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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싸움 이긴 역도 이선미-사격 한대윤, 메달만큼 값진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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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싸움 이긴 역도 이선미-사격 한대윤, 메달만큼 값진 4위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8.03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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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역도 이선미(21·강원도청)와 사격 한대윤(33·노원구청)은 2일 각각 자신의 종목에서 4위를 차지했다. 부상을 극복하고 올림픽에 출전한 것도 모자라 세계에서 4번째로 잘하는 선수로 공인 받았으니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선미는 2일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역도 여자 87㎏이상급 결선에서 인상 125㎏, 용상 152㎏로 합계 277㎏을 들어 4위에 올랐다. 3위 사라 로블레스(미국)의 합계 282㎏(인상 128㎏+용상 154㎏)에 단 5㎏ 뒤졌다.

인상 1차시기에서 118㎏을 가볍게 든 뒤 122㎏과 125㎏를 차례로 성공하며 인상 부문을 3위로 마쳤다. 이어진 용상에서 치열한 메달권 경쟁이 벌어졌다.

[사진=연합뉴스]
이선미가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입은 허리 부상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다.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기록을 보유 중인 역도 여자 최중량급 최강자 리원원(중국)은 애초에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합계 320㎏(인상 140㎏+용상 180㎏)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했다. 이선미는 로블레스, 에밀리 캠벨(영국) 그리고 올림픽 사상 첫 성전환 선수 로럴 허버드(뉴질랜드)와 2, 3위를 두고 다퉜다.

이선미는 용상에서도 148㎏과 152㎏을 거뜬히 들어올리며 인상부터 용상 2차시기까지 5차례 연속 성공으로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마지막 3차시기 155㎏에선 실패했다. 합계 283㎏(인상 122㎏+용상 161㎏)을 든 캠벨이 2위, 로블레스가 3위를 차지했다. 큰 관심을 모았던 허버드는 인상 1~3차시기 모두 실패하며 실격됐다.

그는 2017년과 2019년 세계주니어선수권 2연패를 달성하며 '포스트 장미란'으로 불렸다. 장미란이 세운 주니어 기록들을 갈아치우면서 올림픽 메달 기대주로 꼽혔지만 지난해 허리 부상을 당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재활을 거친 끝에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입상은 못했지만 3년 뒤 파리에선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하게 한다. 2위와 격차 역시 단 6㎏밖에 나지 않았다. 경쟁력을 충분히 확인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선미는 경기를 마친 뒤 "그래도 최근에 95% 수준까지 회복한 덕에 아주 실망스러운 경기를 하진 않았다. 처음 부상 당했을 때는 운동을 그만두려고도 고민했다"며 "첫 올림픽이니 실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2024년 파리 올림픽이 열린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운동해야 한다"는 말로 더 나은 내일을 다짐했다.

[사진=연합뉴스]
'늦깎이 사수'로 통하는 한대윤이 속사권총 매력을 알렸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앞서 사격에서도 4위로 아쉽게 포디엄에 오르지 못한 한국선수가 나왔다. 주인공은 '늦깎이 사수' 한대윤.

한대윤은 같은 날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최종 4위(22히트)에 올랐다. 3위로 결선에 진출했고, 초중반에는 선두 경쟁도 했다. 특히 마지막에 동점으로 마친 리웨홍(중국)과 슛오프 접전 끝에 패하며 동메달을 놓쳐 더 아쉽다.

25m 속사권총은 결선에 진출한 6명이 라운드당 4초 안에 5발씩, 총 8회 사격해 승부를 가린다. 4회부터 가장 점수가 낮은 1명씩 탈락하는 서바이벌 방식. 한대윤은 2회차 5발을 모두 명중하는 등 초반 선두권을 유지했다. 비록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한국선수로는 처음 이 종목 결선에 진출해 역대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한대윤은 경기 후 "조급함에 아쉽게 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도 "배울 게 많았던 경기였다. 앞으로 총을 그만 쏠 것도 아니니 이 경험을 잘 살려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대윤은 손떨림 증상을 극복하고 올림픽에서 4위까지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한대윤의 세계랭킹은 36위. 애초에 메달 후보로 평가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국내에선 25m 속사권총이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한대윤 활약은 그가 앞으로 이 종목 선구자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중학교 때 사격을 시작했지만 지난 2017년 선수로서 적잖은 나이 서른이 돼서야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같은 해 근육이 신경을 눌러 생기는 손떨림 증세가 나타나 팔꿈치 부위에 신경이전 수술을 받았다. 사격선수에게 치명적인 손떨림 증상을 극복하고 올림픽에서도 좋은 기량을 보여준 것이다.

지금도 총을 잡을 때 미세하게 손이 떨린다는 그. 한대윤은 "스스로 괜찮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고, 손 주변 근육을 단련해 떨림 증세를 잡아주면 되지 않을까 싶어 손 압력기 등도 자주했다"고 돌아봤다. 그런 노력 끝에 2년 전 다시 대표팀에 복귀했고, 올해 서른 셋 나이로 올림피언이 됐다.

한대윤은 "속사권총이 참 매력 있는 종목인데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조금이나마 내가 속사권총을 알리는 데 거름이 됐으면 좋겠다"며 "어디서나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나이를 불문하고 해나갈 수 있는 게 많지 않을까 싶다. 파리 올림픽에선 지금보다 더 성장해 단단해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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