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9:41 (금)
[도쿄올림픽 결산⑥] 축구-야구 부진, 배구가 지킨 구기 자존심
상태바
[도쿄올림픽 결산⑥] 축구-야구 부진, 배구가 지킨 구기 자존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10 1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지키겠다는 야구도, 사고를 치겠다던 축구도 모두 실망만 안겨줬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기 스포츠 두 종목에 2020 도쿄올림픽은 떠올리기 싫은 기억으로 남게 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 금메달을 수확했던 종목이다. 여전히 한국은 야구 강국으로 인식되고 있었고 메이저리거들이 출전할 수 없는 올림픽에서 일본과 우승을 놓고 다툴 것으로 예상됐다.

축구 또한 선수층이 어느 때보다 탄탄했고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보르도)까지 와일드카드로 선발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두 종목 모두 기대했던 것 이상의 큰 실망을 안겼다.

야구 대표팀은 7경기에서 3승 4패, 6팀 중 4위에 머물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야구의 파장이 컸다. 대표팀은 선발 과정에서부터 홍역을 앓았다.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팬들의 몇몇 선수의 발탁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과로 증명하면 될 일이었다.

참가국은 단 6팀.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반쪽짜리 대회라는 비아냥은 예상됐다. 심지어 개최국 일본의 우승을 위한 제도라고 평가받던 더블 엘리미네이션 제도 덕에 결승행 기회를 두 차례나 얻었지만 모두 패하고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주저앉으며 총 3승 4패 초라한 성적으로 세계 4위에 올랐다. 엄밀히 말하자면 뒤에서 3번째였다.

야구 팬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다. KBO리그에서 수십억 씩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상대로도 맥을 추지 못했다.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는 간절함마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구단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방역 수칙을 위반하면서까지 외부인과 원정 술자리를 가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다. 그 여파로 리그 전반기가 예정보다 먼저 마감됐다. 곱지 않은 시선 속 야구 팬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겠다며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오히려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 씁쓸한 올림픽이 됐다.

8강에서 멕시코에 패한 뒤 아쉬워하는 김진야(왼쪽부터), 이강인, 이동경. [사진=연합뉴스]

 

축구 또한 아쉬움이 컸다. 이강인(발렌시아)을 비롯해 A대표팀에서 활약하는 다수 선수가 발탁됐고 자신감도 남달랐지만 야구와 마찬가지로 엔트리 구성에서 잡음이 있었다.

수비 조직력에 큰 문제가 있었다. 센터백 김민재를 데려가기 위해 훈련까지 함께 했지만 예상대로 소속팀 반대로 무산됐고 결국 실전에서 호흡 한 번 맞춰보지 못한 박지수(김천 상무)가 대체 발탁됐다. 또 측면 수비가 가장 문제라고 평가했던 것과 달리 와일드카드는 다른 곳에서만 선발했는데 상대적 약체들에 수적 우위까지 안고 싸운 조별리그에서와 달리 8강에서 한계가 나타났다. 3골을 넣고도 멕시코에 무려 6실점하며 충격적인 패배를 떠안았다.

뛰어난 득점력을 자랑하고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확고한 베스트11을 정해두지 않고 변칙적인 전술에만 매달린 것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기도 했으나 훌륭한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직면하며 대회를 마쳤다.

오히려 야구, 축구에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겨울 스포츠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끈 여자 배구는 이번 대회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종목이었다. 김연경(상하이 유베스트)을 필두로 한 세계랭킹 12위 대표팀은 도미니카공화국(7위), 일본(10위), 터키(4위) 등과 혈전 끝에 짜릿한 승리를 챙기며 배구의 매력을 널리 알렸다.

주장 김연경(가운데)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여자 배구 대표팀은 세계 강호들을 연파하며 4강 신화를 썼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 폭력 가해자로 국가대표 자격을 잃으며 흔들리기도 했으나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었던 김연경을 비롯해 김수지(화성 IBK기업은행), 양효진(수원 현대건설), 부상을 안고 뛴 김희진(IBK기업은행) 등이 몸을 내던졌다. 또 5년 전 각종 비판을 홀로 떠안아야 했던 박정아(김천 한국도로공사)가 ‘클러치박’으로 변신하는 등 ‘원팀’으로 재탄생해 모두의 예상을 깨고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준결승과 동메달결정전에서 힘없이 패하며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5년만의 메달 도전은 물거품이 됐지만 금의환향할 수 있었던 자랑스런 ‘진짜 세계 4위’였다.

여자 농구 대표팀의 위대한 도전도 빛났다. 세계 19위로 3위 스페인, 4위 캐나다, 8위 세르비아라는 거함들을 연달아 만났다. 3전 전패 탈락이 예상됐다. 결과는 맞았지만 과정은 예상과 달랐다. 매 경기 후반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다. 세계 강호들은 한국의 끈질긴 반격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박지수(청주 KB스타즈)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동시에 박지현(아산 우리은행) 등 젊은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값진 경험이었다.

세계 10위 내 선수 4명이 출전한 ‘어벤쥬스’ 여자 골프의 마지막도 씁쓸했다. 세계 2위 고진영과 3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 4위 김세영, 6위 김효주까지 누구라도 금메달을 따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던 대표팀이지만 그린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진영과 김세영이 공동 9위, 김효주가 공동 15위, 박인비가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세영(왼쪽)과 고진영 등 세계 정상권 선수들이 총출동한 한국 여자 골프는 전반적인 컨디션 난조 속에 아쉬운 성과로 대회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역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보였던 탁구와 핸드볼에서도 더욱 높아진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탁구에선 신유빈(대한항공) 등 다음을 기대케 하는 선수들의 발견은 있었으나 지난 대회에 이어 2연속 노메달에 그쳤다.

‘우생순(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 여자 핸드볼도 8강에 만족해야 했다. 조별리그부터 1승 1무 3패로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낸 대표팀은 8강에서 스웨덴(세계랭킹 5위)에 완패하며 대회를 마쳤다. 과거와 달리 신체조건은 물론이고 기술과 조직력 등에서도 정상권 팀과 크게 벌어진 기량을 보였다. 인프라가 탄탄한 강국들과 벌어진 격차에 씁쓸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과거의 효자종목 배드민턴에선 동메달 하나를 수확했다. 김소영(인천국제공항)-공희용(전북은행)과 이소희-신승찬(이상 인천국제공항)이 결승전에서 맞붙을 것이라는 기대를 자아냈으나 동메달결승전에서 만났고 김소영-공희용이 포디엄에 섰다. 다만 이 또한 과거 명성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