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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무승부 속출, 체력안배 혹은 흥행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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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무승부 속출, 체력안배 혹은 흥행 찬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18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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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전반기 전체 4차례, 후반기 벌써 5경기째.

2020 도쿄올림픽 이후 ‘9회 체제’를 도입한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에 무승부가 속출하고 있다. 후반기 험난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도입한 제도인데 팬들이나 추격하던 팀 입장에선 다소 허탈할 수밖에 없다.

방역수칙을 위반한 선수들이 프로야구에 찬물을 끼얹었고 올림픽에서도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둬 분위기가 가라 앉은 상황. ‘9이닝 야구’는 후반기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까.

17일 LG 트윈스전 무승부를 거두고 웃고 있는 KT 위즈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KBO는 지난달 27일 후반기 한시적 연장전 폐지를 결정했다. 후반기 원활한 일정을 소화하고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고 후반기에 더 험난한 일정을 이어가야 하기에 납득이 가지 않는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작 야구 팬들로부터는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허탈함이 커졌기 때문이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막판까지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고 이게 야구의 묘미로 알려져 있으나 9회 극적인 동점을 만들더라도 더 이상 승부는 이어지지 않고 무승부로 끝이 난다.

한 때 끝장승부를 도입했던 이유를 떠올려보면 옳은 결정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스포츠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것만큼 허무한 게 없다. 짜릿한 역전 승부가 스포츠의 묘미 중 하나인데 한 끝 차이로 역전 직전 동점으로 마친다면 승부는 거기서 마무리된다.

물론 1박 2일 경기 등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커 끝장승부는 폐지되긴 했으나 그 결정의 본질적 이유에 대해 떠올려본다면 연장 폐지가 과연 옳은 결정이었을까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선수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지난 15일 군 전역 후 NC 다이노스와 복귀전에서 4타수 4안타를 날린 한화 이글스 김태연은 무승부로 인해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지난 11일 KIA 타이거즈전 동점 스리런포를 날린 한화 최재훈과 14일 KIA에 동점포를 날린 SSG 랜더스 김강민 모두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무승부 후에도 인터뷰를 하는 것에 머쓱해했다.

한화 이글스 김태연은 지난 15일 군 전역 후 복귀전에서 4타수 4안타를 날리고도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며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올림픽에선 연장에서 승부치기가 진행된다.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확실히 승부를 내기 위한 결정이다. 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흥미를 자아내는 요소로도 자리를 잡았다. 연장에 돌입할 경우, 주자를 1,2루에 올려두고 시작하는 방식으로, 점수가 나기 수월해지고 1이닝 만에 승부가 결정되는 일이 많아진다.

그러나 KBO는 승부치기를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 이 선택이 번복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무승부는 승률(승리/경기 수) 계산에서 제외된다. 승차가 같을 경우 무승부가 많을수록 승률이 높아진다. 막판 순위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막판 분위기를 끌어올리던 팀 입장에선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허무하게 마칠 수밖에 없다. 상위팀과 격차를 좁혀야 하는 팀들일수록 마음이 급해진다. 반면 상위팀들은 비기더라도 승률을 유지할 수 있어 경기를 더 여유롭게 치를 수 있다. 상위팀들에 유리한 제도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이유다.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이 느끼는 허탈함도 무시할 수 없다. 가뜩이나 프로야구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데 무승부로 인해 더 흥미를 떨어질까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물론 무승부 제도의 이점은 명확하다. 각팀 사령탑들도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보였다. 다만 제도 자체의 장단점을 따지기보다 야구 팬들의 입장도 고려한 결정이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씁쓸함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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