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4:53 (화)
'벨 감독 2년차' 여자축구 체질개선, 이유있는 자신감 [SQ초점]
상태바
'벨 감독 2년차' 여자축구 체질개선, 이유있는 자신감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1.27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양=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지소연(30·첼시)과 조소현(33·토트넘 홋스퍼) 등 베테랑들은 사상 첫 아시안컵 우승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콜린 벨(50·영국) 감독 부임 2년차. 뉴질랜드와 A매치 2연전 그 첫 경기에서 그 자신감의 이유를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국제축구연맹(FIFA·피파)랭킹 18위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은 27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3위 뉴질랜드와 친선경기 1차전 홈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내년 1월 인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에 대비해 진행된 평가전에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신체조건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하는 플레이를 보여줘 고무적이다. 뉴질랜드의 피파랭킹이 한국보다 낮고, 앞서 상대전적에서도 5승 5무 1패로 앞섰던 상대라 하더라도 피지컬에서 한국을 압도하는 팀을 상대로 잘 싸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원에 지소연과 이민아(인천 현대제철), 조소현을 배치하는 공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온 한국은  전반 내내 흔들렸지만 후반 들어 해법을 찾았다. 전반 25분 제키 핸드에 헤더로 실점했지만 후반 들어 분위기를 전환한 뒤 승리까지 따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생일을 맞은 센터백 임선주(가운데)가 후반 막판 결승골로 승리에 앞장섰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전방 압박에 능한 데다 속도까지 갖춘 최유리(현대제철), 중원 싸움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박예은(경주 한수원)을 차례로 투입한 뒤 주도권을 잡았다. 최유리와 추효주(수원도시공사)가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고, 이날 생일을 맞은 센터백 임선주(현대제철)가 헤더로 결승골을 넣으며 귀 빠진 날을 자축했다.

그동안 한국은 아시아권에서도 큰 체격을 바탕으로 힘싸움을 벌이는 호주와 같은 팀에 약점을 노출했다. 일대일 경합에서 밀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적인 문제까지 드러내면서 공수간격이 벌어져 패할 때가 많았다. 이날 경기 초반에도 그동안 고전했던 흐름이 이어지는가 했는데, 후반 들어 오히려 공세를 높여 승부를 뒤집었다.

한국은 인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일본, 중국, 호주 등 강호들을 잇달아 제압해야 가능한 목표다. 이 대회 5위 안에 들어야 2023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공동 개최하는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다. 3회 연속 본선행 티켓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체격이 크고 힘까지 갖춰 유럽 팀을 연상케 하는 뉴질랜드는 아시안컵에 대비하는 최적의 스파링 파트너다.

벨 감독 부임 후 여자축구 대표팀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다. 벨 감독은 지휘봉을 잡고서 선수들에게 꾸준히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전술적으로도 팀을 진화시켰다. 공수전환 속도를 올렸고, 전방압박 면에서도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추효주, 조미진(고려대) 등 어린 선수들은 물론 윤영글(한수원), 임선주, 심서연(세종 스포츠토토) 등 베테랑들까지 나이와 상관 없이 기량만 갖췄다면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걸 전제로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었다.

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화견에서 한국어로 "많이 행복하다. 여자축구 대표팀 '고강도' 많이 좋았다"며 승리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매 경기 향상된 한국어로 미디어를 놀라게 하고 있다.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선수들과 소통하려는 태도 역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임선주는 벨(사진) 감독 부임 2년이 지난 현재 선수단이 공유하는 자신감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벨 감독은 고전했던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 앞서 라커룸에서 3~4가지 전술 영상을 보여주면서 선수들에게 "경기속도가 느리다. 더 빨리 움직이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좀 더 위에서 공을 잡고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후반에 적극성을 요구했고, 선수들이 피지컬적으로 더 잘 싸워줬던 것 같다. 후반 뿐만 아니라 90분 내내 스스로를 믿고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임선주는 "뉴질랜드가 생각보다 거칠게 나와 전반에 하고자 하는 걸 잘 못했다. 후반에는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느꼈고, 더 잘 풀린 것 같다"고 총평했다.

벨 감독은 또 이날 후반 들어 최유리, 박예은, 여민지, 서지연(이상 한수원) 등을 차례로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그는 "당장 우리가 마주한 2경기 승리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프리시즌 개념이다. 궁극적으로 아시안컵 본선을 노린다. 더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하겠다. 더 많은 선수들에게 출전시간을 부여하고 활용해 전체적인 스쿼드 질 상승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임선주는 벨 체제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 "감독님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신다. 우리가 자신 없을 때도 할 수 있다는 느낌, 에너지를 받는다. 내가 좋지 않을 때도 계속 독려해줘 고마움을 많이 느낀다"고 밝혔다.

지트카 클림코바 뉴질랜드 감독도 "후반전 한국의 갑작스런 경기력 변화는 마음가짐 변화와 정신력에 기인하는 것 같다. 후반 한국에 소유권을 뺏기면서 우리는 수비적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라인을 내리다보니 공간을 많이 줬다"며 "한국은 세트피스가 좋은 팀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걸 막지 못해 후반에 실점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벨호는 회복 훈련을 거쳐 오는 30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뉴질랜드와 다시 격돌한다. 경기는 스카이스포츠, 쿠팡플레이에서 생중계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