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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 '가을두산' 돌격대장 어디 가겠습니까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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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 '가을두산' 돌격대장 어디 가겠습니까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1.07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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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가을두산'.

가을야구하면 빠질 수 없는, 가을야구를 주름잡는 두산 베어스를 일컫는 말이다. 두산이 LG(엘지) 트윈스와 한지붕 라이벌 매치에서 화력을 뽐내며 한 계단 위로 또 올라섰다.

두산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 원정경기에서 LG를 10-3 대파했다.

정규리그 4위로 마친 두산이 5위 키움 히어로즈, 3위 LG를 차례로 잡고 2위 삼성 라이온즈와 PO에서 만나게 됐다. 와일드카드(WC) 결정전도, 준PO도 최종전까지 갔지만 결국 승리한 건 두산이었다.

가을이면 기적을 일으키는 '미라클두산' 타선을 이끄는 선봉대장 정수빈(31)이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이날 공수 앙면에서 '정가영(정수빈 가을 영웅)'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정수빈(가운데)은 5회 싹쓸이 3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 2회 연속해서 그림 같은 다이빙캐치로 투수들을 지원했다.

어김없이 1번타자 중견수로 나선 정수빈은 첫 타석부터 중전안타를 때려낸 뒤 2루를 훔쳤다. 후속타자 페르난데스가 통타하자 홈 플레이트를 밟으며 첫 득점을 올렸다. 김태형 두산 감독과 류지현 LG 감독은 경기 앞서 "1, 2회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며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는데, 정수빈이 선봉에 선 셈이다.

이어진 1, 2회말 수비에선 연속 다이빙캐치로 안타성 타구를 플라이아웃으로 만들어버렸다. 득점이나 다름 없는 수비로 1999년생 젊은 선발투수 김민규, 2회부터 투입된 이영하의 뒤를 받쳤다.

그는 3-1로 앞선 4회초 2사 1, 3루에 다시 적시타로 1타점을 올렸다. 압권은 5회. 6-1로 리드 중이던 5회초 만루에 등장해 3타점 3루타로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정수빈의 포스트시즌(PS) 개인 통산 5번째 3루타. 이로써 정수근(은퇴)이 보유한 PS 최다 3루타 타이기록을 세웠다.

5회에만 6점을 쓸어담은 두산은 일찌감치 승기를 잡고, 필승조를 투입해 경기를 손쉽게 매듭지었다.

정규시즌 타율 0.259로 부진했지만 PS에선 달랐다. WC 결정전에서 타율 0.364를 생산했고, 앞선 준PO 2경기에서도 8타수 3안타 타율 0.375를 기록했다. 이날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297차례나 출루했던 LG 리드오프 홍창기가 5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

정수빈(왼쪽)이 '미라클 두산' 선봉에 섰다.

정수빈이 치고 달리자 동료들도 거들었다. PS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박건우도 3안타를 쳤고, 페르난데스가 3안타 4타점, 김재환이 1안타 1타점, 박계범이 2안타를 뽑아냈다. 강승호를 제외한 선발 전원 안타에 성공했다.

시즌 중반까지 하위권을 전전하다 올림픽 휴식기 이후 서서히 반등하며 가을 두산 면모를 발휘한 두산은 PS 들어와 다시 명성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앞서 오재일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팀을 떠났고, 올 시즌 부진한 오재원도 엔트리에서 빠졌다. 계약기간 6년에 계약금과 연봉 합쳐 총액 56억 원을 받는 조건에 잔류한 정수빈이 가장 중요할 때 대들보 구실을 하고 있다.

경기 후 정수빈은 "올 시즌은 당연히 내가 못한 시즌이 맞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오늘 팀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아무리 못하더라도 기회는 오는 법이다. 그걸 잘 살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LG 투수진이 좋아 힘들 거라 예상했다.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투수들이 고생이 많다. 선발 3명으로 버티고 있다. 올라가서 또 이기면 그때가 정말 '두산의 미라클' 아닐까"라며 "삼성은 투타 밸런스가 좋고, 우리는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다. 약자이긴 하나 단기전이라 누가 더 집중력 있게 하느냐에 달렸다. 오늘 이긴 만큼 집중력이나 분위기는 우리가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김태형 감독은 "다른 비결은 없다.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해주고 있다. 타자도 투수도 모두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 누구를 꼽기는 힘들다. 선수들끼리 뭉쳐서 '부담 갖지 말고 잘 즐겨보자'며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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