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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해진 벤투호, 답답함 속 발견한 가능성 [한국 레바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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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해진 벤투호, 답답함 속 발견한 가능성 [한국 레바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9.08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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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작은 변화 하나로 많은 게 바뀌었다. 파울루 벤투(52)호에 그토록 고대하던 플랜 B가 덧입혀진 것일까.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7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부상으로 결장했고 그의 단짝이자 벤투호 황태자 황의조(지롱댕 보르도)마저 벤치에 앉혀둔 채 경기를 시작해 거둔 결과라 눈길을 끌었다. 더 놀라운 건 달라진 경기력이었다.

적극적인 공격 전개로 인해 황희찬(오른쪽)은 많은 돌파 기회를 잡는 등 맹활약했고 결국 결승골까지 어시스트 할 수 있었다.

 

물론 많은 축구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 그러나 이라크전까지 겪어왔던 답답증에선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상대 골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힘겨웠던 이전과는 확실히 달랐기 때문.

아시아 지역 2차 예선도 무패(5승 1무)로 통과했지만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 벤투호는 최종예선 첫 경기부터 높아진 벽을 실감했다. 이라크를 만나 홈에서도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0-0 무승부. 슛은 15-2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지만 유효슛은 5개에 불과했다. 크게 결정적인 찬스를 꼽기도 어려웠다.

단순한 1무 이상의 충격이었다. 슛이 장기인 손흥민마저 슛을 아끼는 자세를 보였는데, 그는 “슛을 시도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직접 뛰는 것은 차이가 크다. 나도 슛을 제일 좋아한다. 제일 자신 있어 하는 게 슛”이라면서도 “하지만 좋지 않은 자세에서 슛을 때리면 팀에 도움이 안 된다. 욕심을 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고쳐나가는 면모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정작 이날 경기에선 손흥민을 볼 수 없었다. 훈련 과정에서 종아리 부상을 입었고 벤투 감독은 선수 보호 차원을 위해 그를 명단에서 제외한 채 경기를 시작했다. 황의조 또한 편도선이 붓는 등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고 45분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후반에서야 투입됐다. 그 자리는 A대표팀 데뷔전을 치르는 조규성(김천 상무)과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나상호(FC서울)가 메웠다.

전반 초반 이동경을 필두로 과감한 슛을 몰아친 한국은 상대 수비에 균열을 만들어내며 이전과는 달라진 공격을 펼쳤다.

 

뚜껑을 열자 최근 치른 어떤 경기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공격이 펼쳐졌다. 3선에 배치된 황인범(루빈카잔)은 과감한 전진패스를 배급했고 이동경(울산 현대)을 필두로 센터백 김민재(페네르바체)까지 공격에 가담해 슛을 날렸다.

유효슛 7개는 대부분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레바논 골키퍼의 선방쇼가 아니었다면 몇 골은 더 들어갔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공세가 이어졌다.

레바논은 예상대로 수비 중심 전술을 들고 나왔지만 과감하게 슛을 날리는 한국 앞에 균열이 생겼다. 슛을 아꼈던 이전에 비해 더 많은 공간이 생겨났고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전진 패스를 넣을 수 있었다. 측면에서도 보다 활발한 돌파와 크로스 기회가 생겼다. 득점 또한 빠른 역습 과정에서 나온 크로스를 통해 만들어졌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부족했던 마무리에 대해 아쉬워하면서도 “승리했기에 어느 정도 만족스럽다. 경기력도 좋았다”며 “득점 전까지 상대 미드필더 진영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득점을 지금까지와 다른 공격전환 이후 역습으로 만들어낸 것도 의미 깊다”고 흡족함을 나타냈다.

감독의 지시와 선수들의 절박함이 빚어낸 변화였다. 결승골의 주인공 권창훈은 “첫 경기에서 좋은 찬스도 있었지만 결과로 만들지 못했다는 걸 선수들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며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할지 잘 다 같이 준비했고 감독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플레이하라고 더 많이 주문했다. 모든 선수들이 적극적인 시도를 많이 해 좋은 장면이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계속 두드리자 문이 열렸다. 권창훈(왼쪽에서 두 번째)이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벤투 감독은 2018년 부임 후 여태껏 세밀한 패스 플레이에 중점을 둬왔는데,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밀집수비로 맞서는 아시아 팀들을 상대로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겨주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변화보다는 “하던 것의 완성도를 더 높이겠다”고만 말했던 벤투 감독이었다. 축구 팬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월드컵 본선에 나선다면 한국은 약자 입장이 될 확률이 크지만 아시아 무대에선 다르다. 과거만큼은 아니라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강팀이고 상대팀들은 수비적으로 나선다. 세밀한 패스 플레이 위주의 플랜 A만으로는 상대 벽을 뚫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몇 년의 경험으로 학습했다.

권창훈은 “팀 플레이 자체가 지공을 하면서 짧게 짧게 주고받으며 사이드 공간을 만들어 놓고 크로스도 하는 스타일”이라며 “팀이 원하는 방향성에 맞춰가면서 전술에 맞게 플레이하려고 노력 중이고 선수들도 이를 인지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선 무대를 바라보고 플랜 A의 완성도를 더 높여가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화도 필요하다. 플랜 B라고 말하긴 거창할 수 있지만 왜 변화가 필요한지, 그 작은 차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확실히 깨닫게 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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