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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미답 LG 홍창기, 버텨줘서 고마운 출루머신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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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미답 LG 홍창기, 버텨줘서 고마운 출루머신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0.23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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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00볼넷. 홍창기(28)가 LG 트윈스 창단 이후 누구도 밟지 못한 곳에 올라섰다.

홍창기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시즌 14차전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2타수 무안타 3볼넷 1득점했다.

이날도 놀라운 출루본능을 뽐냈다. 볼넷으로만 세 차례 출루하며 LG 역사를 통틀어 최초로 단일 시즌 100볼넷을 돌파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가라앉은 팀 분위기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이뤄낸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LG 트윈스 홍창기가 2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100볼넷을 돌파하며 팀 역사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LG 트윈스 페이스북 캡처]

 

건국대를 거쳐 2016년 LG 유니폼을 입었으나 제대로 이름을 아리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해 주전으로 발돋움한 홍창기는 뛰어난 선구안과 빠른 발, 정교한 콘택트 능력으로
LG 테이블세터로 발돋움했다.

올 시즌 행보는 더욱 돋보인다. 이날 전까지 타율 0.329로 타격 5위에 오를 만큼 팀은 물론이고 리그를 대표할 만한 교타자가 됐다. 더 놀라운 건 출루본능. 볼넷을 99개나 얻어냈고 출루율은 0.454,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KT 위즈 강백호(0.451)마저도 앞서고 선두를 달렸다.

급성장한 홍창기는 LG엔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다. 팀 내 홍창기 다음으로 높은 타율은 김현수의 0.286. 채은성(0.275), 오지환(0.260), 서건창(0.254) 등 베테랑들이 기대만큼 활약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홍창기의 존재는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다. 최근 햄스트링 이상을 겪었는데 아직까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 류지현 LG 감독은 경기 전 “100%라고 말은 할 수 없다. 관리하면서 다음주까지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오늘도 지명타자로 나선다”며 “나빠지진 않은 게 다행이지만 관리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놀라운 출루율을 자랑하는 홍창기는 LG 타선을 외로이 이끌며 리그 역전 우승을 위한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페이스북 캡처]

 

그렇다고 휴식을 줄 만큼 여유는 없었다. 후반기 초반 선두로 올라섰던 LG는 이후 계속 선두 KT 위즈를 뒤쫓고 있었는데, 최근 KT가 4연패로 주춤했음에도 역전 기회를 스스로 놓쳤기 때문.

막판 역전 희망을 위해 반드시 잡아내야 하는 라이벌전. 홍창기는 사령탑의 우려 속에도 LG 공격 선봉에 섰다. 첫 타석 제구가 흔들리는 상대 선발 곽빈에게 손쉽게 볼넷을 얻어낸 홍창기는 김현수의 스리런 홈런 때 홈을 밟았다.

2회, 4회에도 곽빈과 풀카운트 접전 끝에 잘 참아내며 1루까지 걸어 나갔다. 1회 이후 실점하지 않던 곽빈은 결국 무너졌고 조기 강판됐다.

102개째 볼넷을 얻어낸 홍창기. LG에선 첫 번째이자 KBO리그 역사를 돌아봐도 18번째에 불과하다. 2009년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97개, 2001년 류지현 감독이 96개로 100개 문턱 앞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홍창기와 한 방을 날려준 김현수를 제외하면 이날도 타석에서 눈에 띈 타자를 찾긴 힘들었다. 

외국인 타자 저스틴 보어가 2군에서 타격감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고 타선을 이끌어줘야 할 김현수, 서건창, 오지환 등의 활약도 아쉬운 상황. 류지현 감독과 동료들, LG 팬들까지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님에도 ‘믿을맨’ 역할을 해주는 홍창기를 애틋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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