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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취월장 황인범, 황태자는 증명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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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취월장 황인범, 황태자는 증명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0.08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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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결승골의 주인공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 그러나 경기 내내 가장 큰 존재감을 보인 선수는 따로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황태자로 불렸던 황인범(25·루빈 카잔)이었다.

황인범은 7일 경기도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 홈경기에 선발 출장, 86분간 뛰며 선제골을 넣는 등 팀 2-1 승리에 일조했다.

전폭적인 신뢰 속 꾸준한 출장기회를 받으면서도 만족스런 성과를 내지 못했던 그이기에 이날 경기는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성과였다.

황인범이 7일 시리아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에서 크로스를 올리고 있다.

 

황인범은 벤투 감독 부임 이후 가장 꾸준히 기회를 받은 선수의 대표격이다. 벤투호 출범 직후인 2018년 9월 처음 국가대표에 데뷔한 그는 26경기 중 21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초반엔 많은 지지를 받았다. 창의적이고 과감한 전진패스와 발기술을 앞세운 플레이는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패스미스 등 플레이에 안정감 측면에서 아쉬움을 나타내는 이들이 많아졌다. K리그1, 유럽리그에서 뛰는 동료들과 달리 K리그2(대전 시티즌)에 이어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등에서 활약하며 도태돼 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황태자라는 말은 이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 됐다. 비아냥거리는 의도로 쓰이기도 했다. 

황인범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황태자란 말이) 좋은 의미도 될 수 있고 안 좋은 의미도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떤 감독만의 황태자가 아니라 어느 감독 밑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용 받는 것에 대해 불편함이 있으신 분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매 경기 내가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것밖에 없다.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왜 중용 받는지 설득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나란히 골을 넣고 함께 기뻐하고 있는 황인범(왼쪽)과 손흥민.

 

황인범은 벤투호는 물론이고 금메달을 따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전 소속팀에서도, 루빈 카잔에서도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다. 괜한 선택은 아니다. 황인범 또한 “특별한 기술이 아닌 각 지도자가 원하는 스타일과 전술에 맞추려는 노력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스스로 장점이 뭘까라는 고민도 많았는데 이게 가장 큰 장점 같다. 이 부분을 잘 살리되 정확성이나 과감함을 곁들이면 더 좋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빈 카잔 이적 후 빠른 성장세를 그렸다. 팀에서도 중용됐고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 주장 완장까지 찼다. 결연한 각오로 나선 이날 황인범은 오랜 만에 축구 팬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을 만한 플레이를 펼쳤다.

평소와 같은 4-2-3-1 전형이면서도 또 달랐다. 정우영(알 사드)보다 조금 앞에서 보다 공격적인 역할을 맡았다. 지난달 두 차례 경기에서 모두 포백 라인 앞을 지켰던 것보다 더 전진배치됐다.

황인범에겐 더 없이 익숙한 자리. 공격력과 감각적인 패스 센스를 살릴 수 있는 역할이었다. 전반 초반부터 황인범은 전방 공격수들에게 공격적인 패스를 찔러 넣었다. 침투하는 손흥민, 황희찬 등에게 날카로운 로빙패스를 연결했고 전반 막판엔 황의조와 골키퍼의 1대1 찬스를 만드는 스루패스를 제공했다.

1년 10개월 만에 대표팀에서 골을 넣은 황인범은 몸소 왜 황태자로 불리는지 증명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수 차례 기회를 맞고도 답답한 골 결정력 속에 침묵이 이어졌다. 후반 초반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2분 아크 왼쪽에서 공을 잡은 황인범은 수비가 멀어지자 과감한 왼발슛을 날렸고 공은 그대로 골대 우측 하단을 통과했다. A매치 4번째 골이자 2019년 12월 동아시안컵 일본전 이후 1년 10개월 만에 나온 축포였다. 

후반에도 내내 양질의 패스를 공급했다. 시리아의 육탄 수비와 한국 공격진의 2% 부족한 마무리가 아쉬웠을 뿐.

경기 후 황인범은 수훈선수 인터뷰 1순위 후보였다. 그러나 함께 골을 넣은 손흥민과 나란히 도핑 테스트 선수로 선발돼 소감을 전할 기회가 사라졌다.

이란 원정에만 나서면 작아졌다. 역대 7경기에서 승리 없이 2무 5패. 이란 원정을 앞둔 대표팀엔 황인범의 반등은 큰 수확이다. 단 한 경기로 자신이 왜 황태자로 불리는지를 설득시켰다. 앞서 졸전이 이어졌던 이란전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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