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7:37 (목)
두산베어스 미란다마저, 유일한 희망 가을 DNA [프로야구]
상태바
두산베어스 미란다마저, 유일한 희망 가을 DNA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0.27 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마운드를 든든히 지키던 에이스마저 사라졌다. 故(고) 최동원을 넘어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운 아리엘 미란다(32) 없이 두산 베어스는 어떻게 버텨내야 할까.

두산은 26일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이날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를 앞두고 김태형 두산 감독은 “미란다는 피로 누적으로 어깨 상태가 좋지 않다”며 “정규시즌 남은 경기는 못 나온다”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 선발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2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남은 잔여경기에 등판할 수 없다. [사진=스포츠Q DB]

 

최악의 상황이다. 워커 로켓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고 유희관도 1군에서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2군에 내려가 있는 상황. 박종기, 현도훈, 최승용 등에게 번갈아 기회를 줘봤지만 이렇다 할 만큼 믿음에 보답한 투수를 찾기가 힘들었다.

설상가상 후반기 반등한 곽빈마저 최근 흔들리고 있다. 9월 3승 1패 평균자책점(ERA) 2.60을 기록한 곽빈은 이달 들어 승리 없이 1패, ERA 4.41로 흔들리고 있다. 특히 최근 2경기에선 모두 4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조기강판됐다. 김태형 감독의 고민도 커져 갔다.

미란다의 이탈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미란다는 올 시즌 28경기 173⅔이닝을 소화하며 14승 5패 ERA 2.33을 기록하고 있다. ERA 전체 1위를 달리고 있고 삼진 225개를 잡아내며 KBO리그 전설 최동원(233개)의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도 새로 썼다. 타선 침체 속에도 10월 나선 5경기에서 패배 없이 2승을 안겨줬다.

그런 미란다 없이 정규리그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포스트시즌도 장담할 수는 없다. 김태형 감독은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지금으로선 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SSG 랜더스에 반 경기 차 4위 자리를 지키던 두산이지만 6위 키움과 승차가 1경기에 불과했다. 맞대결에서 패한다면 승차는 사라질 상황이었다.

[잠실=스포츠Q 손힘찬 기자] 정수빈은 소중한 투런 홈런을 날리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사진=스포츠Q DB]

 

무거운 부담을 안고 선발 등판한 최원준. 준수한 투구를 펼쳤으나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양 팀이 1-1로 맞선 상황이어서 여유를 부릴 수 없었으나 최원준이 물러난 뒤 다른 선수들이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정수빈은 5회 1사 2루에서 상대 선발 최원태의 공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날렸다. 1274경기를 뛰며 통산 홈런은 26개에 불과했고 올 시즌에도 단 2개만을 담장 밖으로 보냈던 정수빈이 가장 중요한 순간 날린 뜻 깊은 대포였다.

두산은 기세를 몰아 6회에도 3안타 3볼넷을 엮어 4득점하며 승기를 가져갔다. 불펜에서도 이현승을 시작으로 이영하, 김명신, 이승진이 4⅓이닝을 나눠가지며 1실점으로 틀어막고 7-2 승리를 지켰다.

올 시즌 시작부터 자유계약선수(FA) 최주환(SSG), 오재일(삼성 라이온즈), 이용찬(NC 다이노스)이 이탈하며 우승후보에서 제외됐던 두산이다. 한 때 8위까지 내려갔고 9월 중순까지도 7위에 머물렀다.

로켓이 지난달 말 대열에서 이탈했고 유희관도 뒤따라 1군에서 말소됐다. 그럼에도 두산은 꾸준히 4위를 지키며 가을야구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김태형 감독(오른쪽)의 고민도 깊어진다. 믿을 만한 선발 자원이 없는 가운데 남은 원정 4경기를 버텨내야 한다. [사진=스포츠Q DB]

 

예년 같이 타선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다. 박건우(타율 0.326)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0.319)만이 3할을 지키고 있고 김재환(0.269), 정수빈(0.257) 등의 활약도 아쉽다. 박세혁(0.216), 김재호(0.210)는 시즌 내내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9월 이후 팀 타율도 0.260으로 전체 5위에 불과하다.

가을 DNA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두산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팀. 가을만 되면 강해지는 본능을 나타낸다.

이제 남은 건 4경기. 5위 SSG와 맞대결이 두 차례,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와 한 경기씩 모두 원정 일정이다.

여전히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다. 이날 승리로 키움과 승차를 2경기로 벌렸지만 확실한 1승 카드 미란다를 활용할 수 없고 곽빈도 최근엔 불안했다. 토종 에이스 최원준도 남은 경기에서 등판이 쉽지 않은 상황.

튼튼한 어금니를 잃은 두산이 잇몸으로 잘 버텨내며 다시 한 번 가을의 기적을 써낼 수 있을까.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