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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홈스쿨링 등, KBO 트라이아웃 채운 스토리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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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홈스쿨링 등, KBO 트라이아웃 채운 스토리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31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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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올해도 꿈의 KBO리그(프로야구) 진출을 위한 미생들의 도전이 이어진다. 정규 코스에선 다소 벗어난 이들이 완생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린다.

3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 풍경이다. 6명의 선수는 각 구단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매력 어필에 나섰다.

이대은(KT 위즈), 이학주(삼성 라이온즈) 등 해외파 혹은 ‘비선출’ 한선태(LG 트윈스)와 같은 케이스를 바라보며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는 선수 6명이 있다.

시카고 컵스에 진출했던 권광민이 30일 2022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 타격 테스트에서 스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라이아웃은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해외에 진출한 뒤 국내 복귀를 원하는 스타들, 학생 선수로서 정규적인 과정을 통해 프로 무대에 노크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기회의 장이다. KBO는 2013년부터 트라이아웃을 실시하고 있다.

2018년엔 이대은, 이학주, 하재훈(SSG 랜더스), 윤정현(키움 히어로즈) 등과 같은 국외파에 정규 엘리트 선수와는 거리가 있던 한선태까지 참가했다. 2019년에도 국외파 문찬종(키움), 손호영(LG 트윈스), 안권수(두산 베어스)가 트라이아웃을 통해 신인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고 지난해엔 김기태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의 아들 김건형(KT 위즈)이 트라이아웃을 통해 프로에 진출했다.

올해 참가자들 가운데선 고교 졸업 후 미국에 직행한 외야수 권광민(24)이 가장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좌타 외야수 권광민은 장충고 졸업 후 2016년 시카고 컵스로부터 계약금 120만 달러(13억9400만 원)를 받고 미국으로 향했다.

3시즌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102경기 타율 0.212(335타수 71안타) 2홈런 23타점에 그친 그는 방출된 뒤 한국으로 돌아와 군 복무를 마쳤다. 이후 송진우 감독이 이끄는 독립야구단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며 기회에 대비했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에 아직은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실력에선 다소 뒤처질 수 있지만 독특한 사연으로 권광민보다 더 눈길을 끄는 이들도 있었다. 독립리그 시흥 울브스에서 뛰고 있는 김동연(21)도 그 중 하나다. 청각장애를 지닌 그는 충주 성심학교에 입학하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으나 3개월 만에 좌절을 맛봤다. 기숙사에 들어갈 조건이 맞지 않아 부산에서 통학을 해야했는데 이를 견뎌내기 힘들었기 때문.

독립구단 시흥 울브스 소속 김동연은 청각 장애를 극복하고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꿈을 꾼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야구부가 없는 부산에서 학교를 다녀야했지만 청각장애인 야구단 호크아이에서 뛰며 실력을 늘려갔다. 2019년엔 일본 독립리그 고치 파이팅독스에서도 뛰며 든든한 조력자인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며 정신적으로도 성장했다. 현재는 시흥에서 홀로 지내며 시흥 울브스에서 훈련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버지 김강은 씨는 “아주 말을 빠르게 하거나 작게 말하면 못 알아들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말을 바로 알아 듣는다”고 말했다. 장애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

그보다는 부상이 아쉬웠다. 김 씨는 “(김)동연이가 지난 4월 경기 중 왼쪽 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아무래도 회복에 시간이 걸리다보니 트라이아웃에서 자신이 가진 걸 다 보여주지 못했다”며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 도전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응원을 전했다.

김서진(17)의 이력도 독특하다. 단순한 비선출 출신 한선태와도 또 달랐다. 초등학교 야구부나 리틀야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 일반적인 경우들과는 차이가 컸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으로 학업을 이어온 김서진은 검정고시로 ‘고졸’이다. 야구선수로선 초등학교 3학년 나이인 만 9세 때 분당구 리틀야구팀에 들어가 3년 동안 기초를 배웠으나 지난해 정식적인 훈련시설을 활용하는 선수가 되기까지는 독자적으로 야구 선수의 길을 위해 ‘도’를 닦았다.

비선출에 정규 교육 과정까지 밟지 않는 남다른 길을 걸어온 김서진은 "프로야구가 선수가 되는 것 외에는 생각지 않는다"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사진=연합뉴스]

 

야구가 단체 스포츠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독특한 이력이다. 김서진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는 “야구는 팀 스포츠지만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다”며 “야구 서적, 유튜브 등을 보면서 개인 기량을 키우고자 했다. 함께 훈련해야 하는 부분은 실내 훈련장과 야구 아카메디 등에서 배웠다”고 전했다.

어릴 때부터 또래들과는 남달랐다. 14세 때 김용달배 파워홈런더비에서 3위로 입상하자 부모님께서 ‘원하는 걸 해보라’며 지원을 해주기 시작한 것.

내야수로 트라이아웃에 나온 김서진은 강한 어깨를 강점이라며 하비에르 바에스(뉴욕 메츠), 딕슨 마차도(롯데 자이언츠)를 롤 모델로 꼽았다. “유격수를 주 포지션으로 하고 3루수와 2루수 훈련도 하고 있다”는 그는 “지금은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것 외에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꿈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큰 욕심을 부리진 않는다. “이번에 프로구단에 지명되지 않으면 독립구단에 들어가서 더 실력을 쌓은 뒤 다시 도전할 생각”이라며 “나는 더 성장할 자신이 있다”고 당찬 태도를 보였다.

이 밖에도 독립리그에서 뛰는 사이드암 투수 임현준(23·파주 챌린저스), 투수 황인주(26·연천 미라클), 내야수 이종혁(21·시흥 울브스)도 프로 벽을 넘어서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다음달 13일 2022 KBO 2차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다. 권광민은 물론이고 김동연과 김서진 또한 구단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우는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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