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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vs 김학범? 흥미로운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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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vs 김학범? 흥미로운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 의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24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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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주고 싶음일까. 파울루 벤투(52)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대표팀 명단 구성이 눈길을 끈다.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23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달 열릴 2022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연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이동경(24·울산 현대)을 제외하면 2020 도쿄올림픽에서 주전급으로 뛰었던 23세 이하 선수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존 A대표팀의 단골 손님이었던 이들도 이번 만큼은 대거 제외됐다.

파울루 벤투 축구 A대표팀 감독(왼쪽)이 김학범호와 대비되는 명단을 발표하며 9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맞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동경의 발탁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벤투 감독은 이미 이동경의 재능을 눈여겨봤다. 축구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시절부터 이동경을 뽑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이동경은 날아올랐다. 이강인을 제치고 주전 미드필더로 도약했고 특히 멕시코와 8강전에서 그림 같은 멀티골을 그리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기존에 중용하던 이강인(20·발렌시아)과 원두재(24·울산)을 제외한 건 의외다. 벤투 감독은 기성용(32·FC서울)의 대표팀 은퇴 후 원두재를 대체자로 뽑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중용했다. 익숙한 수비형 미드필더는 물론이고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인 센터백까지도 맡겼다.

이강인에 대한 평가도 후했다. 대표팀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주진 않았지만 꾸준히 기회를 줬고 그의 재능에 대해선 매번 높게 평가했다.

물론 괜한 배제는 아니다. 벤투 감독은 “올림픽에 참가했던 이동경, 황의조 등은 명단에 발탁됐다”면서 “올림픽 출전 여부와 명단 발탁의 상관 관계는 없다. 원두재와 이강인이 제외된 이유는 전술적, 전략적인 결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균형 잡힌 명단을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2명과 중앙이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뛸 수 있는 선수 5명을 뽑았다”며 “이재성(29·마인츠)과 권창훈(27·수원 삼성)은 중앙뿐만 아니라 측면에서도 활약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과 원두재를 배제한 이유로 "전술적, 전략적인 결정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강인보다는 보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재성과 권창훈의 가치를 높게 본 것이고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으로는 손준호(29·산둥 타이산)나 정우영(32·알사드)을 원두재보다 높이 평가한 것이다. 특히 원두재는 올림픽에서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에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공격 쪽에선 이야기가 달랐다. 도쿄 무대를 휘저었던 이동준(24·울산)이 제외된 반면 부진했던 송민규(22·전북 현대)이 발탁된 것. 권창훈도 활약은 아쉬웠으나 멀티 포지션 소화를 높게 산 반면 송민규의 활용은 이동준에 비해 딱히 나을 게 없다.

또 하나 재밌는 건 조규성(23·김천 상무)의 발탁이다. 조규성은 김학범 감독과 함께한 11경기에서 4골을 넣었으나 결국 도쿄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막판 대표팀 엔트리가 4명 더 늘어나며 추가 승선을 노려봤지만 김학범 감독은 전문 스트라이커를 황의조 하나로 밀어 붙였다. 전문 공격수를 뽑는 것보다 이강인을 제로톱으로 활용하는 등 변칙 전술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벤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상무에서 복무하며 2골 3도움을 기록 중인데 조규성의 높이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조규성은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제공권이 강하다. 소집 기간 동안 팀에 어떻게 녹아들지 잘 관찰하겠다”며 “‘어떤 선수를 선발하냐’보다 ‘어떻게 팀을 구성하냐’가 더 중요하다. 최종예선에서는 2차 예선과는 다른 방식의 경기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 조규성은 수비라인 사이에서 기술적인 역할도 해 줄 수 있는 선수다. 제공권 외에 다른 여러 특징도 고려해서 선발했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행이 불발됐던 조규성은 A대표팀에 발탁돼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제공권을 생각하면 김신욱(33·상하이 선화), 득점력을 고려하면 K리그1 득점 2위 주민규(31·제주 유나이티드, 13골)도 있지만 벤투 감독은 선택은 조규성이었다.

카타르 월드컵과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원이 겹치는 벤투와 김학범 두 감독의 소통은 원활치 않았다. 올림픽이 1년 미뤄지며 갈등은 더 고조됐다. 김학범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에 대한 배려 부족에 간접적으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조규성의 발탁과 이동준 대신 송민규, 그동안 잘 활용하던 이강인과 원두재의 배제 등. 이유는 다 있지만 이번 대표팀 명단은 마치 김학범 감독에게 보여주겠다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해 더욱 흥미롭다.

다음달 2일과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이라크, 레바논과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에서 벤투 감독의 선발이 옳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축구 국가대표팀 9월 소집명단

△ GK = 김승규(가시와레이솔) 조현우(울산현대) 구성윤(김천상무)
△ DF = 김영권(감바오사카) 김민재(페네르바체) 정승현 박지수(이상 김천상무) 권경원(성남FC) 이용(전북현대) 김문환(LAFC) 강상우(포항스틸러스) 홍철(울산현대) 이기제(수원삼성)
△ MF = 정우영(알사드) 손준호(산둥타이산) 황인범(루빈카잔) 남태희(알두하일) 권창훈(수원삼성) 이동경(울산현대) 송민규(전북현대) 나상호(FC서울) 이재성(마인츠) 손흥민(토트넘) 황희찬(라이프치히)
△ FW = 황의조(보르도) 조규성(김천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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