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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 이다영-이재영 그리스 PAOK행 추진, 현실적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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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 이다영-이재영 그리스 PAOK행 추진, 현실적 문제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17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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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국내 배구판에서 설 곳을 잃은 국가대표 출신 쌍둥이 자매는 그리스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그 마저도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밝혀지며 무적 신세가 된 이재영, 이다영(이상 25)이 최근 그리스리그 PAOK 테살로니키에 입단했다는 소식이 배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사실과는 달랐다. 그리스행을 추진 것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 많다. 과연 이들은 한국을 떠나 그리스에서 새로운 배구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까.

학폭 논란으로 국내 무대에서 설 곳을 잃은 이다영(왼쪽)과 이재영이 그리스리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영과 이다영은 고교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배구팀 동료를 괴롭혔다는 피해자의 증언과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소속팀이었던 흥국생명은 선수 등록을 포기했고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국가대표팀에서도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여론이 좋지 않아 현재로선 사실상 복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따른다.

최근 국제배구 팬 사이트 발리볼박스엔 이재영과 이다영의 이름이 등장했다. PAOK 로스터에 등록돼 있었던 것. 해당 사이트에선 이재영을 클럽 역사상 뛰어난 선수 중 하나로 소개했고 포지션과 키, 나이 등은 물론이고 등번호(이재영 17, 이다영 19)까지 공개됐다. 이를 두고 이들이 PAOK로 이적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그러나 사실과는 달랐다. 발리볼박스는 팬들에게도 수정 권한이 있는 사이트. PAOK의 공식 영입 발표도 없었다.

논란을 제외한다면 이재영, 이다영의 실력은 뛰어난 편이지만 규정상 영입이 불가한 시기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지난 5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를 국제대회 기간으로 규정했고 이 기간 다른 리그 사이 이적을 금지했다.

소속팀에서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와 올림픽 등 주요 배구 국제대회 출전을 막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다만 이적 금지 기간을 축소하기도 하는데 올해엔 여자부는 다음달 17일을 국내 리그 개막 가능일로 정했다. 

이다영과 이재영이 PAOK 소속으로 소개되고 있다. [사진=발리볼박스 홈페이지 캡처]

 

리그 개막 가능일에 맞춰 국제이적동의서(ITC)도 발급 가능하지만 이적에 제한이 없는 선수는 먼저 팀 훈련에 참여해 ITC 기다리는 경우도 많은데, ITC가 발급돼야만 새 팀에서 뛸 수 있다. V리그 소속 외국인 선수들도 ITC를 발급받지 못해 한국배구연맹(KOVO) 컵엔 뛰는 게 불가능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입국해 팀에 적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영과 이다영은 상황이 다르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학교 폭력 논란을 일으킨 이재영과 이다영에게 ITC를 발급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재영과 이다영이 PAOK로 이적하기 위해선 FIVB를 통해 ITC를 발급받아야 한다.

PAOK가 이들의 ITC 발급을 확신한다면 이적 자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다영의 PAOK 계약 설은 지난 6월부터 제기돼 왔고, 쌍둥이 자매는 나란히 지난 15일 그리스행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그리스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 더 좋은 리그로 이적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이들의 대표팀 발탁 제한, 나아가 국내 복귀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실제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리스트인 조혜전 전 GS칼텍스 감독은 이들이 “더 많이 반성하고 성장하고 성숙해져서 김연경, 김수지의 공백을 조금이라도 채워주면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음에도 1년 후 아시안게임을 위해 이들에게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이야기다. 이재영, 이다영이 바라는 최선의 시나리오도 이와 같을 확률이 크다. 그러나 싸늘하기만 한 여론을 돌려놓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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