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0:41 (금)
국대급으로 '수사불패' 김천상무, K리그2는 좁았다
상태바
국대급으로 '수사불패' 김천상무, K리그2는 좁았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0.19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수사불패(雖死不敗). 비록 죽는 한이 있어도 지지는 않겠다. K리그(프로축구) 유일의 군팀 김천 상무를 대변하는 말이다. 역시 상무에게 K리그2(2부)는 좁았던걸까. 곧장 승격에 성공했다.

김천은 17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2 3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조규성의 결승골을 앞세워 '고춧가루 부대' 부천FC를 1-0으로 제압했다. 승점 67(19승 10무 5패)을 쌓은 김천은 이날 서울 이랜드FC에 승리한 2위 FC안양(승점 59·16승 11무 7패)과 격차를 8점으로 유지했다. 잔여일정 2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 시즌 부로 경북 상주와 협약이 종료되면서 바로 옆 동네 김천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그 과정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인 K리그1(1부) 4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 강등됐던 김천이 2부 정상에 오르며 1년 만에 승격을 일궜다.

K리그2에선 우승팀이 K리그1으로 다이렉트 승격하고, 2∼4위 팀은 승격 준플레이오프(준PO)와 플레이오프(PO), K리그1 11위 팀과 승강 PO를 거쳐 1부 점프에 도전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천이 14경기 무패를 달성하며 K리그1 다이렉트 승격에 성공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국가대표급과 각팀 유망주가 모두 모인만큼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천은 상주 시절 포함, 올해까지 강등되면 이듬해 우승해 승격하는 진기록을 3번이나 썼다. K리그2 도입 전인 2012시즌 16위를 비롯해 2014시즌 12위 등 두 차례나 K리그1 꼴찌에 머무르면서 2부로 추락했지만 그 다음 시즌 곧장 K리그2를 제패하며 다시 K리그1으로 올라섰다.

2017년부터 김천을 이끈 '펩태완' 김태완 김천 감독은 부임 이래 처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선수(1986년 포항 제철), 감독(2016년 안산 경찰청)으로 K리그 우승을 경험한 이흥실 단장은 행정가로 변신한 첫 해 챔피언 타이틀을 다시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김천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병역 혜택을 입지 못한 각 구단 에이스가 모두 모인 셈이라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하다. 이달 발표된 A대표팀과 U-23 대표팀에 소집된 멤버만 총 8명. 그야말로 '국대급' 스쿼드를 자랑한다.

문선민(전북 현대), 권경원(성남FC), 오세훈, 박용우(이상 울산 현대), 이창근(제주 유나이티드) 등이 여름에 전역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동진, 조규성, 허용준, 오현규 등 공격진뿐만 아니라 박지수, 구성윤, 정승현, 고승범, 우주성 등 뒷문까지 탄탄하다. 

지난 시즌부터는 상무도 22세 이하(U-22) 의무 출전 조항이 적용되면서 젊고 유망한 선수들의 조기 입대 러시가 이어져 선수 수급이 더 원활해졌다. 황선홍 U-23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오현규, 서진수, 김주성, 권혁규가 AFC U-23 아시안컵 예선에 출전할 기회를 얻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태완 감독이 부임 이래 처음으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승격 기쁨을 누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흥실 단장은 선수, 감독에 이어 행정가로서도 K리그 우승을 맛본 축구인이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천은 매 시즌 도중 주전급 선임병들이 제대해 전력에서 이탈하는 공백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후반기 잠깐 주춤할 뿐 이내 중심을 찾았다. 원 소속팀에서보다 김태완 감독 지도 아래 더 많은 기회를 얻으면서 성장한 케이스는 손 꼽을 수 없이 많다.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초반에는 부상과 신병 합류 등 어수선한 가운데 3월 1승 1무 2패로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이내 4월부터 승률 50%(2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추스른 뒤 6월부터 전력이 안정됐다. 7월 10일 안양전 2-4 패배 이후 무려 14경기 무패(10승 4무)를 달리며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2위권 팀들이 서로 물고 뜯는 사이 김천은 착실히 승점을 쌓아올리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태완 감독은 "9라운드까지 가장 힘들었다. 팀을 어떻게 추스려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며 "결국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조금씩 문제를 이해하게 됐다. 우리에게 맞는 옷을 다시 연구하고, 각 선수를 잘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하면서 조금씩 이겨냈다"고 돌아봤다.

또 "축구는 좋은 전술, 좋은 선수가 있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구성원 간 마음이 맞아야 하고 조직력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것들을 시즌 내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게 해야 가능한 게 우승"이라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팀을 이끌었는데, 올해는 감독이라는 직업이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플레이오프 선착을 위한 경쟁에선 2위 FC안양이 가장 유리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플레이오프 선착을 위한 경쟁에선 2위 FC안양이 가장 유리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2를 정복한 김천은 우승 기념 특별 유니폼 패키지를 판매한다. 20일 오후 1시부터 공식 홈페이지 쇼핑몰을 통해 우승 기념 유니폼을 구매하면 우승패치 및 등번호, 이름 마킹, 전사 프린팅을 모두 무료 제공한다.

이제 남은 승격팀 자리는 한 자리. 여정이 험난하다. K리그2 3, 4위가 승격 준PO를, 그 승자가 2위와 PO를 벌인다. 거기서 살아남은 팀이 K리그1 11위와 다시 승강을 놓고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시즌부터 준PO, PO는 순위가 높은 팀 홈에서 단판으로 치러지고 있다. 순위가 높은 팀은 무승부만 거둬도 돼 유리하다.

남은 2경기 2위 안양(승점 59)부터 3위 대전 하나 시티즌(승점 55), 4위 전남 드래곤즈(승점 52)까지 세 팀이 가장 유리한 2위를 놓고 다툰다. 5위 경남FC(승점 41) 아래로는 기회를 상실했다.

가장 앞선 건 역시 안양이다. 23일 대전과 승점 6짜리 맞대결에서 무승부 이상 거두면 2위로 PO에 선착한다. 또 전남이 전승하고, 대전이 남은 경기에서 미끄러지면 서로 순위를 맞바꾸는 일도 가능해 마지막까지 치열할 전망이다. K리그2 준PO는 내달 3일, PO는 7일 각각 열린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