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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의 투혼, 박경수를 위하여! [두산 KT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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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의 투혼, 박경수를 위하여! [두산 KT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17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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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운수 좋은 날이었을까. 잘 풀려도 너무 잘 풀린다 싶었던 박경수(37·KT 위즈)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박경수는 17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2021 신한은행 SOL(쏠)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7전4승제) 3차전에서 8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 솔로홈런 포함 2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과 안정적인 수비로 KT에 3-1 승리를 안겼다.

박경수는 2차전에 이어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 우승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끝이 좋지 않아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KT 위즈 박경수(왼쪽)가 17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때려낸 뒤 최만호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올 시즌 타율 0.192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박경수는 데뷔 19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엔 나섰다. 경험 많은 베테랑이지만 KS가 처음이긴 후배들과 마찬가지.

그러나 연륜은 무시할 수 없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를 우승 도전 앞에 온 몸을 불살랐다. 2차전 1회 무사 1,2루에서 몸을 날리는 수비로 더블아웃을 만들어낸 박경수는 수비 임팩트만으로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강백호는 “야수가 좋은 수비를 하면 팀 분위기가 달라진다. 선배는 내가 할 수 없는 수비를 보여주곤 한다. 그럴 때마다 존경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기대에 완벽히 보답한 것.

“공격으로 받고 싶었는데 수비 덕에 MVP가 됐다. 고참들을 대표해서 받는 거라 표현하고 싶다”던 박경수는 이날도 다시 한 번 투혼을 보여줬다.

1회말 내야에서 한참 벗어난 외야 잔디에 자리 잡은 박경수는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빠져 나갈 법한 타구를 깔끔하게 잡아내며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결정적인 호수비로 실점 위기를 지워낸 박경수.

 

5회초 공격에선 부상에서 복귀해 호투하던 아리엘 미란다의 시속 147㎞ 속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팀에 선제점을 안겨주는 귀중한 한 방이자 역대 KS 최고령 4위에 해당하는 대포였다.

6회말 수비도 결정적이었다. 1사에서 1루 박건우의 타구를 몸을 날려 잡은 박경수. 타구가 빠져나가지 않게 막은 것만 해도 박수를 받을 만한 플레이였으나 박경수의 선택은 감탄을 자아냈다. 중심을 잡기도 힘든 상황에서 2루로 빠르게 공을 뿌렸고 발 빠른 선행주자 정수빈을 아웃시켰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박)경수 홈런이 0-0에서 선취점을 만들어 기세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며 “6회초 무사 만루에서 득점 못해서 흐름이 넘어가면 안 된다 했는데 6회말 수비에서(박경수 호수비로) 실점을 안 한 게 승리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8회에도 박경수는 날아 다녔다. 박세혁 타석 때도 빠져나가는 타구를 몸을 날려 캐치했고 타자주자를 잡아낼 뻔 했다. 비디오판독 결과 간발의 차로 세이프.

넘치는 의욕이 화가 됐을까. 이어진 안재석의 높게 솟은 타구를 쫓던 박경수는 낙구지점을 놓치며 넘어졌는데 이후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결국 구급차가 투입됐고 박경수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KT 더그아웃과 관중석의 분위기는 한 순간에 침통해졌다.

8회말 수비에서 넘어지며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박경수(아래).
박경수는 결국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4차전 출전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승타를 쳐낸 박경수는 ‘농심 오늘의 깡’ 수상으로 100만 원의 주인공이 됐지만 정작 시상대엔 오르지 못했다. 황재균이 대리 수상했다.

박경수의 공백은 뼈아프다. 공수에서 맹활약하는 동시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그의 존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4차전 출전 여부는 미지수. 이강철 감독은 “내일 MRI를 찍어봐야 알 것 같다. 본인이 종아리가 터진 느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내일 상황 봐야겠지만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주장 황재균의 어깨도 더 무거워진다. 박경수가 실려간 뒤 선수들을 다독인 황재균은 “내일이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도록 고참들이 중심을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히려 더욱 선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던 그를 떠올리며 하나로 뭉치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황재균은 “정말 컨디션 좋은 선수가 빠지는 건데 백업 선수들이 충분히 메워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의기투합해 잘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며 “팀이 더 뭉쳐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무서운 선발의 힘으로 3연승을 달린 KT. 그러나 박경수가 시리즈 MVP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팀에 3연승을 안겨준 박경수. 그 정신을 떠올리는 KT 선수들은 4연승으로 우승 세리머니까지 펼치겠다는 각오로 4차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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