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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서는 KT위즈, '강철 선발야구' 힘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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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서는 KT위즈, '강철 선발야구' 힘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17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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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장원준-유희관. 2016년 두산 베어스 ‘판타스틱4’는 팀에 선발 70승을 안겼다. 한국시리즈(KS)에서도 단 1실점. ‘V5’를 견인했다.

5년 후 두산은 여전히 KS에 올랐지만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그토록 강력했던 선발진은 온데 간데 없다. 공교롭게도 강력한 선발의 힘을 상대를 통해 느끼고 있다.

KT 위즈는 17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2021 신한은행 SOL(쏠)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5⅔이닝 무실점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호투에 힘입어 3-1로 이겼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17일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5⅔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우승에 한 걸음만을 남겨뒀다. 역대 KS에서 먼저 3연승을 거둔 팀은 11차례 모두 우승반지를 꼈다. 아직 1승이 남았지만 기분 좋은 확률 ‘100%’를 손에 쥔 KT다.

정규리그 우승팀 KT는 포스트시즌을 지켜보며 두산이 상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2명이 이탈한 게 치명타였다. 단기전에서 선발의 힘은 역사를 통해 증명돼 왔다.

그러나 두산은 다시 한 번 ‘미라클’을 집필해나가고 있었다.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부터 시작해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삼성 라이온즈와 PO에서도 모두 선발 무게감에서 밀렸으나 강력한 타선의 힘과 수비력으로 버티며 7년 연속 KS 진출 쾌거를 이뤄냈다. KS를 앞두고는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까지 합류해 승산이 있을 걸로 보였다.

뚜껑을 열자 예상보다도 힘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1차전에선 두산 선발 곽빈이 5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역투를 펼쳤으나 7⅔이닝 동안 100구를 던지며 1실점으로 틀은 윌리엄 쿠에바스의 완승이었다. 많은 불펜 투수를 가동해야 했던 두산과 달리 리드 상황에서 필승조 2명으로 1⅓이닝을 나눠던지게 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 또한 호투했으나 박경수의 홈런 한 방에 고개를 숙였다.

 

2차전엔 선발진 차이에서 승부가 갈렸다. 두산 최원준이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6실점한 반면 KT 소형준은 초반 위기를 넘기고 6이닝 무실점하며 팀에 2번째 승리를 안겼다.

이날 선발 대결은 가장 흥미로웠다. 두산은 돌아온 미란다를 내세웠고 KT 또한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로 맞불을 놨다. 미란다는 여전히 위력적이었으나 가장 좋았던 때에 비해선 어딘가 부족함이 느껴졌다. 박경수에게 뼈아픈 솔로포를 맞았고 5회 82구를 끝으로 임무를 마쳤다.

반면 데스파이네의 투구는 흠잡을 데 없었다. 단 2피안타로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공격적인 투구로 69구만 뿌렸고 힘은 충분했으나 전략적인 이유로 6회말 2사 이후 교체됐다. 그만큼 더 확실한 카드가 있다는 뜻이었고 KT는 이후 계획대로 불펜 야구로 승리를 지켜냈다.

두산은 PO까지 7경기를 치르며 5승을 따냈는데 선발승은 전무했다. 그만큼 선발진이 오래 버텨주지 못했고 불펜의 체력 부담은 커져갔다. 특히 이영하와 홍건희가 잘 버텨줬지만 이들은 이날까지 보름여 동안 6경기씩 나서며 240구, 149구를 뿌렸다. 3전2승제로 치러진 PO까지와 달리 확연히 체력적인 한계가 나타나며 아쉬운 결과가 동반되고 있다.

경기 후 데일리 MVP로 선정된 데스파이네(왼쪽)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이강철 감독.

 

반면 KT는 매 경기 선발승을 챙기며 계산대로 우승 시나리오를 써나가고 있다. 경기 후 황재균은 “투수가 워낙 좋아 수비에서만 실수를 안하면 점수를 안 줄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며 “시리즈 전 야수들끼리 우리만 집중하면 된다는 얘길 많이 했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 정도까지는 잘 던져줄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다”며 “우리 팀다운 선발 야구를 하고 있다. 너무 잘 던져줘 뿌듯하고 결과가 좋아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4차전 선발 대결도 KT 우위가 점쳐 진다. 두산은 곽빈을 내세우는데 지난 14일 1차전에서 호투했으나 사흘 휴식 이후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강행군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들도 사흘 휴식 후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걸 고려하면 1차전 같은 호투를 기대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KT 선발은 배제성. 올 시즌 9승 10패 평균자책점(ERA) 3.68로 선발 한 축을 맡았고 지난달 27일 이후 등판 일정이 없어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있다.

만약 4차전에서 패하더라도 이후 쿠에바스-소형준 카드를 차례로 꺼내들 수 있어 조급할 이유가 없다. 4차전이 마지막이 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100%’ 확률에 대해 의심하는 시선을 찾기 힘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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