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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황인범, '포스트 기성용' 체제 완성됐다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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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황인범, '포스트 기성용' 체제 완성됐다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1.17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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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10년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중원을 책임졌던 기성용(32·FC서울)이 떠나고 3년. 제법 오랜 기간 '포스트 기성용'을 찾아 많은 선수들을 실험했고, 이제는 정우영(32·알 사드)과 황인범(25·루빈 카잔) 조합이 최상의 카드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정우영과 황인범은 베스트일레븐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온 '벤투호'에서도 가장 믿음직한 자원으로 성장했다. 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은 부임 이후 꽤 오랜 기간 정우영과 황인범을 3선 조합으로 밀어왔다.

정우영은 발이 느리고 기성용 만큼 시원한 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 황인범은 모험적인 시도를 많이하는 성향 탓에 패스미스가 많다며 비판받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을 기점으로 그간 받았던 비난을 찬사로 돌려놓은 모양새다.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6차전 원정경기에 나란히 선발 출전, 이라크를 3-0 완파하는 데 힘을 보탰다.

정우영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아랍에미리트(UAE)-이라크로 이어지는 이번 2연전에서 정우영은 어김 없이 포백을 보호하고 빌드업을 시작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진성이 좋은 황인범과 이재성(마인츠)이 중원에서 종으로 또 횡으로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자 정우영이 좌우로 공을 뿌렸다.

전반에는 그의 수비력이 돋보였다.

전반 16분 이라크의 공을 끊어낸 뒤 손흥민에게 내줬고, 손흥민이 왼발 중거리 슛으로 연결했다. 4분 뒤 이라크가 역습을 펼치자 페널티박스 안에서 정확한 태클로 결정적인 크로스를 차단했다. 이어 25분 상대 전진패스를 다시 한 번 몸을 던져 커트하는 등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키 186㎝ 신장을 활용해 중원에서 공중볼 싸움에 가담해 수비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장지현 SBS 축구 해설위원은 지난 UAE전을 마친 뒤 한 방송을 통해 "최근 정우영을 기점으로 하는 빌드업의 속도, 좌우전환 속도가 빨라졌다"고 평가했다. 후방에서 짧은 패스만 고집하던 벤투 감독이 다이렉트 패스와 긴 패스도 혼합하면서 정우영의 빌드업 역량이 더 부각되고 있는 분위기다.

한때 대표팀 '욕받이'였지만 이제는 벤투의 '황태자'로 공인받은 황인범은 러시아에 진출한 뒤 한층 농익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황인범은 러시아 진출 이후 한층 농익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DB]
황인범은 러시아 진출 이후 한층 농익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DB]

상대 압박 속에서 공을 지켜내고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날카로운 배후 침투패스로 발 빠른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살려주는 것은 물론 특유의 적극성으로 수비에서도 활약하고 있으니 물이 올랐다는 평가다. 2018년 발롱도르를 수상한 세계적인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에 빗대 'K-모드리치'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이번 2연전에선 측면과 중앙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이재성과 호흡도 좋았다. 이재성 역시 공격 속도를 올리는 데 능한 데다 공격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선수다. 황인범과 이재성이 앞선에서 움직여주자 정우영이 좀 더 수월하게 공격지역으로 공을 배달할 수 있었다.

이라크전 대표팀은 무결점에 가까운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90%에 육박하는 높은 정확도(88.8%)로 패스를 총 688회 기록했다.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도 83.6%에 달했다.

벤투 감독이 구현하고자 하는, 후방에서 안정적인 빌드업을 바탕으로 전방에서 많은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창출하는 축구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경기 피치를 지배할 수 있었던 데 정우영과 황인범의 공이 상당하다. 이제 월드컵에 갈 남은 몇 자리를 놓고 손준호(산둥 루넝), 백승호(전북 현대), 원두재(울산 현대), 주세종(감바 오사카) 등이 경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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