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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양궁은 왜? 놀라운 원칙주의 중요성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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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양궁은 왜? 놀라운 원칙주의 중요성 [도쿄올림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26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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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종주국 태권도를 비롯해 효자 역할을 했던 어떤 종목도 이토록 독보적인 행보를 걷진 못했다. 한국 양궁이 이렇게까지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주몽의 후손이기 때문이라는 점만으로는 한국 양궁의 우월성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강채영(25·현대모비스)-장민희(22·인천대)-안산(20·광주여대)는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6-0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양궁 역사성 올림픽 최초 9연패. 올림픽 전체로 범위를 넓혀 봐도 역사상 3번째다. 한국 양궁의 위대함. 그 이유는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강채영(왼쪽)-장민희-안산으로 구성된 양궁 여자 대표팀은 25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양궁 사상 최초 9연패를 달성했다.[사진=연합뉴스]

 

한국 양궁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5개를 쓸어 담았다. 전날 여자 단체전 금메달로 동계 최고 효자 쇼트트랙(24개)의 기록을 앞섰다. 쇼트트랙이 종목 수가 더 많다는 걸 고려하면 한국 양궁의 위압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보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게 더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우스갯 소리만은 아닌 게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강채영을 제치고 3위로 태극마크를 단 장혜진은 2관왕에 올랐고 당시 탈락으로 눈시울을 붉혔던 강채영은 이번 대회 바로 단체전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직전 대회 금메달을 따고도 다음 올림픽에서 대표팀에도 선발되지 못하는 게 부지기수였다. 그만큼 뛰어난 선수들이 꾸준히 나왔다. 마르지 않는 ‘화수분’ 같았다.

쇼트트랙도, 유도도, 이외 많은 종목들 또한 뛰어난 선수들은 많았다. 그러나 양궁과는 큰 차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대한양궁협회의 행정이다.

막내 듀오 김제덕(왼쪽)과 안산은 첫 출전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혼성 경기에서 이번 대회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사진=연합뉴스]

 

양궁협회는 그 어떤 종목 협회보다도 투명하고 공정한 원칙 주의를 내세우는 단체로 유명하다. 한국 양궁이 40년 가까이 최강자 자리를 굳게 지킬 수 있는 배경이다.

한국 양궁 대표 선발전은 이러한 협회의 공정함의 산물이다. 과거 경력과 경험 등 정성평가가 아닌 철저히 결과만 반영한 정량평가로 선수를 선발했다. 이 과정에서 신진급 선수들이 뽑히는 경우도 많았다. 경험 부족이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기우였다. 이번 대회에도 여자 대표팀은 모두 올림픽이 첫 출전인 선수들로 구성됐지만 ‘막내 듀오’ 안산과 김제덕(17·경북일고)은 혼성 경기에서 금메달을 수확했고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 정상에 섰다.

오직 실력만으로 평가받는다는 믿음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심어줬고 무한경쟁 체제는 더 좋은 선수들이 탄생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협회의 원칙주의 선발로 인해 천금 같은 올림픽 진출 기회를 잡게된 김제덕. 금메달까지 사냥하며 행운의 기회를 잡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됐고 총 3차까지 치르기로 돼 있었던 2020년도 국가대표 선발전도 2차에서 멈췄다. 2020년 대표 선수들에게 그대로 자격을 부여할 것이냐는 문제가 일었지만 양궁협회는 기존에 진행하던 선발전을 재개했고 2020년도 대표 자격만 부여했다. 스스로 세운 원칙을 지킨 것.

당연한 이치지만 이를 지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2021년에 열리는 대회인 만큼 새로 대표를 선발하는 것이 마땅했고 이는 1년 전이 아닌 현재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선수들을 선발하는 계기가 됐다. 김제덕은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대표 선발전을 포기했으나 협회의 원칙주의 선발로 인해 도쿄행 티켓을 손에 쥐었고 결국 금메달까지 목에 걸게 됐다.

이번 대회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혼성 경기에서도 원칙 주의는 빛났다. 처음 도입되는 종목이기에 앞선 대회 경험의 중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협회는 다른 요인을 따져 묻지 않았다. 경기력만을 보기로 했고 남녀 개인전 예선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이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결국 막내지만 예선에서 남녀 각각 1위를 차지한 김제덕과 안산이 기회를 잡았고 경험 부족의 불안함도 있었지만 실력으로 이를 극복해내며 협회의 원칙주의가 옳았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수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 권력 다툼과 편가르기, 선수 선발의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잘 나가던 스포츠가 몰락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사회 전반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다. 올림픽 정신을 정확히 따르는 양궁의 원칙과 공정성이 더욱 주목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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