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황선홍(53) 감독이 새롭게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끈다. 기대와 우려가 섞인다. 태극마크가 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강조한 그는 대표팀에서 어떤 축구를 보여주고 싶을까.
대한축구협회(KFA)는 16일 U-23 대표팀 감독 선임 기자회견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선임 배경을 전하고, 황선홍 감독이 나아갈 방향성을 설명했다.
황선홍 감독은 우선 내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대표팀을 이끈 뒤 협회 판단에 따라 2024 파리 올림픽까지 맡게 된다.
2003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3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K리그와 FA컵을 동시에 우승하며 프로축구 사상 첫 더블(2관왕)을 달성했고, 2016년에는 FC서울에서 다시 K리그 정상에 섰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 옌벤 푸더, 대전 하나시티즌을 거치면서 결과가 좋지 않았고, 여러 잡음에도 시달린 탓에 지도력에 의문부호가 붙기도 한다.
김판곤 위원장은 "황선홍 감독은 장기전인 K리그, 단기전인 FA컵에서 2차례씩 우승해 지도력은 검증됐다. 포항 시절 젊은 선수들을 잘 육성해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이 연령대는 합리적 운용방식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잘 준비됐다"면서 "한국형 스타일 구축에 대한 열정을 표명했다. 소통이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노력해 극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해당 연령대 선수들 파악도 잘 돼있었다"고 설명했다.
KFA는 김학범 전 감독이 2020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연임을 고사하자 K리그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후보를 꾸려 가능성을 타진했다. 당장 10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예선이 예정된 상황이다. 최대한 빨리 내년 아시안게임 대비 모드에 돌입해야 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9월 대전을 떠난 뒤 휴식하고 있던 황 감독이 열망을 내비쳤고, 최종 내부 심의를 거쳐 1+2년 계약을 맺게 됐다.
황선홍 감독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다는 건 가슴벅찬 일이며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지도자 시작하면서 대표팀 감독이 목표였다. 그동안 성공도 실패도 경험하면서 여기까지 왔고, 이 직책을 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긍심 갖고 당당하게 해나가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황 감독은 우리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학범 전 감독이 추구했던 빠른 속도, 강한 전방압박 등을 계승하되 약점으로 꼽힌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리면 국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U-23 대표팀은 A대표팀 전 단계인 만큼 '육성'에도 초점을 맞춰 가능한 많은 선수들이 A대표팀에 올라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도 전했다.
황선홍 감독은 "지도자로 입문할 때 한국 축구가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했다. 지금도 고민 중인데, 우리나라에 맞는 적극적이고 스피디한 축구가 경쟁력 있다는 생각이다. 방법론의 차이는 있겠지만 방향성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제 감독 혼자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각 파트 전문가, TSG(기술연구그룹)팀 등 여러 분야의 도움이 필요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학범 감독 축구를 높이 평가하며 한 단계 더 발전시키겠다는 말로 철학을 전했다.
"올림픽 대표팀이 지난겨울 제주에서 전지훈련할 때 치른 연습경기들을 지켜봤는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강한 전방압박과 공격적인 콘셉트, 공수전환 속도가 인상적이었다. 이런 점을 계승하면서 올림픽에서 아쉬웠던 수비 조직 등을 보완해나가면 더 경쟁력 생기지 않을까."
그는 또 '소통'을 강조했다. KFA도 본인도 약점으로 인지하고 있는 만큼 개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연령대 대표팀 감독은 어린 선수들과 호흡해야 하는 만큼 소통은 중요한 덕목으로 평가된다.
황 감독은 "개인적으로 소통 부재가 약점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외부에서 그런 평가를 받은 만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어린 선수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더 중요할 것"이라며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한 덕에) 선수들이 내게 좀 더 편하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어린 선수들과 유쾌하고 재밌게 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황선홍 감독은 "단체 운동이기 때문에 하나의 팀으로서 하나의 목표를 갖고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 개인 성향과 능력은 존중하되 팀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없으면 우리 팀에서 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게 내 소신이다. 그것만 잘 지켜준다면 좋은 팀을 꾸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며 원팀을 강조했다.
한편으론 A대표팀과 소통에 대한 견해도 덧붙였다. 김학범 전 감독은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과 선수 선발을 놓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A대표팀 우선 주의를 앞세우는데, 올림픽 같은 큰 대회를 준비한 김학범 감독 입장에선 핵심자원들을 내주는 일이 많아 고심이 깊었다.
황 감독은 "우려도 없지 않지만 욕심을 많이 내기보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결정할 것이다. 기본적으론 A대표팀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케줄이 정해져 있으니 (A대표팀에서) 미리 (선수 선발) 윤곽을 잡아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상황이 돼 도움 받을 수 있다면 소통을 통해 도움받고 싶다"고 했다.
'황선홍호'는 내달 27~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AFC U-23 아시안컵 예선을 통해 출항한다. 한국은 필리핀, 동티모르, 싱가포르와 차례로 대결한다. 본선은 내년 6월 열리며, 9월 아시안게임이 이어진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