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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최정 '사구 세계신', 숨겨진 참 의미는?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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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최정 '사구 세계신', 숨겨진 참 의미는?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19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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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KBO리그 최정(34·SSG 랜더스)의 별명 ‘마그넷 정’이 이젠 세계에서도 통하게 됐다. 

최정은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6회 상대 선발 드류 루친스키의 투심패스트볼을 맞아 개인 통산 288번째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공을 자석처럼 빨아들인다고 해 붙여진 별명 마그넷 정. 최정이 많은 사(死)구를 기록하는 이유와 거기에 숨겨진 가치는 무엇일까.

SSG 랜더스 최정이 1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통산 288번째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최정의 몸 맞는 공 기록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종전 기록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선수이자 감독으로 활약했던 휴이 제닝스의 287개(1891~1903년)였는데, 이를 118년 만에 갈아치웠다.

KBO리그에선 적수가 없다. 2위 박석민(NC, 208개)과 차이가 크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기요하라 가즈히로(은퇴, 196개)와 격차를 점점 벌려가고 있다.

최정이 유독 많은 사구를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타격 자세를 빼놓을 수 없다. 왼발을 들어 올린 뒤 발을 내딛는 과정에서 홈플레이트 안쪽으로 바짝 다가서는 최정이기에 몸쪽 공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최정을 지도했던 염경엽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최정의 타격은 테이크백 이후 몸이 홈쪽으로 붙는다. 자연스럽게 공에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며 “공을 피하기 위해 타격폼을 바꾸면 밸런스가 깨질 수밖에 없다. 참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MLB 휴이 제닝스의 기록을 넘어 세계 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사구의 주인공이 된 최정. [사진=SSG 랜더스 제공]

 

그러나 이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상대 투수들이 최정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기 때문이다. 최정은 통산 388홈런을 날렸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전 삼성 라이온즈)의 467홈런에 이어 이 부문 통산 2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에도 벌써 20개를 담장 밖으로 날려보냈다.

맞으면 언제든 넘어갈 수 있는 힘을 지닌 최정이기에 상대 투수들은 집요하게 몸쪽을 공략한다. 야구 통계 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최정은 올 시즌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드는 속구에 타율 0.222(18타수 4안타)로 약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운데와 높은공엔 0.083(12타수 1안타)로 맥을 추지 못했다.

상대 투수들로서 최정을 잡아내기 위해선 최대한 몸쪽으로 붙이는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타석 박스 안쪽으로 붙는 최정의 자세까지 더해지니 어찌보면 사구가 속출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최정은 통산 출루율 0.390을 기록하고 있다. 많은 사구가 있어 가능한 수치다. 올 시즌엔 0.419로 이 부문 6위. 5위 정은원(한화 이글스, 0.423)과 비교를 통해 사구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볼넷은 48개로 정은원(70개)에 비해 한참 밑돌지만 사구 16개로 차이를 커버하고 있다.

최정의 별명 '마그넷 정'은 이제 세계에서도 통하게 됐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다만 몸에 공을 맞아가면서까지 얻는 출루율이 최정에게 큰 도움이 되는지는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부상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구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부 선수들은 사구 트라우마가 생겨 보호장비에 더욱 힘을 쏟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면이 최정의 진짜 가치를 알려주는 부분이다. 최정은 288구를 맞는 동안 쉬어갈 정도로 크게 아팠던 적이 거의 없다. 내구성을 입증해주는 대목. 2005년 데뷔한 최정이 꾸준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것도 이 튼튼한 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팀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숨어 있다. 최정 또한 사구에 둔감하진 않다. 쏟아지는 사구에 버럭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걸어 나가며 팀을 위한 희생을 당연시해오고 있다. 이날도 그랬다.

부상 없이 출전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는 최정은 다짐한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상대투수와 승부하며 사구를 불사치 않겠다고. 두려움보다 승리를 위해 살아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큰 최정이 롱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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