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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도 당한 '홈런 주의보', 야구 2연패 최대변수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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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도 당한 '홈런 주의보', 야구 2연패 최대변수 [도쿄올림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30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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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리그 최고 투수 원태인(삼성 라이온즈)도, 상대 타선의 혼을 쏙 빼놓던 최원준(두산 베어스)도, ‘끝판왕’ 오승환(삼성)도 당했다. 요코하마發(발) 홈런 주의보가 올림픽 야구 2연패를 향한 대표팀을 강타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30일 일본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2020 도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6-5로 신승했다.

자칫 내줄 수 있는 경기였다. 타선의 활약이 돋보였고 투수들의 공도 전반적으로 위력적이었지만 단 한 방에 분위기가 좌우됐다.

오승환이 29일 이스라엘과 2020 도쿄올림픽 B조 1차전에서 9회초 동점 홈런을 맞고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양 팀 도합 홈런 6개가 터져나왔다. 특히 한국의 실점은 모두 홈런에서 비롯됐다.

경기 전부터 이를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일본프로야구(NPB) 요코하마 DeNA의 안방인 요코하마스타디움은 홈플레이트부터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좌우 94m, 중앙 118m인데 이는 KBO리그에서 활용하는 9개 구장과 비교해도 작은 편에 속한다. 부산 사직구장(좌우 95m, 중앙 113m, 높이 6m), 인천 SSG랜더스필드(좌우 95m, 중앙 115m, 높이 2.8m) 정도가 비슷한 규모.

그 중에서도 사직구장과 가장 유사하다. 5m 높이의 펜스로 짧은 비거리를 보완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크지 않다고. NPB 공식전 2628경기에서 5132홈런이 터져나왔다. 무려 경기당 1.95개.

이스라엘 타선이 만만치 않았던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내야수 이안 킨슬러 등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가 8명에 달했고 원태인과 최원준, 오승환 모두 경기 내용은 준수했으나 한 방에 당한 것이라는 점에서 생각해볼 부분이었다.

3개국씩 2조로 나눠 열리는 조별리그를 시작으로 이번 대회는 더블 엘리미네이션으로 치러진다. 한 번 패배해도 기회가 있지만 최대 8경기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모든 경기가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다는 것은 변수다.

선발 투수 원태인도 잘 던지다 3회초 한 방에 고개를 떨궜다. [사진=연합뉴스]

 

1선발 중책을 맡아 첫 투수로 나선 원태인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4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루타를 맞긴 했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3회 선두타자에게 안타, 희생번트를 허용한 그는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킨슬러를 만났다. 가운데 몰린 슬라이더는 결국 담장을 넘어갔다.

4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최원준은 잠수함 투수가 낯선 상대에게 악몽과 같았다. 이스라엘 타자들은 좀처럼 최원준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그러나 6회 1사 1루에서 라이언 라반웨이에게 던진 실투성 공에 고개를 숙였다.

경기를 뒤집은 것도 홈런이었다. 오지환의 2-2 동점 투런포를 시작으로 2-4로 끌려가던 7회에도 이정후, 김현수의 백투백 홈런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뒤 결국 역전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쉽게 가진 못했다. 5-4로 앞선 상황. 등판한 마무리 오승환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손쉽게 잡았는데, 이후 던진 높은 공에 고개를 숙였다.

연장 승부치기 규정으로 주자를 1,2루에 올려두고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던 걸 생각하면 9회 장면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연속 몸에 맞는 공으로 밀어내기 승리를 거뒀지만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경기였다.

추격의 솔로포를 쏘아올린 이정후는 경기 후 "다른 변수는 생각하지 않고 우승을 목표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서 싸울 생각"이라고 구장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승환은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홈런이 자주 나오는 건 알고 있었다. 후배들에게 얘기도 했었다”면서도 “정규이닝에서 끝낼 수 있는 경기에서 동점을 허용해 연장까지 갔다. 정말 죄송하다. 장타를 막을 방법을 더 생각해야 한다”고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단순히 잘 쳐서라고만 풀이하기는 어렵다. 홈런 타구 중 외야로 쭉쭉 뻗는 타구보다는 아슬아슬하게 담장을 넘기는 타구가 더 많았다. 오지환도 “ 뜬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외야 관중석으로 넘어가는 타구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또 다른 홈런의 주인공 이정후는 “부산 사직구장이 요코하마 스타디움과 비슷하다. 바람은 사직보다 많이 불긴했지만 수비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우리는 우승하고자 이곳에 왔다. 다른 변수는 생각하지 않고 우승을 목표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서 싸울 생각”이라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전했다.

자칫 치명타가 될법한 쓰라린 예방주사를 접종했다. 실투는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 투구는 더욱 낮게 제구하고 유인구는 확실히 빠지게 던져야 한다. 이날 경기에서도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상대 방망이를 유혹하는 하이패스트볼로 재미를 본 장면이 종종 연출됐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투구도 좋지만 어느 때보다 제구력에 승부가 좌우되는 올림픽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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