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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기록행진, 현지해설 동양인 조롱 아랑곳 않고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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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기록행진, 현지해설 동양인 조롱 아랑곳 않고 [MLB]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8.2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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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일본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의 기록행진은 후반기에도 멈출 줄 모른다. 이른바 '트리플 100'을 달성한 데 이어 '더블-더블'도 임박했다. 미국 현지 레전드 출신 해설위원의 비아냥 섞인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믿기 힘든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오타니는 20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 1타점 2볼넷 2득점을 기록하며 13-10 역전승을 이끌었다. 에인절스는 시리즈를 스윕했다.

오타니는 올 시즌 타자로 타율 0.272 40홈런(1위) 88타점(3위), 투수로 8승 1패 평균자책점(방어율·ERA) 2.79를 기록 중이다.

전날 디트로이트와 시리즈 2차전에선 선발투수로 등판해 8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MLB 입성 후 한 경기 최다이닝 신기록을 세우며 8승째 챙겼다.

오타니의 기록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사진=AFP/연합뉴스]
오타니의 기록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사진=AFP/연합뉴스]

이로써 131년 만에 트리플 100 대기록을 달성했다. 100탈삼진-100안타-100이닝 금자탑. 1890년 이후 처음이니 20세기 이후로는 최초다.

같은 날 그는 40홈런 고지도 선점했다. 7회말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뒤 8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렸다. 홈런 부문 2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35홈런)와 격차를 5개로 벌렸다.

성공적인 투타겸업의 상징과 같은 두 자릿수 승수-두 자릿수 홈런도 눈 앞에 뒀다. 홈런은 이미 돌파한 지 오래고, 투수로 2승만 거두면 된다.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오타니가 더블-더블을 작성할 경우 1918년 베이브 루스(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이후 103년만이다. 당시 루스는 투수로 13승(7패), 타자로 11홈런을 쳤다. 루스도 더블-더블은 커리어에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아시아인 MLB 최다홈런 기록은 연일 새로 쓰고 있다. 종전기록은 같은 일본 출신 마쓰이 히데키가 2004년 남긴 31홈런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40번째 아치를 그리면서 1982년 레기 잭슨(39홈런)을 넘어 에인절스 소속 좌타자 시즌 최다홈런 타이틀도 챙겼다.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된 1973년 이후 아메리칸리그(AL)에서 한 경기 8이닝 이상-1홈런 이상 기록한 투수는 보비 위트(1997년), 존 갈런드(2006년), 크리스 벤슨(2006년) 이후 4번째이기도 하다.

오타니의 기록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사진=AFP/연합뉴스]
잭 모리스(왼쪽)가 오타니를 두고 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AP/연합뉴스]

전날 오타니를 둘러싼 인종차별 이슈가 있었는데, 이를 실력으로 갚아준 셈이라 더 뜻깊다. 

18일 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투수 출신 해설자 잭 모리스가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무기한 출연 정지 처분을 받은 것. 모리스는 6회초 "오타니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라는 캐스터 질문에 "매우 조심스럽게(Be very, very careful)"라고 답했다.

문장에는 문제가 없지만, 말투가 논란이 됐다. 아시아인의 영어 발음을 묘사한 듯 음절을 끊어 또박또박 말했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 이를 두고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따랐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모리스가 부적절한 태도로 중계했다"고 지적했고, 디트로이트 주관방송사인 밸리스포츠 디트로이트도 "지난 중계에서 해설자 모리스가 보인 모습에 깊이 실망했다. 모리스를 디트로이트 중계진에서 제외한다. 모리스는 우리 사회에 그의 발언이 미치는 영향에 관해 교육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타니는 이튿날 8승-40호 홈런으로 승리에 앞장선 뒤 인터뷰에서 "(모리스의 인종차별 논란에 관해) 듣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모리스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다. 그가 있는 곳은 (논란에 휘말리기 쉬운) 어려운 자리"라는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오타니가 이 기세를 유지한다면 2000년 트로이 글라우스(47개)에 이어 에인절스 소속으로는 21년 만에 AL 홈런왕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AL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히는 것은 당연지사. 조 매든 에인절스 감독은 "오타니는 특별한 선수"라며 "MVP뿐 아니라 AL 사이영상도 노릴 수 있다"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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