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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신재환 금메달, 여홍철 기술로 양학선 뒤 잇다 [도쿄올림픽 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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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신재환 금메달, 여홍철 기술로 양학선 뒤 잇다 [도쿄올림픽 체조]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8.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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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신재환(23·제천시청)은 한국 체조 비밀병기였다. 도마 세계랭킹 1위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롤 모델' 양학선(29·수원시청) 뒤를 잇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뜀틀 강국 한국 위상을 드높였다.

신재환은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1, 2차시기 평균 14.783점을 획득하며 우승했다.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과 평균 점수가 같지만 아블랴진보다 최고점수가 0.033점 높아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지난 2012년 런던 대회 도마에서 양학선이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이래 9년 만에 조국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신재환은 1차시기 도마를 옆으로 짚고 3바퀴 반을 비틀어 회전해 내리는 6.0점짜리 '요네쿠라' 기술을 펼쳐 14.733점을 획득했다. 이어 2차시기에서 난도가 낮은 5.6점짜리 '여2' 기술을 시도했지만 더 정확한 연기로 1차시기보다 높은 14.833점을 받아 전체 평균 1위를 차지했다. 2차시기 더 완벽한 퍼포먼스를 뽐낸 신재환은 안정적인 착지 뒤 양팔을 펴고 주먹을 불끈 쥐며 1위를 확신했다.

[사진=연합뉴스]
신재환은 착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금메달을 확신했다. [사진=연합뉴스]
신재환이 결선 2차시기에서 시도한 난도 5.6점짜리 '여2' 기술. [사진=연합뉴스]
신재환이 결선 2차시기에서 시도한 난도 5.6점짜리 '여2' 기술. [사진=연합뉴스]

여2는 1996 애틀랜타 도마 은메달리스트 여홍철 경희대 교수 겸 KBS 체조 해설위원의 기술로 도마를 짚은 뒤 공중에서 2바퀴 반을 비틀어 내리는 기술. 양학선의 후계자 신재환이 대선배 여 교수의 기술로 당당히 세계를 제해한 격이다.

아블랴진은 2번 모두 난도 5.6점짜리 기술을 시도했다. 신재환과 소수점 아래 세 번째 자리까지 같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최고점(14.800점)에서 뒤진 2위로 아쉬움을 삼켰다. 그는 특히 2012 런던 대회에서 양학선, 2016 리우 대회에선 리세광(북한)에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건 바 있는데, 이날 다시 '코리안' 벽을 넘지 못했다.

예선에선 더 높은 14.866점을 받으며 1위로 통과한 신재환이 결선에서도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자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첫 올림픽 무대에서 덜컥 포디엄 가장 높은 곳을 차지했다.

양학선과 한국 도마 쌍벽을 이루는 신재환은 단체전 멤버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참가했다. 지난달 카타르 도하 월드컵에선 5위에 머물렀지만, 2018∼2021년 도마 종합 세계랭킹 1위를 확정하면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이 강점으로 꼽히는 신재환은 양학선과 똑같이 난도 6.0점, 5.6점짜리 기술을 펼쳤다. 양학선은 부상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채 예선 탈락했지만 신재환이 바통을 이어받아 9년 전 선배의 영광을 재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재환은 "(양)학선이 형이 원래 도마에 대한 기준치가 70%였다면 95%를 만들었다. 우리가 계속 그걸 따라가려고 하다 보니 도마 실력이 평균 이상으로 올라갔다. 학선이 형은 선배지만 스승이다. 만나면 고맙다고, 형 덕분에 딴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신재환이 체조 경기장에서 태극기를 펄럭이며 도마 강국 위상을 드높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신재환은 시상대에서도 얼떨떨한 듯 굳은 표정을 하더니 메달을 목에 건 뒤에야 이내 씩 웃어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신형욱 기계체조 남자 대표팀 감독은 대회 전 "올림픽 도마에서 경쟁할 선수들 난도가 대부분 6.0점, 5.6점짜리로 대동소이하다"며 "결선 당일 공중 동작 후 얼마나 제대로 착지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재환이 신 감독 예상대로 치열했던 경쟁에서 안정적인 착지에 성공하며 정상에 등극했다.

1988 서울 올림픽 동메달로 한국 체조에 첫 메달을 안긴 박종훈 SBS 체조 해설위원은 이날 경기를 중계하며 "신재환은 원래 기복이 심한 선수였다. 2017년 국가대표로 추천됐을 때 반대도 많았다"면서 "잘할 때는 코치진이 따로 할 말이 없을 만큼 잘했지만, 못할 때는 정말 크게 점수가 떨어질 때도 있는 선수였는데, 큰 대회에서 그 모든 것을 극복했다"며 기뻐했다.

한국 도마는 서울 대회 박종훈 위원(동)을 시작으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유옥렬(동),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여홍철(은), 2012년 런던 대회 양학선(금)까지 꾸준히 메달을 획득했다. 이제 신재환이 '도마의 신' 계보를 이어왔다.

이번 대회 한국 체조는 도합 4명이나 결선에 올리는 쾌거를 썼다.

전날 여자 도마 동메달을 목에 건 여서정(수원시청)뿐만 아니라 이윤서(서울체고)가 개인종합 결선 무대를 밟았다. 류성현(한국체대)은 남자 마루운동 최종 4위에 오르며 한 끗 차로 메달을 놓쳤다. 셋 모두 10대로 다음이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여기에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신재환이 '금빛 도약'을 펼친 덕에 대회를 기분 좋게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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