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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해준의 스포츠 멘탈코칭] 한국에서 스포츠심리학이 발전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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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해준의 스포츠 멘탈코칭] 한국에서 스포츠심리학이 발전하려면
  • 소해준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8.2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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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스포츠 멘탈코칭’ 전문가 소해준입니다. 저는 국가대표 선수들부터 유소년까지 다양한 종목의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며 그들의 멘탈 및 심리적 성장을 돕는 일을 합니다. 본 칼럼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스포츠 멘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내용 또한 제가 선수들에게 직접 들은 답변만을 싣고 있습니다. 오늘도 대한민국 선수들의 멘탈 강화를 응원합니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소해준 칼럼니스트]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운동선수의 심리적 요인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스포츠심리는 신학문이 아니다. 스포츠가 존재한 이래 오랜 시간동안 함께 발전해왔다. 아직 스포츠심리가 대중들에게 멀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스포츠심리의 역사부터 살펴보자. 

스포츠심리의 학문적 연구는 1899년 미국 심리학자 노먼 트리플렛이 사이클 경기의 집단효과를 연구한 게 시초다. 1920년대엔 독일 관료 카를 디엠이 라이프치히에서 스포츠 심리실험실을 만들었다. 1925년 AZ 푸니가 구소련 레닌그라드에 체육문화연구소를, 미국에서는 스포츠심리학의 아버지 콜먼 그리피스가 일리노이주립대에 운동연구소를 각각 설립했다. 

눈물 쏟는 펜싱선수. 스포츠심리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후 스포츠심리학은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하다 1965년이 돼서야 부활했다. 이탈리아 학자 페루치오 안토넬리가 주도해 제1차 국제스포츠심리학 총회를 개최한 것. 이후 도약기를 거쳐 1980년대부터 스포츠심리학자들이 연구활동을 왕성히 하며 비로소 번영기를 맞이했다. 

한국의 스포츠심리는 서구사회와 비교하면 역사가 짧은 편이다. 기록된 문헌으로 살펴보면 1948년 체육심리학이라는 이름의 교육과정이 서울대학교 체육학과에 도입됐으나 사실 오늘날의 스포츠심리학 내용과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1953년 한국체육학회 출범 이후 최초의 학회지가 발간됐고 1955년 경이 스포츠심리 연구가 시작된 시점이 아닐까 많은 학자들이 짐작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스포츠심리학 개념이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 최초로 시작되었는지는 문서화되어 있지 않아 명확하지 않다. 다만 1978년 미국의 로버트 싱어가 내한해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나서 체육심리학이 스포츠심리학이란 명칭으로 변경된 건 확실하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스포츠심리학이 꽃피기 시작한 때로 1970년대를 꼽는다. 각 대학과 체육학계에서 스포츠심리학의 학문적 위상이 확립돼 연구들이 시작됐고 다양한 교재들도 출판되기 이르렀다. 

1980년대부터는 스포츠심리학 관련 학술연구가 활발하게 펼쳐졌다. 여러 책들이 출간되었음은 물론이다. 1986 서울 아시안게임, 1988 서울 하계올림픽 개최국으로 스포츠과학 학술대회가 연이어 개최되면서 그간 명목상으로 존재하던 한국스포츠심리학회(KSSP)가 공식기구로 격상됐다. 1990년엔 한국스포츠심리학회지가 창간돼 본격적인 활동을 알렸다. 2004년에는 스포츠심리상담사 자격제도가 정착됐다. 

오랜 시간에 걸쳐 스포츠심리학·스포츠심리상담 전공자가 배출되고 관련 학과도 신설됐다. 그런데 이들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일찍 스포츠심리를 전공한 이들은 초창기 멤버라 그 특수성으로 교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현재까지의 스포츠심리학 전공자들은 수요가 부족하다보니 대다수가 전공을 살리지 못한 채 다른 일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실정이다. 스포츠심리 박사를 수료한 전공자로서 본 대다수 동료들의 현실이다.

전공자들의 능력부족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의 스포츠 현장에서는 선수나 지도자가 스포츠심리에 대한 도입의지가 적다 보니 전공자들이 열심히 논문 써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도 충분한 임상경험을 쌓거나 밥벌이를 할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좌절하는 유도선수. [사진=연합뉴스]
좌절하는 유도선수. 스포츠 멘탈코칭은 선수의 퍼포먼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필자는 9년간 멘탈코칭 임상시간 3000여 시간을 거쳤다. 스포츠심리 전공자들 중에서 독보적으로 많은 현장 경험을 쌓았다고 자부한다. 이는 일반적인 스포츠심리상담에 국한되지 않고 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스포츠 멘탈코칭을 중점적으로 한다는 특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 코칭 기반 스포츠심리를 풀어내는 오리지널 스포츠 멘탈코칭을 하는 이는 여전히 드물다.)

가장 크게 느낀 건 한국에서 스포츠심리가 발전하려면 단순히 학교가 스포츠심리학 전공자들을 배출하는데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사실 학교 현장은 논문을 위한 연구, 즉 텍스트 위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이 졸업 후 스포츠심리를 현장에서 풀어갈 수 있으려면 경험이 필수다. 이를 쌓으려면 진정 현장이 스포츠심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도입할 용기를 내줘야 한다. 현장의 결심 없이 한국의 스포츠심리가 발전을 이루기는 어렵다. 선수와 지도자들이 나서줘야 한다. 

스포츠심리 전공자들과 학교가 해야 할 역할도 물론 있다. 그동안 한국의 스포츠심리는 상담 기반 스포츠심리상담에 중점을 뒀다. 이제는 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코칭 기반 스포츠 멘탈코칭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는 또 다른 영역의 공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심리 전문가라면 상담과 코칭 모두 학습해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미디어에서 멘탈이란 말이 유행한다고 너도나도 이름만 따 멘탈코치라는 타이틀을 다는데 이를 탈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진정한 전문가는 끝없이 공부하고, 스스로에게 투자해야 하며,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한다. 

현장의 선수와 지도자들, 그리고 스포츠심리 전공자들이 각자 환경에서 더 넓은 시각으로 스포츠심리를 바라봐야 한다. 용기를 갖고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운동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속도가 붙는다. 스포츠 멘탈코칭이 박차를 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해준 멘탈코치

- 한국멘탈코칭센터 대표 멘탈코치
- 스포츠Q(큐) 칼럼니스트
- 2019 K리그 전남드래곤즈 멘탈코치
- 2020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전임감독 필수교육 멘탈코칭 강사
- 2021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능력개발 교육 멘탈코칭 강사
- 중앙대학교 스포츠운동 심리 및 상담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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