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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 타격왕이 뭐기에, 퓨처스리그 승부조작 의혹 쟁점은?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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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 타격왕이 뭐기에, 퓨처스리그 승부조작 의혹 쟁점은?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0.19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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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프로야구를 괴롭혔던 승부조작 논란이 다시 한 번 일고 있다. 퓨처스리그(2군) 타격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정금조 KBO 사무 2차장 겸 클린베이스볼 센터장은 “지난 13일 2군 타격왕 밀어주기와 관련한 제보가 클린베이스볼센터로 들어왔다”며 “제보를 확인할 필요성을 느껴 후속 조처에 들어갔다”고 18일 밝혔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서호철(25)은 타율 0.388로 롯데 자이언츠 김주현(28·타율 0.386)을 제치고 타격왕에 등극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 나온 번트 안타 2개가 도마에 올랐다.

상무에서 전역한 NC 다이노스 서호철이 올 시즌 퓨처스리그 타격왕에 오르고도 승부조작 논란 중심에 섰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번트 전무 서호철, 번트로 일군 타격왕?

10월 8,9일 연속으로 치른 경기에서 상무가 서호철의 타격왕 등극을 위해 KIA에 “수비를 느슨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경기 상황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서호철은 이틀 동안 번트안타 2개를 기록했다. 8일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투수 남재현의 왼쪽으로 기습번트를 했다. 9일 경기에서도 3루 선상으로 또 번트를 댔고 타구는 선상 안쪽에 멈춰 서호철은 1루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올 시즌 단 하나의 번트 안타가 없었던 서호철이기에 공교롭기는 했다.

그러나 이범호 KIA 퓨처스 총괄코치는 SBS와 인터뷰를 통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뛰며 “서호철은 우리를 만나기 전까지 시즌 번트가 두 차례밖에 없는 선수였다. 어떻게 번트를 예상하고 수비를 할 수 있나. 안타를 많이 치는 코스에 수비를 뒀는데, 서호철이 번트를 댔다” 밝혔다. 

또 기습번트에 당한 뒤인 10일 경기에선 3루수 강경학을 평소보다 전진 배치하며 번트에 대비했다고도 전했다. 다만 파울 라인을 벗어났던 타구가 다시 안으로 들어와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경기 영상을 확인하는 일이지만 퓨처스리그는 1군 경기와 달리 중계를 하지 않아 공식적인 영상이 남지 않는다. 경기장 내 CCTV 혹은 각 구단 자체적 영상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KBO 사무국은 조사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KIA 타이거즈 구단과 상무 야구단에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하며 진상 조사에 착수할 예정. 다만 KBO 소속 경기운영위원과 기록위원이 현장에 있었고 의심할 만한 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치왕 상무 감독을 비롯한 당사자들은 승부조작에 가담할 이유가 없다며 억울함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억울한 당사자들, “우리가 왜?”

서호철과 상무, KIA 모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상무는 각 구단에서 기대주로 평가받는 이들이 병역을 이행하기 위해 입대하는 곳이다. 경찰야구단이 사라진 만큼 더욱 입대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만큼 상무 선수들이 타이틀을 차지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더불어 상무 감독은 군무원 신분이기에 개인 기록 등으로 특별한 인센티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도자 커리어 위험성을 감수하고 상대 팀에 승부조작을 협조하는 게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각에선 박치왕 상무 감독이 선수 선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KIA에서도 상무의 요구에 협조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무는 2018년부터 선발위원회를 구성해 선수를 뽑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는 철저히 배제되고 별도 선발위원회가 개인 성적(60%)과 국가대표 경력(20%), 체력 테스트(15%), 잠재역량(5%)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그렇기에 KIA 입장에서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서호철을 타격왕으로 만들어 줄 이유가 없다는 데 설득력이 실린다. 서호철의 원소속 구단은 NC 다이노스. 굳이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서호철이 전라남도 순천 출신이라는 것뿐.

18일은 서호철의 전역일이었다. 타격왕에 오르며 내년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는 서호철로선 ‘반쪽짜리 타이틀’이라는 오명과 함께 씁쓸함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서호철과 타격왕 경쟁을 벌였던 롯데 자이언츠 김주현이 KIA 포수에게 보낸 메시지로 논란의 불씨가 옮겨붙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새로운 국면

사건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KBS는 서호철과 타격왕 경쟁을 벌인 롯데 김주현이 KIA 퓨처스 팀 포수에게 서호철을 견제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롯데 김주현이 KIA 포수 A에게 “볼넷이든 몸에 맞는 공이든 다 괜찮다. 서호철에게 안타만 내주지 말아 달라”는 의미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 KIA는 두 선수가 주고받은 메시지를 KBO에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KIA 포수 A가 이에 동조한 정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8일 경기에서 서호철은 번트 안타로 출루했고 다음 날 경기에선 번트 안타를 포함해 우익 선상 2루타까지 날렸다.

서호철과 상무, KIA의 승부조작 혐의가 무고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논란은 완전히 김주현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타격왕 밀어주기 제보도 이와 무관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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