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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충격 민낯, 자멸하는 쇼트트랙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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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충격 민낯, 자멸하는 쇼트트랙 영웅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0.1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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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천냥 빚을 갚는다던 말 한마디의 위력을 새삼 깨달았다. 쇼트트랙 영웅이었던 심석희(24·서울시청)가 불명예스럽게 태극마크를 내려놓게 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11일 심석희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 시리즈 출전 보류와 함께 대표팀 강화 훈련 제외 등 조치를 취했다.

심석희는 선의의 라이벌이었던 최민정(23·성남시청)에 대한 도를 넘은 시기와 질투, 동료들을 무시하는 태도, 최민정과 고의 충돌 의심을 사는 언행들이 공개되며 비판 여론을 키웠다. 결국 스스로도 고개를 숙이며 잘못을 인정했다.

심석희가 동료들을 비방한 과거가 밝혀지며 당분간 태극마크를 내려놓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디스패치를 통해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심석희는 3년여 간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하며 재판부를 오갔는데, 이 당시 조 전 코치가 법정에 제출했던 변호인 의견서 내용 일부가 공개된 것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심석희와 대표팀 C 코치가 함께 동료 선수들을 비방하고 모욕하는 대화를 주고 받았던 것.

최민정의 탈락을 위해 중국 선수를 응원하는가 하면 최민정과 김아랑(26·고양시청)을 노골적으로 헐뜯었다. 심지어는 단체 계주 금메달이 창피하다고까지 말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화는 암호처럼 사용된 ‘브레드버리’였다. 스티븐 브래드버리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남자 1000m 결승에서 안현수, 안톤 오노, 리자쥔 등의 충돌로 인해 어부지리 금메달을 따낸 호주 선수. C 코치는 “힘 남으면 브래드버리 만들자”고 말했고 심석희도 이에 동의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아니지만 정황상 심석희가 우승하지 못할 것 같으면 최민정도 금메달을 따지 못하도록 밀쳐 다른 선수들을 밀어주자는 듯한 뉘앙스의 대화였다.

실제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1000m 결승 5명 중 가장 뒤에 있던 최민정이 마지막 바퀴를 남귀고 아웃코스 추월을 노렸는데, 그 과정에서 심석희와 충돌해 함께 넘어졌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긴 어렵지만 경기 영상으로는 심석희가 최민정을 밀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이 더 커졌다. 실제 당시에도 심석희는 페널티로 실격처리됐고 최민정은 4위로 밀려 메달 추가에 실패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에서 최민정(왼쪽)과 충돌한 뒤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는 심석희. [사진=연합뉴스]

 

심석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매니지먼트사 갤럭시아에스엠을 통해 “2018년 평창올림픽 기간에 있었던 미성숙한 태도와 언행으로 인해 많은 분께 실망과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특히 기사를 접하고 충격 받았을 김아랑과 최민정, 코치 선생님들께 마음 깊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다만 고의 충돌 의혹에 대해선 “기사에서 브래드버리를 언급하며 올림픽 경기 때 의도적으로 넘어진 것처럼 서술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올림픽 결승에서 일부러 넘어진다거나 이 과정에서 다른 선수를 넘어뜨려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실제로도 그런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와 최민정은 모두 아웃코스를 통해 상대를 추월하고 막판 스퍼트를 내는 방식을 주특기로 사용한다. 해당 경기에서도 각자의 특기를 활용했고 그 과정에서 충돌이 생겨 넘어진 것은 두 선수 모두에게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고의로 최민정을 넘어뜨리지 않았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조사를 통해 충분히 밝혀질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이다. 추후 진상조사 등이 이뤄져 많은 분의 오해가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추이를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최민정 측은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를 통해 “대한체육회에 11일 공문을 발송해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고의충돌 의혹을 비롯해 심석희와 국가대표 C 코치 관련 의혹을 낱낱이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따내고 시상대에서 환희 웃고 있는 동료들과 심석희(오른쪽). [사진=연합뉴스]

 

구동회 올댓스포츠 대표는 “당시 최민정은 팀 동료와 충돌로 인해 금메달을 어이없게 놓쳤을 뿐만 아니라 무릎 인대를 다쳐 보호대를 착용하고 절뚝거리며 걸을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며 “최민정을 고의로 넘어뜨려 ‘브래드버리’를 했다면 이는 승부조작을 넘어 최민정에게 위해를 가한 범죄행위라고 볼 수 있어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의 이에 대한 진상 파악 및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빙상연맹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 정상화를 위해 조속하게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고의 충돌 여부를 파악하기까진 시간이 꽤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끝내 고의 충돌 여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심석희가 지금까지 국가대표로서 쌓은 업적 그리고 ‘미투’의 시발점이 된 용기 있는 행동으로 인해 받았던 지지는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게 됐다. 고의 충돌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대표팀 선수로서 타 국가 선수를 응원하고 동료를 깎아내리는 행동은 자격 미달 행동이기에 대표팀 재승선 또한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심석희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조재범 코치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진천선수촌을 탈출하는 등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화를 절제하지 못하고 타인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로 미성숙한 모습을 보인 점은 현재까지 반성하고 있다”며 “기사를 읽고 선수들이 큰 상처를 입었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민과 선수, 관계자분들이 충격받으셨을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과거의 미성숙한 태도를 뉘우치고 깊은 반성과 자숙을 통해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있을까. 실력은 물론이고 역경을 딛고 힘껏 일어서며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던 심석희였기에 더욱 큰 배신감으로 팬들을 등돌리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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