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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퀴아오 은퇴, 링 밖에서도 영웅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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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퀴아오 은퇴, 링 밖에서도 영웅이 될까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9.3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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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올타임 넘버원 복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43)가 은퇴한다. 정치에 입문한 지 10년을 넘긴 그가 대선 도전에 매진할 것이란 분석이 따른다.

파퀴아오는 29일(한국시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14분 분량 영상을 통해 "방금 마지막 종소리를 들었다. 복싱은 끝났다"며 "복싱 글러브를 벗는 날이 올 거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다"고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는 뜻을 알렸다.

복싱 역사상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살아있는 전설 파퀴아오는 현재 필리핀 상원의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와 운동을 병행했는데, 이번에 복싱에서 은퇴한 뒤 자신의 정치 커리어에서 가장 큰 도전에 나선다. 내년 5월 필리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AFP/연합뉴스]
필리핀 복싱 전설 파퀴아오가 은퇴한다. [사진=AFP/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메이웨더와 맞대결로 복싱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사진=AFP/연합뉴스]

1978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빈민가에 태어나 생계를 위해 링에 오른 파퀴아오는 1995년 프로로 전향, 1998년 경량급인 플라이급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로 8체급을 석권했다. 

마르코 안토니오 바레라, 에릭 모랄레스, 오스카 델라 호야, 미겔 코토,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 리키 해튼, 셰인 모슬리 등 최강자들과 명승부를 만들었다. 파퀴아오에게 패해 쓰러진 명예의 전당 복서만 5명에 달한다.

특히 2008년 호야와 대결은 아직도 회자된다. 파퀴아오는 당시 복싱계 대세였던 호야에 맞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라운드마다 일방적인 승부를 벌인 끝에 8라운드 TKO 승리를 따냈다. 무명에 가까웠던 그가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순간이다.

파퀴아오는 미국복싱기자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복서'에 두 차례 뽑혔고, 마르케스와 4차전은 2012년 '올해의 경기'로 선정됐다. 2009년 미국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2015년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대결을 펼쳐 패하긴 했으나 복싱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당시 페이퍼뷰(PPV)로만 460만 건 판매됐다. 이전 기록인 메이웨더-호야 맞대결(240만 건)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였다.

12차례 세계 타이틀을 거머쥔 파퀴아오는 통산 72전 62승(39KO) 2무 8패 전적을 남기고 화려한 선수 경력을 마무리했다.

전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파퀴아오는 내년 대선에 도전한다. [사진=AFP/연합뉴스]

파퀴아오는 마지막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명트레이너 프레디 로치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을 전했다. 파퀴아오는 로치의 지도 아래 속사포 펀치를 장착, 수년에 걸쳐 무려 18㎏을 증량해가며 전무후무한 8체급 제패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안녕 복싱, 내 삶을 바꿔줘서 고마워"라며 "(로치는) 내게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를 줬다. 당신 덕분에 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었다. 당신 덕에 더 많은 삶을 바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필리핀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파퀴아오는 전 국민적 인기를 바탕으로 2010년 하원의원, 2016년 상원의원을 거쳐 이제 대통령에 도전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진 민주필리핀당(PDP-Laban) 대표도 역임했다.

이달 초 그는 민주필리핀당 내 한 분파의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하고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파퀴아오는 지난달 출마 소식을 발표하며 “나는 투사이고, 링 안팎에서 언제나 파이터일 것”이라며 "부패가 필리핀을 악화시키고 있다. 빈곤을 퇴치하고 부패 정치인들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파퀴아오가 한때 지지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는 이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필리핀 대통령은 6년 단임제로, 현직인 두테르테 대통령은 연임이 불가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랜 측근 크리스토퍼 봉 고 상원 의원을 차기 대선 후보로 지명했다. 외신들은 봉 고 의원이 추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 다바오 시장이 대선 주자로 나설 거라 전망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부통령 후보로 함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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