 속한 3권역은 인천대, 수원대, 한양대, 국제사이버대 등 강팀이 속해 있는 '죽음의 권역'이다. 아마추어로만 구성된 서울대를 제외한 모든 팀(7개)이 최근 4년 간 한 번 이상은 왕중왕전에 진출한 적이 있을 정도이니 좋은 성적을 낸 건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자신감은 저학년 대회로도 이어졌다. 조별리그를 전승, 11골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통과한 고대는 32강에서 까다로운 상대 인천대를 1-0으로 이겼다. 이후 건국대(2-0), 울산대(4-1) 등 우승후보마저 차례로 격파하고 4강에 올랐고 박호민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전주기전대를 5-2로 완파했다. 

결승전에선 고개를 숙였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고려대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핵심 수비수 오상준은 "아쉬움은 있지만 대회를 통해 큰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저학년 대회를 통해 확실한 자신감을 얻었다 [사진=김병용님]
저학년 대회를 통해 확실한 자신감을 얻은 고려대. [사진=김병용 제공]

고려대의 성과는 또 있다. 현재 베스트11의 대부분이 저학년이라는 점이다. 풍부한 경험치를 쌓은 이들이 추계대학축구연맹전, 리그 후반기에서 주축으로 성장해 좋은 성적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저학년 대회에서의 선전이 꼭 다른 대회의 선전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고대는 저학년이 무섭게 성장하고, 신연호 감독의 전술이 팀에 확실히 녹아들고 있어 확실히 긍정적이다. 선수들의 의지도 남달라 보인다. 저학년, 고학년 가릴 것 없이 매번 인터뷰에서 "고대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한국 체육계에서 고려대가 가진 상징성은 긴 설명이 필요없다. 주요종목 축구에서의 4년 침묵은 너무 길었다. 자존심에 생채기 났던 고려대가 명가 부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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