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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부진+논란 지속' 프로야구, 후반기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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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부진+논란 지속' 프로야구, 후반기 과제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09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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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당당하게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던 야구 대표팀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단지 결과가 실망스러워서만은 아니다. 그동안 야구에 대해 쌓인 안 좋은 시선들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을 뿐이다.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프로야구다. 2020 도쿄올림픽 직전엔 세 구단 선수들이 방역 수칙을 위반하며 가진 술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리그를 조기 중단시키기까지 했다. 이어 나선 올림픽에선 6팀 중 4위에 머물며 각종 비아냥을 받고 있다.

10일부터 재개될 프로야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또 팬들의 관심을 되돌릴 수 있는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까.

어두운 표정으로 귀국하고 있는 야구대표팀 강백호(왼쪽)와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8일 귀국한 대표팀의 표정은 하나 같이 어두웠다. 국내에서 싸늘하게 식은 여론을 모두 알고 있었다. 단 6팀만이 참가한 대회에서 2차례 결승행 기회를 얻고도 모두 패했고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결정전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의 줄 부진이 이어졌다. 이는 몸값 거품 논란으로 이어졌다. 수십억대, 심지어 100억 원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들이 메이저리거들이 참석하지 않은 대회에서조차 헤매는 건 야구 팬들로선 실망 그 자체였다.

야구 대표팀의 자세도 도마에 올랐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4위에 올라 감동을 안겨준 여자배구 대표팀과 비교됐다. 강백호(KT 위즈)는 도미니카공화국전 끌려가는 상황에서 무기력한 표정으로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노출되며 집중포격을 맞고 있다. 강백호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장 김현수(LG 트윈스)와 박해민(삼성 라이온즈) 등 몇몇을 빼고는 절실함이 잘 보이지 않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 차례 홍역을 앓고도 선수 선발 과정에서도 다시 논란이 일었다. 김 감독의 경기 운영에 대해서도 팬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김경문 감독은 귀국 후 취재진을 향해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총체적 난국이다. 그야말로 대위기라고 할 수 있다. 암흑기를 지내던 프로야구는 13년 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이후 상승세를 탔다. 메이저리거들이 총출동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까지 차지하며 매년 관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제대회 성적이 프로야구 흥행에 미치는 영향을 확실히 실감했다. 이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음에도 2016년 이후엔 3년 연속 800만 관중 시대를 맞기도 했다. 확실한 팬덤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런 생각이 독이 됐을까. 야구계는 자만한 것처럼 보였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끊임없이 사건·사고를 일으켰고 팬서비스 논란도 심심찮게 불거져나왔다. 2019년 관중은 700만 대로 급락했고 이후 코로나19로 직관(직접 관전)이 어려워지며 관심은 더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는데 방역 수칙 위반 사례와 올림픽 부진 등이 더욱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어버렸다.

물론 후반기 기대요소도 있다. 올 시즌 3분의 2 가량을 치른 가운데 유례없는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1위부터 7위까지 승차가 8.5경기에 불과하고 특히 7위 두산 베어스와 5위 NC 다이노스는 2경기 차에 불과해 어떤 팀이 가을야구로 향할지 예측이 쉽지 않다.

이 가운데 새로운 보강에 나선 팀들이 주목을 끈다. 선두 KT는 조일로 알몬테를 대신해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제러드 호잉을 영입했다. 타격이 준수하고 빠른발과 수비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호잉은 KT에 더욱 안정감을 심어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트레이드를 통해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서건창(오른쪽)을 비롯해 각 팀 새 얼굴들의 활약이 프로야구 후반기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2위 LG도 비어 있던 1루수 자리를 저스틴 보어로 메웠다. 단단한 마운드와 함께 타선에 힘을 보태 선두 경쟁에 불을 붙이겠다는 계획이다. 3위 삼성도 새로 합류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마이크 몽고메리가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후반기 출격을 앞두고 있다. 4위 SSG 랜더스도 아티 르위기 대체 투수로 영입한 샘 가빌리오가 휴식기 동안 문제점을 보완하며 기대를 키우고 있다. 6위 키움 히어로즈도 새 외국인 타자 윌 크레익의 합류로 한층 힘을 싣게 됐다.

활발했던 트레이드도 후반기를 기대케하는 요소다. 키움과 LG가 각각 투수력과 내야 강화라는 목적으로 정찬헌과 서건창을 주고 받았다. 좌투수 강윤구는 NC를 떠나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는 KT에서 투수 이강준을 데려오며 포수 김준태와 내야수 오윤석을 내줬다. 트레이드가 후반기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전포인트다.

그러나 무엇보다 팬들의 관심을 되돌리기 위해선 야구계 자체의 자성이 필요하다. 팬들을 위하는 마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나아가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프로야구 선수들이 배가 불렀다”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순위 경쟁과 새 얼굴들의 합류에 대한 기대보단 싸늘하게 식어버린 팬들의 마음이 더욱 걱정스러운 분위기다. 프로야구가 무거운 마음 속 후반기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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