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3:17 (목)
찬란했던 두산베어스, 왕조 붕괴 막을 수 있나 [프로야구]
상태바
찬란했던 두산베어스, 왕조 붕괴 막을 수 있나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23 1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올 시즌엔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결과였기에 더욱 ‘미라클’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던 두산 베어스.

문제는 앞으로의 행보다. 없는 살림에도 가을 DNA를 자랑하며 박수를 받을 만한 성적을 냈지만 앞으로는 진짜 암흑기가 도래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태형(54) 감독의 철저한 팀 관리와 탄탄한 선수들의 실력, 쏟아지는 유망주들의 조화로 왕조를 이뤘지만 붕괴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과연 두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두산 베어스가 힘겨운 겨울나기에 나선다. [사진=스포츠Q DB]

 

◆ 여전한 김태형 리더십, 그것 하나만으론

올 가을야구 두산의 행보는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즌 도중 리그 중단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며 많은 야구팬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으나 가을에 보여준 두산의 행보는 많은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김태형 감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였다. 2015년 부임한 김 감독은 7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놨고 우승트로피도 3개나 안겼다.

올 시즌 끝이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내부 자유계약선수(FA)를 3명이나 놓쳤고 가을야구를 앞두고는 외국인 투수 2명이 나란히 이탈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영리한 수 싸움과 감탄을 자아내는 작전, 투수교체 타이밍 등으로 초보 감독들이 이끄는 팀을 잠재웠다.

다만 김 감독만 믿고 희망적으로 바라보긴 어렵다. 올해도 힘겨운 시기를 보냈으나 앞으로는 이보다 더 큰 시련이 닥칠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 김재호가 극심한 슬럼프와 함께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오재원, 유희관 등 두산을 이끌던 베테랑들의 동반 부진으로 걱정이 커지는 두산이다. [사진=스포츠Q DB]

 

◆ 끝 보이는 김재호 오재원 시대, ‘두산 DNA’는 유지될까

또 하나 안타까운 건 2015년 이후 이어진 ‘두산 왕조’의 핵심이었던 베테랑들의 에이징 커브(노쇠화로 인한 급격한 실력 저하)다. 두산엔 국가대표 키스톤 콤비 김재호-오재원(이상 36)이 있었다. 마운드엔 101승 투수 유희관(35)이 있었다. 단순히 실력 뿐 아니라 두산의 상징과도 같았고 두산 특유의 ‘승리 DNA’를 누구보다 갖추고 있던 이들이었다.

근성 넘치는 플레이와 유려한 수비, 빠른 발 등으로 두산에 3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안겼던 오재원의 하락세가 가장 먼저 나타났다. 2019년부터 급격한 부진을 겪었고 올 시즌 대부분은 2군에서 보냈다. 올 시즌엔 가을야구에서도 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올 시즌 김재호도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시즌 타율 0.209. 팀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 최악의 성적. 가을야구에서도 박계범에 자리를 양보해야 했고 결정적인 실책들을 범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유희관 또한 올 시즌은 악몽 같았다. 130㎞ 초반 속구로도 다양한 변화구와 칼날 같은 제구로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던 그지만 올해엔 장점이 두드러지게 무뎌지며 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통산 100승을 달성했지만 시즌 막판과 가을야구에서 그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문제는 이들의 부진이 일시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 반등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큰 역할을 해주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두고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두산으로선 부담이다.

가을만 되면 작아지지만 박건우는 우타자 통산 타율 1위로 두산에 빼놓을 수 없는 타자다. FA 시장에서 지킬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된다. [사진=스포츠Q DB]

 

◆ 오재일 최주환 이용찬 보낸 두산, 박건우 김재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은 오재일(35·삼성 라이온즈)과 최주환(33·SSG 랜더스), 이용찬(32·NC 다이노스)을 떠나보내야 했다. 한 번에 내부 FA 7명이 시장에 나왔고 두산은 내야수 허경민(7년 85억 원), 외야수 정수빈(이상 31·6년 56억 원)을 택했고 베테랑인 내야수 김재호와 투수 유희관까지 잔류시켰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재정 상황이 열악한 가운데 모든 FA를 잡을 수 없었고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과 장기계약을 맺으며 즉각적인 지출을 최소화했다. 많지 않은 금액에 베테랑들도 지키며 신구조화를 꾀하기도 했다.

효율성은 나쁘지 않았다. 김재호와 유희관은 최악의 시기를 보냈고 허경민. 정수빈도 예년에 비해선 활약이 아쉬웠다. 다만 오재일과 최주환의 보상선수 박계범(25)과 강승호(27), LG 트윈스에 함덕주를 내주고 데려온 양석환(30)이 내야 빈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허경민과 정수빈도 가을야구에선 제 역할을 완벽히 해내며 팬들의 만족감을 자아냈다.

잠실 홈런왕 출신 김재환은 여전히 두산 장타력의 핵심이다. 박건우와 김재환을 모두 지켜낼 수 있을지에 의심 어린 시선이 커지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그러나 같은 고민이 또다시 되풀이 될 전망이다. 올 스토브리그엔 잠실 홈런왕 출신 김재환(33)과 우타자 통산 타율(3000타석 이상) 1위 박건우(31)가 시장에 나온다. 김재환은 폭발력이 예전 같지 않고 박건우는 가을만 되면 작아지는 고질병을 앓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시장에서 가장 핫한 매물 중 하나다. 현실적으로 두 선수를 모두 잡을 확률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미 한 차례 보상선수로 재미를 봤던 두산이라고는 하지만 행운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결과였다. 보상선수로 효율성은 높일 수 있을 수 있어도 대박 효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데뷔 후 쟁쟁한 외야 경쟁자들에 밀려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던 김인태(27)가 있다고는 하지만 둘 중 하나라도 놓친다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과 각종 악재에도 늘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던 두산. 이전에 비해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두산은 과연 또 한 번 위기탈출법을 마련할 수 있을까.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