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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 IBK기업은행, 서남원 감독 경질 '이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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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 IBK기업은행, 서남원 감독 경질 '이게 맞아?'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1.22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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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위기의 화성 IBK기업은행이다. 주장과 코치가 무단이탈했는데 감독이 경질됐다. 팀을 떠나게 된 서남원(54) 전 감독 역시 올 시즌 IBK기업은행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는 하나 구단의 비상식적 행정에 의문부호가 쏟아지고 있다.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은 21일 "팀 내 불화, 성적 부진 등 최근 사태 책임을 물어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경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주장이자 주전 세터였던 조송화가 서 감독과 불화로 팀을 무단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뒤 이어 김사니 코치도 잠시 팀을 떠났다 돌아왔다. 경기력이 좋지 않은 와중에 내홍으로 시끄러웠다. 조송화와 김 코치가 무책임한 행동으로 팀 분위기를 저해했는데, 엉뚱하게 감독과 단장이 자리를 내놓게 됐다.

[사진=스포츠Q(큐) DB]
서남원 감독이 정규리그 9경기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사진=스포츠Q(큐) DB]
[사진=스포츠Q(큐) DB]
서남원 감독과 조송화 등 선수들 간 불화설이 제기됐다. [사진=스포츠Q(큐) DB]

IBK기업은행은 한발 더 나갔다.

코칭스태프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 김사니 코치에게 오히려 팀 정상화를 위해 힘써달라며 감독대행 역할을 맡긴 것. 23일 인천 흥국생명전부터 김 코치가 대신 지휘봉을 잡는다. 아직 팀으로 돌아오지 않은 조송화에 대해선 "상응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밖에서 봤을 때는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에도 김우재 전 감독과 선수들 사이가 좋지 않다며 불화설이 불거졌다. 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 김 감독의 선수운용에 반기를 들었다고 전해진다. 지난 시즌 도중 한국배구연맹(KOVO)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국을 떠서 넘겨주고, 선배들은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장면이 포착돼 이른바 '국셔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태는 금방 일단락됐지만 몇몇 고참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 내 파벌이 형성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우재 감독은 지난 시즌 1순위 외인 라자레바를 앞세워 팀을 3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시켰지만 재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은 조송화를 비롯해 몇몇 고참 선수들의 트레이드를 요청했지만 무산됐다. 구단은 지난 시즌이 마무리되자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며 감독 교체를 결정했다. 배구계에서 덕장으로 통하는 서남원 감독도 결국 IBK기업은행 선수들 입김에 희생된 꼴이 됐다.

[사진=스포츠Q(큐) DB]
사건의 중심에 있는 조송화 [사진=스포츠Q(큐) DB]
역시 팀을 이탈했던 김사니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게 돼 아이러니하다. [사진=KOVO 제공]
역시 팀을 이탈했던 김사니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게 돼 아이러니하다. [사진=KOVO 제공]

서남원 감독은 팀에 부임하며 "기록을 보면 가장 떨어졌던 게 리시브다. 뿐만 아니라 서브, 블로킹 등 부문별로 하위권에 처진 게 너무 많다. 리시브와 수비를 강화해야 팀이 탄탄해진다고 생각한다. 리시브와 수비를 끌어올려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비시즌 리시브 훈련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대전 KGC인삼공사와 경기 작전타임 도중 서 감독이 조송화에게 "왜 (오버가 아닌) 언더(토스) 해" 라고 묻자 "실수요"라고 퉁명하게 대답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조송화가 이탈하자 서 감독은 김하경을 세터로 내세웠고, 이전보다 고른 분배가 이뤄지며 경기력 반등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 감독이 짐을 싸게 됐다. IBK기업은행 모기업 차원에서 대책을 고심한 결과가 애꿎은 감독 경질이라는 소식에 많은 관계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사니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게 되면서 조송화 역시 팀에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수 권리 보호를 위해 임의탈퇴(임의해지) 규정을 바꾸면서 조송화가 스스로 원하지 않는 한 임의해지가 불가능해졌다. IBK기업은행에서 이 사건의 중심에 선 조송화에게 어떤 수준의 징계를 내리고 어떤 대응을 보여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창단 후 11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IBK기업은행은 짧은 시간 빠르게 성장하며 V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팀이다. 올림픽으로 여자배구 최고 인기구단으로 떠오른 이때 그들이 나아갈 방향을 잘 정립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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