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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희-안우진 징계가 고작? 키움 '눈가리고 아웅' 행정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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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희-안우진 징계가 고작? 키움 '눈가리고 아웅' 행정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06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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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잘못의 크기는 달랐지만 징계 수위는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의 관심이 올림픽으로 쏠려 있을 때 이를 발표했다. 그러나 현명해진 야구 팬들의 비판을 피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키움 히어로즈는 5일 “한현희(28)에게 15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1000만원, 안우진(22)에겐 벌금 500만 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둘은 지난달 5일 원정 숙소를 무단 이탈해 강남 한 호텔에서 외부인 여성과 장시간 술자리를 가졌는데, 방역 수칙을 위반해 더욱 논란을 키웠다. 이에 키움이 뒤늦게 징계를 결정한 것.

키움 히어로즈가 5일 방역 수칙 위반하고 술자리를 가진 한현희와 안우진에게 자체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는 점. 같은 문제를 저지른 선수들과 비교해 볼 수 있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달 26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윤대경과 주현상에게 각각 10경기 출장 정지 및 제재금 700만 원을 부과했다.

얼핏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죄질이 달랐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장시간 술자리를 이어가며 방역 수칙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윤대경과 주현상 또한 잘못을 저지른 건 분명했으나 키움 선수들과 달리 6분간 짧은 합석만 한 뒤 자리를 떠났다.

키움에서 먼저 징계를 내린 것이라면 한화가 이에 따라 수위를 맞췄다고 여길 수 있으나 오히려 한화 측 발표가 있은 후 한참이나 지나 결정한 게 고작 이 정도 수위라는 게 더 문제다.

의도를 명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올림픽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라는 것도 묘하다. 마치 야구 팬들의 관심이 다른 쪽으로 쏠리기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KBO는 지난달 23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한현희와 안우진에게 각각 36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500만 원 처분을 내렸다.

키움은 안우진에 대해 "선배 권유에 의한 점, 음주를 자제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징계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키움은 전반기 80경기를 치렀다. KBO리그는 144경기로 치러지는데 여기에 36경기와 자체 징계 15경기를 더해도 131경기. 순위 경쟁이 치열할 시즌 막판 한현희를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나아가 포스트시즌에서도 두 투수를 문제 없이 활용하는 게 가능해졌다.

키움의 입장은 더욱 쓴웃음을 짓게 한다. “해당 두 선수의 방역 수칙 위반에 대해서 당국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이와 관련 품위 손상에 대해서 KBO의 강력한 징계가 이미 이뤄졌다”며 “하지만 선수계약서상의 의무 위반 및 선수단 규칙 위반에 대해서 전문 스포츠 직업인으로서의 선수단이 스스로 건전한 윤리의식과 직업정신을 통한 자정 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자체 징계를 결정했다”고 징계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단호해 보이는 입장과 달리 징계 수위는 팬들의 허탈감을 자아냈다. 

한현희에 대해선 “선배로서 후배를 선도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인과 만남을 제안하는 등 사건을 주도한 책임을 물었다”는 게 징계 배경.

안우진을 두고는 “비록 이번 사건에 동조한 책임이 있으나 선배 권유에 의한 점, 음주를 자제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마치 이번 사건을 단순한 숙소 이탈 음주 사건 정도로 여기는 것 같은 뉘앙스다. NC 다이노스에서 시작해 키움, 한화로 번진 이번 사건은 야구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3구단이 발각됐으나 어디까지 영향을 미친 것인지, 밝혀지지 않은 것은 얼마나 될지 야구 팬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키움은 다시 한 번 사과의 뜻을 전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팬들을 쉽게 납득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민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야구장에도 방문할 수 없는 게 현실인데,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나서 방역 수칙을 위반하면서까지 외부인 여성과 술판을 벌였고 코로나19에 확진되기까지 했다. 나아가 리그를 조기 중단 시키는 상황까지 이르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키움의 대처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반성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끔 만든다. “이번 징계를 통해 부과된 벌금 전액을 방역 당국에 기부할 예정”이라는 말도 곱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재발 방지 대책 계획도 전했다. “선수단 편의를 위해 수도권 경기에만 허용된 자차 사용을 제한하고 원정 숙소 이용 시 룸메이트 배정 방식도 재검토한다”며 “선수단 내규와 구단의 상벌 제도 등 내부 규정을 강화하고 프로야구 선수가 지켜야 할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키움은 “엄중한 시국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팬 여러분과 리그 구성원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공인으로서 프로야구 선수의 윤리 의식 제고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KBO 클린베이스볼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구단이 될 수 있도록 거듭나겠다. 다시 한 번 불미스러운 일로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의미는 충분히 좋은 말들이다. 그러나 그동안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고 키움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야구 팬들이 키움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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