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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해진 구자욱 이정후, 그들은 왜 분노했나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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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해진 구자욱 이정후, 그들은 왜 분노했나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0.22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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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구자욱(28·삼성 라이온즈)은 삭혔던 화를 분출한 죄로 퇴장을 당했고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는 부러져라 방망이를 바닥에 내리쳤다.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경기. 팀이 5-4로 앞선 9회초 2사 1,2루에서 1루수 직선타로 물러난 이정후는 배트를 몇 번이나 땅에 찍었고 던져버렸다. 배트는 두동강이 났다.

지난 19일엔 구자욱이 두산과 홈경기에서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며 헬멧을 집어던졌다. 결과는 퇴장.

[잠실=스포츠Q 손힘찬 기자] 이정후가 21일 LG 트윈스전에서 9회말 직선타로 아웃된 뒤 방망이를 바닥에 내리치고 있다.

 

순한 성격으로 잘 알려진 이정후와 구자욱이기에 더욱 충격파가 컸다. 이들은 대체 왜 분노한 것일까.

이정후 분노의 이유는 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매 경기가 개인 타이틀, 팀 순위로 직결될 수 있는 시즌 막판. 타격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정후는 최근 5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치며 부진에 빠진 상황이었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강백호(KT 위즈), 전준우(롯데 자이언츠)에게 타율 1위를 내줄 수도 있는 상황.

강병식 타격 코치와 끊임없이 고민을 나눈 이정후는 해법을 찾은 듯 보였다. 1회와 3회초 연속 1타점 적시타를 날렸고 5회에도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를 날린 뒤 도루까지 성공했다. 송성문의 안타로 득점까지 연결시켰다.

이미 3안타를 만들어낸 뒤 올라선 9회 타석. 잘 맞은 타구가 1루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이정후는 화를 삭히지 못했다. 방망이를 한 차례 강하게 내리 찍더니 몇 걸음을 채옮기지 않아 다시 한 번 그 행동을 반복했다. 끝엔 방망이를 내던진 채 벤치로 들어왔다.

[잠실=스포츠Q 손힘찬 기자] 앞서 3안타 경기를 완성했던 이정후지만 마지막 타석에 대한 아쉬움은 감출 수 없었다.

 

이날 3안타를 만들어내며 타율을 0.351로 끌어올린 이정후. 2위 강백호, 3위 전준우(이상 (0.347)와 격차를 벌렸다.

앞선 3안타보다는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더 속상한 이정후의 태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만큼 승부욕이 넘치고 만족을 모르고 노력하는 자세는 지속적인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팀은 웃지 못했다. 9회말 마무리 김태훈이 견제 과정에서 공을 빠뜨리며 경기는 5-5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키움은 결국 승률에서 밀려 SSG 랜더스와 승차 없는 6위로 내려앉았다. 팀에 확실한 승리를 안겨줄 수 있었던 기회를 살리지 못해 이정후는 더 화를 숨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구자욱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그 또한 순둥이라고 불릴 정도로 평소 화내는 걸 보기 힘든 선수 중 하나인데 19일 경기에선 달랐다.

19일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숨기지 못한 구자욱은 헬멧을 집어던지고 퇴장명령을 받았다.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팀이 0-2로 끌려가던 2사 2,3루 동점 기회에서 상대 투수 공이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왔다. 심판 콜은 삼진. 구자욱은 황당하다는 표정과 함께 헬멧을 집어던졌다. 심판에겐 화를 내며 끓어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퇴장 명령을 받은 뒤에도 “볼이잖아요”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앞선 상황과 연관된 장면이었다. 1회에도 같은 코스에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줬고 구자욱은 루킹삼진으로 물러나야 했다. 5회에도 2구가 바깥쪽 높에 들어왔는데 심판은 스트라이크 콜을 외쳤고 구자욱은 갸우뚱하며 의구심을 가졌다.

올 시즌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심판마다 스트라이크 존 설정이 다를 수는 있으나 일관성 없는 판정으로 인해 공략이 어렵다는 것.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던 구자욱이기에 그동안 얼마나 불만이 쌓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삼성은 이날 결국 0-5로 완패했다. KT가 3연패하며 주춤하고 있으나 선두로 올라설 기회를 놓쳤다.

매 타석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시즌 막판. 이정후와 구자욱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평소보다는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이해가 안가는 장면들은 아니었지만 팀 결과가 모두 안 좋게 이어졌다는 걸 보면 감정을 얼마나 잘 컨트롤하느냐가 막판 승부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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