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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야구] 믿었던 조상우마저, 이의리만 빛난 마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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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야구] 믿었던 조상우마저, 이의리만 빛난 마운드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05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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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9세 신인 왼손 투수가 가장 빛났다. 도중 낙마한 야수를 대신해 투수를 뽑으며 마운드를 강화하려 했으나 쓰는 투수만을 활용했다. 결승행이라는 중압감 속 사흘 쉬고 다시 나선 팀의 막내는 역투를 펼쳤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5일 미국과 2020 도쿄올림픽 야구 패자 준결승에서 2-7로 졌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대회 2연패를 노렸던 대표팀은 승부처를 이겨내지 못한 마운드의 붕괴로 2경기 연속 패배했다. 이제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수확은 동메달이다.

5일 미국과 2020 도쿄올림픽 패자 준결승에 선발 등판한 이의리. 5이닝 9탈삼진 2실점 호투했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사진=연합뉴스]

 

전날 일본과 승자 준결승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끌려가던 경기에서 2-2로 잘 따라붙었으나 8회 아쉬운 실책 뒤 고우석(LG 트윈스)이 무너지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 부진한 선수들은 물론이고 김경문 감독의 경기 운영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거세졌다. 선수 선발 과정부터 잡음이 일었는데, 선발한 선수들을 고루 활용하지 못하고 특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만 높이면서 결과도 좋지 않았기 때문. 투수 교체 타이밍 등에 대해서도 팬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나 더블 엘리미네이션이라는 독특한 제도는 한국에 기회가 됐다. 준결승에서 패하고도 또 다시 준결승을 치르고 결승에 올라서 금메달을 노릴 수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이의리에게 선발 중책을 맡겼다. 나흘 전 도미니카공화국과 녹아웃스테이지 1라운드 경기에서 5이닝 동안 74구를 던졌던 신인 투수. 전체적으로 투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터라 납득이 안가는 결정은 아니었다.

구원 등판한 원태인(왼쪽)이 연속 안타를 내주며 실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회와 4회 1실점씩했으나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5회 2사 후 2안타를 맞고도 트리스턴 카서스에게 2루수 땅볼을 유도했고 뛰어난 베이스커버로 스스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5이닝을 채우며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2실점,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2경기에서 10이닝 동안 162구를 뿌렸다. 피홈런 2개를 포함해 5실점했으나 삼진 18개를 잡아내는 위력투를 펼쳤다.

뒤이어 오른 투수들의 부진은 이의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6회말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한 최원준(두산 베어스)이 볼넷을 내주자 김경문 감독은 곧바로 차우찬(LG 트윈스)을 불러올렸다. 삼진 하나를 잡아냈지만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선발로 활용됐던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공을 넘겨받았다. 가능한 긴 이닝을 맡기겠다는 복안. 

그러나 원태인은 연속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며 1점을 내줬다. 1-3으로 뒤진 1사 만루.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다시 조상우(키움 히어로즈)였다. 대회 첫 경기부터 일주일 동안 4경기 5⅔이닝을 소화하며 90구를 던지고 다시 마운드에 섰다. 믿기지 않는 혼신의 역투를 펼쳤다.

앞선 4경기 90구를 던진 조상우(가운데)가 이날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지 못하고 아쉬움 속에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에도 무실점을 기대하는 건 욕심이었을까. 조상우는 잭 로페스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고 에디 알바레스의 땅볼 때 1점을 더 내줬다. 타일러 오스틴에겐 중견수 방면 안타를 허용하며 2점을 더 내줬다. 결국 이번 대회 100구를 넘긴 채(101구)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1-7. 대체 선수로 발탁한 김진욱(롯데 자이언츠)이 뒤늦게 등판해 카서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승부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어진 7회초 공격에서 힘을 내봤지만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벤치 선수들부터 하나된 마음으로 역전 드라마를 꿈꿔봤지만 새드엔딩이었다. 선수들은 표정에서 통탄함이 묻어나왔다.

야구 팬들의 실망은 커져가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했고 리그 조기 중단까지 됐던 터다. 대표팀도 야구 팬들에게 외면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전을 다짐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도 팬들을 만족시키진 못했다.

물론 아직 대회가 끝난 건 아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결정전에서 승리하면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켜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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