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0-22 15:54 (금)
'신생팀 반란' NH농협카드, 어떻게 강팀이 됐나 [PBA 팀리그]
상태바
'신생팀 반란' NH농협카드, 어떻게 강팀이 됐나 [PBA 팀리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9.10 1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춘천=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아마 최강자 중 하나였던 조재호(41)와 김민아(31)를 품은 NH농협카드 그린포스. 우승후보라 불렸지만 불안감도 컸다. 신생팀으로서 당구 선수들에게 생소한 팀 경기에 적응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다.

기우였다. NH농협카드는 10일 강원도 춘천시 엘리시안강촌 스키하우스에서 막을 내린 2021~2022 웰컴저축은행 PBA 팀리그 전반기에서 9승 8무 4패(승점 35)를 기록, 2위로 마무리하며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획득했다.

NH농협카드는 어떻게 단숨에 강팀으로 떠오를 수 있었을까.

NH농협카드 그린포스가 10일 막을 내린 2021~2022 웰컴저축은행 PBA 팀리그 전반기를 2위로 마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사진=PBA 투어 제공]

 

◆ 놀라운 ‘팀 케미’, 믿음+의지의 산물

9일 6일차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뒤 김민아는 “8개 구단 중 분위기가 가장 좋다고 자부한다”고 당당히 말했다.

2위 결정전이나 다름없었던 이날 크라운해태와 최종전에서 무승부로 2위를 확정한 NH농협카드.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남다른 ‘케미’가 나타났다.  주장 조재호는 “어제부터 말한 게 서로 믿고 의지하고 혹시 지더라도 원망하지 말자고 했고 좋은 결과도 뒤따라왔다”며 “나 홀로 다 해야 하는 게 아닌데 못할 때 너무 자책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깊은 속 이야기를 나눴는데, 후배들이 ‘믿어달라’, ‘혼자 다 할 필요 없다’고 힘을 줬다”고 전했다.

김민아는 마음을 더 다잡았다. “기대보다 1,2라운드 좋은 성적을 거뒀고 3라운드까지 밀어붙이는 게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경기를 많이 뛰어 부담과 책임감도 컸다”면서도 “이런 생각이 기대에 못 미치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민아는 9일, 10일 팀을 2위로 올려놓는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부족한 출전 기회에도 응원단장을 자처한 전애린은 NH농협카드의 2위 달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사진=PBA 투어 제공]

 

‘막둥이’지만 누구보다 속이 깊은 전애린(22)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었다. 김민아가 많은 출전 기회를 가지는 만큼 기회는 줄었다. 그럼에도 벤치에서 응원단장을 자처하며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조재호는 “막내 전애린이 2,3라운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는데 3라운드 내내 최고의 응원을 펼쳐줬다. 다운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다시 한 번 다잡고 쳐야지 생각하게 됐다”고 칭찬했다.

김민아는 “내가 많이 뛰다보니 애린이가 많이 못 나갔는데 같은 숙소에서 지내며 내가 부담을 느낄 땐 오히려 긴장을 풀어주려고 하고 격려도 해줬다”며 “언니로서 동생이 믿어주는 것만큼 잘해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해야 그만큼 애린이에게도 기회가 가고 그렇게 하는 게 앞길을 막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조재호(왼쪽에서 2번째)와 김민아(왼쪽에서 3번째)는 베테랑으로서 NH농협카드의 돌풍을 이끌었다. [사진=PBA 투어 제공]

 

◆ 조재호 김민아 끌고, 오태준 전애린 밀고

서로에게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며 부담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는 환경 속 선수들은 날아다녔다.

조재호와 김민아는 기대대로였다. 조재호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8경기에 나서 22승 16패를 기록했다. 김민아는 18승 14패를 거뒀고 에버리지 0.955로 여자 선수 중 전체 2위에 올랐다. 특히 3라운드 막판 단식에서 3연승을 달리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오태준(29)은 남녀 간판 선수들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때론 에이스 역할을 자처하며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22승 15패로 팀 내 최다승을 올렸고 에버리지는 1.793으로 웰컴저축은행 웰뱅 피닉스 에디 레펜스(벨기에, 1.802)에 이어 전체 2위에 등극했다.

오태준은 놀라운 기량을 뽐내며 주장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사진=PBA 투어 제공]

 

조재호는 “팀리그 전엔 부족한 점도 보였는데 같이 연습하며 점점 좋아지는 걸 발견했다. 마지막 세트에서 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날 경기에 대해 “마르티네스가 잘쳐서 쫓아왔는데 마지막 2점을 깔끔히 해결해주는 걸 보고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전애린의 활약은 영양가 만점이었다. 10경기에 나선 그는 6승 4패로 6할 승률을 기록했다. 에버리지도 0.915로 여자 선수 중 전체 6위. 김민아의 뒤를 받치는 역할에 집중했지만 그의 아래 10명의 선수들이 있었다.

◆ 놀라긴 이르다, 성장하는 막내 구단

좋은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감했음에도 완벽히 만족할 수만은 없었다. 팀 전원이 팀리그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김민아는 “작년엔 TV로 상당히 재밌게 시청했다”면서도 “뛰어보니까. 볼 때가 좋았구나 느꼈다. 경기에 들어가는 순간 즐기자는 마음가짐은 잊게 됐다. 결과가 좋아 즐거웠지만 즐기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주장 조재호의 어려움도 컸다. 첫 시즌을 마친 뒤 각 팀 주장들은 역할의 부담감에 대해 호소했는데 조재호 또한 “농담을 섞어 말하자면 ‘주장 죽이기 게임’ 같다고 느꼈다”며 “외부에서 봤을 때도 힘들겠다고 느꼈는데 직접 뛰어보니 심적 압박감은 2배 이상이다. 잘 쳤을 때 2배로 기쁘다면 못 쳤을 때 다운되는 건 3배”라고 고개를 저었다.

[사진=PBA 투어 제공]<br>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뛰어난 실력으로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NH농협카드. 왼쪽부터 김민아, 김현우, 응우옌, 오태준, 전애린, 조재호. [사진=PBA 투어 제공]

 

아픈 만큼 성숙하는 법. 값진 경험은 후반기, 나아가 다음 시즌을 위한 약이 될 것이다. 적응에 애를 먹으면서도 결과를 챙겼기에 후반기엔 성적보단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조재호는 “전애린에게 많은 기회를 줄 계획이다. 팀 전체가 강해지도록 만들려고 한다”며 “선수들끼리 모여서 훈련하면서 전반기 보인 장점을 공유하고 단점을 보완한다면 후반기와 플레이오프 때 좋은 성적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소 성적이 아쉬웠던 응우옌 후인 푸엉 린(28·베트남)의 발전도 주목할 만하다. 초반엔 낯선 환경과 긴장감 탓에 부진했다. 1라운드 1승 5패. 2라운드에도 조금 나아졌지만 2승 4패. 그러나 3라운드 들어 4승 3패, 에버리지는 1.833으로 팀 내 1위였다. 조재호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믿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올라워줬다. 팀에 잘 융화됐다”며 “한국어도 열심히 공부 중이고 붙임성이 좋아 먼저 잘 다가온다”고 말했다.

김현우(39) 또한 50% 승률(11승 11패)을 유지하며 중간에서 2위 달성에 힘을 보탰다. 특히 1~3라운드 내내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치며 계산이 서는 선수로서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후반기, 나아가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다. 조재호는 “신생팀의 패기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엔 이런 게 약했는데 좋아졌다는 걸 보여드리도록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며 후반기 각오를 전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