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29 (토)
오지환 '엔트리 논란?', 국대를 '지배'하다 [도쿄올림픽 야구]
상태바
오지환 '엔트리 논란?', 국대를 '지배'하다 [도쿄올림픽 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29 22: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엔트리 논란을 비웃기라도 한 것일까. 오지환(31·LG 트윈스)이 국가대표 에이스로 거듭났다. 본연의 임무인 안정적인 내야 수비는 물론이고 경기를 지배하는 매서운 타격까지 더해 올림픽 2연패를 향한 쾌조의 시작을 가능케 했다.

오지환은 29일 일본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2020 도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에 7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 투런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 활약하며 한국의 6-5 승리를 이끌었다.

‘오지배’라는 별명이 국가대표에서도 통한다는 걸 증명한 활약이었다. 그간 적지 않은 야구 팬들에게 미운털이 박혀있었던 그였는데, 부정적 인식을 털어낼 수 있는 결정적 경기력이었다.

오지환이 29일 2020 도쿄올림픽 야구 B조 1차전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동점 투런포를 날리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지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진 결정적 계기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였다. 당시 오지환은 다소 아쉬운 성적에도 대표팀에 승선했다.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군 입대까지 미뤘던 오지환은 계획대로 금메달을 따내 병역 특례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선발을 둘러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은 국정감사에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성적에 따른 선발”이라는 설명만으론 설득력이 충분치 않았기에 오지환의 병역 해결을 위한 배려였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3년 뒤. 이번에도 오지환은 태극마크를 달았다. 다시 논란이 일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올 시즌 타율이 0.237. 국가대표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처럼 보였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투수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선 탄탄한 수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수비만을 봤을 때 오지환보다 뛰어난 유격수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평가전에서 활약하고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타격감이 가장 뛰어난 타자라는 평가를 받은 오지환은 이날 날아올랐다. 첫 타석 깔끔한 안타로 시작한 오지환은 잘 던지던 선발 원태인이 3회초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이안 킨슬러에게 투런 홈런을 맞자 4회말 2사 1루에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홈런포를 날렸다.

수비에서도 안정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 오지환(왼쪽). [사진=연합뉴스]

 

수비에서도 빛났다. 이어진 5회 수비에서 발빠른 스텝으로 타구를 처리한 뒤엔 이승엽 SBS 해설위원으로부터 “천연잔디가 아닌 인조잔디이기에 타구가 더 빨리 흐르는데 오지환이 준비를 잘했다”며 수비력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2-2로 맞선 6회초 3루 파울플라이 때도 허경민이 잡기 까다로운 타구를 악착같이 쫓아가 그물망 앞에서 걷어냈다.

4회부터 공을 넘겨받은 최원준도 눈부신 호투를 펼쳤으나 6회 또다시 홈런에 주저앉았다. 이번엔 라이언 라반웨이에게 뼈아픈 한 방을 내줬다.

그러나 오래 흔들리지 않았다. 7회말 공격에서 이정후와 김현수가 연타석 홈런으로 동점을 이뤄냈다. 2사 2루에 다시 등장한 오지환. 한복판에 몰리는 빠른공을 힘껏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역전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조상우의 호투로 5-4 리드를 지킨 9회초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손쉽게 늘렸지만 또 하나의 홈런으로 고개를 숙였다.

9회말 1사 1루에서 오재일이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혔는데 볼넷으로 걸어 나간 강백호가 주루플레이 미스로 2루에서 도루 아웃되며 허무하게 역전 기회를 놓쳤다.

끝내기 주자 박건우를 격려하는 오지환(왼쪽에서3번째). [사진=연합뉴스]

 

결국 연장승부. 2008년 베이징 대회 때부터 도입된 승부치기가 실시됐다. 경기가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긴박감 넘치는 승부를 위해 신설된 승부치기는 주자를 1,2루에 올려둔 채 이닝을 시작하는 방식.

투수의 중압감이 더 클 수밖에 없는 환경. 10회초 다시 오승환이 등판했다. 이스라엘의 선택은 번트였다. 2,3루에 주자를 보내놓고 점수를 낼 수 있는 보다 확률 높은 방법을 택하겠다는 것. 오승환-양의지 배터리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는데, 상대가 3번트 작전을 들고 나오자 하이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만들어냈다. 이어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KKK,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치고 공을 야수들에게 넘겼다.

기분 좋게 10회초를 마무리한 한국의 타순은 황재균-오지환-허경민. 2루 주자로 강백호 대신 박건우가 들어섰고 선두타자 황재균은 깔끔한 희생번트로 주자를 2,3루에 옮겨 놨다. 끝내기 주인공이 될 기회를 잡은 오지환의 절묘한 타구가 3루수 호수비에 잡혔다.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 허경민이 몸에 맞는 공으로 걸어 나갔고 만루에서 양의지마저 옷깃에 공을 맞고 행운이 섞인 밀어내기 6-5 승리를 챙겼다.

1차전을 승리한 한국은 오는 31일 오후 7시 미국과 B조 2차전을 치른다. 미국마저 잡아내면 A조 1위와 승자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는 3개국 2조,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치러지는데, 한 번 패배로 탈락하지 않지만 승자전에 진출하게 되면 경기수를 최소화할 수 있어 미국전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 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