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6:22 (금)
김희진이 돌아왔다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상태바
김희진이 돌아왔다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28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김희진(30·IBK기업은행)이 돌아와 제 컨디션을 찾자 비로소 좌우가 균형을 맞췄다. 한국 배구 여자 대표팀이 본선 첫 승을 거뒀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세계랭킹 14위 배구 여자 대표팀은 27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시작된 2020 도쿄 올림픽 배구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최약체 케냐(24위)를 세트스코어 3-0(25-14 25-22 26-24)으로 눌렀다.

브라질(2위)과 첫 경기에서 셧아웃 완패한 한국은 8강 진출을 위해 '1승 제물'로 점찍었던 케냐를 상대로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승점 3까지 획득했다. 조 편성상 도미니카공화국(7위), 일본(5위), 세르비아(10위)로 이어지는 남은 일정에서 1승 이상 더 챙겨야만 8강에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감을 충전했다.

특히 김희진 활약이 고무적이다. 부상 회복 후 첫 실전이던 브라질전에선 부진했던 그가 이날은 팀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올리며 승리를 견인했다.

[사진=연합뉴스]
여자배구 대표팀 주전 라이트 김희진(가운데)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사진=FIVB 제공]

라바리니 감독 부임 이후 붙박이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뛰어온 김희진은 올림픽 전초전 격인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참가를 앞두고 수술대에 올랐다. 시즌 내내 달고 다닌 무릎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빠른 재활을 거쳐 VNL 이후 국내에서 진행한 최종 훈련에 합류했고, 기대 이상의 회복 속도로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김희진 복귀는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키 185㎝ 작지 않은 신장에 미들 블로커(센터)도 소화할 수 있다. VNL에선 박정아(한국도로공사)나 정지윤(현대건설)이 라이트로 나섰다. 정지윤은 힘은 좋지만 높이(180㎝)가 낮아 세계 무대에서 고전했다. 김희진이 주전 라이트로 제 몫을 해준다면 리시브가 다소 약하지만 신장(187㎝)과 해결 능력을 갖춘 박정아를 김연경(상하이)의 윙 스파이커(레프트) 대각 파트너로 세워 전반적인 높이를 강화할 수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을 맡은 뒤 줄곧 김연경 의존도를 낮추는 데 집중했고, 김희진은 그 핵심인물이었다. 지난 2019년 FIVB 월드컵에서 득점 전체 12위(139점)에 오르며 10위(143점)를 차지했던 이재영과 함께 김연경(136점) 부담을 덜어주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삼각편대 위용을 갖춰가던 중 이재영이 학교폭력(학폭)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뒤 대표팀에서 이탈했다. 이제 이재영 공백은 박정아가 메운다. 케냐전은 김희진이 살아나야만 김연경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한 판이었다.

김희진은 서브에이스 4개, 블로킹 1개 포함 20점(공격성공률 62.5%)을 뽑아냈다. 주전 세터 염혜선(KGC인삼공사)은 의도적으로 김희진을 적극 활용하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브라질전을 통해 예열을 마친 김희진은 리시브와 연결이 불안한 케냐를 맹폭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희진이 살아나자 주장 김연경(오른쪽)도 좀 더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 [사진=AP/연합뉴스]

오른쪽 공격이 활력을 찾자 세터는 자연스레 좌우중앙을 모두 활용할 수 있었다. 김연경과 박정아가 각각 16, 9점으로 거들었다. 특히 앞으로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보다 강한 팀들을 연달아 상대하는 데 있어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서브감각을 끌어올린 점 역시 수확이다. 이날 서브에이스 8개를 폭발시켰다. 김희진이 이 중 절반을 책임지며 앞장섰다.

5년 전 리우 올림픽 8강을 비롯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 등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김희진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이번 대표팀에서 해줘야 할 몫이 상당하다.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

VNL 16개 팀 중 15위(3승 12패)로 마쳤고, 강호 브라질을 상대로도 힘 없이 패배해 처져있었는데 분위기를 반등했다. 단 최약체 케냐를 상대로 2세트 크게 앞서다가 추격을 허용했고, 3세트에도 듀스 접전을 벌이는 등 경기력은 여전히 불안했다. 확실히 결정짓고 달아나야 할 때 점수 차를 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A조에선 브라질과 세르비아가 2승씩 거뒀고, 한국과 일본이 1승 1패를 기록 중이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케냐는 2패씩 당했다. 한국은 29일 오전 11시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연승에 도전한다. 상대적으로 해볼만한 팀이지만 27일 브라질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까지 벌인 만큼 현재 전력에선 한국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케냐전 얻은 자신감은 안고가되 자만은 금물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