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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설기현 감독, '옛 동료' 시드웰 소환한 사연 [K리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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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설기현 감독, '옛 동료' 시드웰 소환한 사연 [K리그2]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1.10.0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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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미드필드에서 상대 역습을 막아주고, 골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시드웰이 그런 선수다.”

설기현 경남FC 감독이 스티브 시드웰 같은 유형의 미드필더를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서울 이랜드FC 징크스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되는 발언이다.

경남은 지난 2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2(프로축구 2부) 32라운드 이랜드와 원정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 20분 유정완에 실점해 리드를 뺏겼고, 전반 추가시간 윌리안이 승부의 균형을 맞춰 승점 1을 따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경남 사령탑 설기현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경남 사령탑 설기현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번 경기 중요도가 높았다. 승점 38로 6위였던 경남은 승격 플레이오프(PO) 마지노선인 4위 전남 드래곤즈와 7점 차를 유지했다. 승격 로드맵을 그리기 위해선 이번 경기 승리로 전남과 승점 차를 줄이는게 시급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이랜드를 만났다. 31라운드를 치른 시점 경남은 올 시즌 딱 두 팀을 이겨보지 못했다. 그중 한 팀은 순위 경쟁을 펼치는 전남이고, 나머지 한 팀이 이랜드다. 설기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시즌부터 시작된 악연으로 6차례 맞대결에서 4무 2패를 거뒀다.

경기 시작 전 인터뷰에서 설 감독은 “중요한 시점, 올 시즌 이기지 못한 이랜드 원정경기라 부담된다. 꼭 이기고 싶다. 여러 불리가 있지만 좋은 경기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겠다”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이랜드 징크스는 계속됐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윤석주, 이광진이 중원을 맡았으나 장악력이 떨어졌다. 측면 조합도 파괴력이 아쉬웠다. 중앙 미드필더 장혁진을 측면에 뒀는데,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장기인 볼 배급과 전환 패스를 보여주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설기현 감독은 빠르게 전술에 변화를 취했다. 전반 25분 윤석주를 빼고 임민혁을 투입했다. 장혁진도 다시 중앙 미드필더로 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은 여전히 갑갑했다. 상대 압박에 선택지가 부족했다. 중원에서 볼 방출이 원활하지 못하니 라인을 끌어올리는데 애를 먹었고, 윌리안과 에르난데스 또한 빡빡한 상대 수비 라인에 묶였다.

수비 역시 잡음을 냈다. 윗선의 커버 플레이가 기민하게 이뤄지지 않아 포백 라인에 하중이 더해졌다. 중원에서 시작하는 이랜드의 빠른 전환과 측면 역습에 휘둘렸다. 실제로 상대가 쉽게 전진했고, 경남 미드필드진은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는데 고전했다.

경남은 전반 종료 직전 터진 윌리안 동점골로 가까스로 승점 1을 얻었다. 점유율 차이는 거의 없었지만 슛 5-11, 공격 차단 10-17 등 공수 열세를 보였다. 경기 내용에서 밀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랜드 공격에 고전한 경남 미드필드진. [사진=서울이랜드FC 제공]
이랜드 공격에 고전한 경남 미드필드진. [사진=서울이랜드FC 제공]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설기현 감독은 “우리는 수비에 집중하다 역습하는 팀을 상대로 고전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랜드가 딱 그랬다. 이랜드는 올 시즌 선 수비, 후 역습으로 재미를 봤다. 후방에서 버티다 공을 뺏어낸 뒤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해 상대 숨통을 끊는다. 이번 경기에서도 90분 내내 비슷한 기조를 뽐내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설 감독은 이랜드처럼 플레이하는 팀을 상대할 때는 미드필더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랜드 같은 팀하고 경기했을 때,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체격이 큰 미드필더가 있어야 한다. 공을 잘 차는 것도 실력이지만 신체 조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설 감독이 다음 시즌 보강해야할 첫 번째 옵션으로 생각하는 선수 유형이다. 그는 “이광진이 들어와서 중원을 책임지고 있지만 수비는 물론 적절한 상황에서 골까지 넣어줄 선수가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해줄 선수가 있으면 지금보다 더 단단한 팀이 될 것”이라며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딩FC에서 한솥밥을 먹은 시드웰을 예로 들었다.

시드웰은 설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의 선수다. 키 178㎝, 70㎏대 탄탄한 신체는 물론 중원에서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했던 선수. 창의성은 떨어지지만 볼 차단과 태클, 압박 능력은 리그 수위급으로 평가받았다.

공격력도 갖췄다. 18시즌 동안 470경기를 소화하며 58골 24도움을 생산했다. 세컨드 볼 찬스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가 하면, 공을 중원에서 끊어낸 뒤 빠른 전환이나 돌파로 직접 득점을 노리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 시드웰 같은 유형의 선수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원에서 1차 저지선을 형성해 상대 전진을 적절하게 방해했을 것이고, 공격 과정에서 직접 공을 몰고 올라가 에르난데스와 윌리안 부담을 덜어줬을 수 있다. 같은 날 전남이 비기면서 격차를 좁힐 기회를 놓쳐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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